
서 주 영
조세일보 기자
세무사회가 ‘한길TIS(이하 한길)’를 세무사회의 전산법인으로 만들려던 계획이 ‘암초’를 만나 제동이 걸렸다. 지난 27일 서울 서초동 세무사회관에서 열린 한길의 주주총회에서 관련 안건을 상정했으나 ‘부결(否決)’이라는 쓴잔(苦杯)으로 돌아왔다.
암초는 세무사회원 주주들이 아닌 외부인이 가진 주식이었다. 그래서인지 부결 직후 한길을 설립할 당시 외부인 주주의 참여를 놓고 찬반이 갈리면서 강하게 제기되었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는 탄식도 흘러나왔다.
세무사회가 보유한 한길의 주식은 18.64%, 세무사회원들이 보유한 지분은 52.24%로 무려 71%가 세무사회의 ‘우호지분’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결과는 외부 기업 2명의 주주가 가진 28.42%와 일부 세무사 주주회원의 반대표를 합친 28.5%를 이기지 못하고 분루를 삼켰다.
역설적으로 이날 주총은 ‘왜 세무사회가 51%를 확보해 과점주주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절실함을 오롯이 일깨워 주었다.
이날 주총에서 부결된 안건은 위기에 놓인 한길의 주식가치를 재평가해 할인발행을 하자는 것. 현재 평가된 2700원으로 할인발행이 이뤄지면 이 주식을 세무사회가 사들여 과점주주가 되겠다는 계획이었다.
할인발행 주식을 세무사회가 전량 사들인다면 모두 9억7200여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할인발행에 세무사회만 참가하고 기존 주주 전원이 신주인수를 포기하는 경우 이 돈을 들이면 세무사회가 50.38% 정도의 지분으로 과점주주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할인발행으로 배정되는 주식을 기존의 다른 주주들도 인수를 할 경우 세무사회가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세무사회가 전산사업을 해야 하고, 또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면 한길이 필요하다는 것은 많은 회원들이 공감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현재 세무사회가 보유한 지분으로 한길에게만 일거리를 준다는 것은 한길의 주주인 회원(4400여명)과 비주주 회원(5300여명)간의 이해가 충돌하는 문제가 생긴다는 게 현 집행부의 생각이다.
또 세무사회가 일거리를 많이 줘 한길을 키워놨을 경우 개별회원들이 외부 기업 등에 주식을 팔 경우 언제든지 경영권이 넘어가게 된다는 점에서 자칫 남 좋은 일 시키는 ‘모래 위의 성’을 쌓는 결과를 초래할 수 도 있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당연히 이같은 냉엄한 현실을 간파한 세무사들은 세무사회가 과점주주가 되어야 한다는데 대부분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3년간 한길의 사업이 크게 적자가 났고, 이대로 가면 올 연말이면 주식가치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 이상 방치할 경우 회원들의 피 같은 돈 18.64%(10억4900만원)도 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한길을 살려야 하는 이유가 충분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된 것 같다.
이 같은 집행부의 생각을 제대로 읽은 회원들은 이번 주총을 앞두고 세무사회로 속속 위임장을 보냈지만 소액주주가 대부분 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4410여명의 주주회원 중 고작 300여명에 불과했고, 개인고액주주들의 주총 참석율도 낮아 ‘부결’을 피할 수 없었다.
이날 주총의 핵심의제였던 할인발행안에 찬성표를 던진 주식 수는 고작 25%. 세무사회가 보유한 주식 수 18%를 빼면 순수 세무사회원들의 주식은 겨우 7%에 불과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다면 나머지 45%의 개인주주회원들은 어떤 생각일까?
“전임 집행부가 황금알을 낳을 것이라면서 투자를 유도해 놓고 전임 회장은 자기 주식을 팔아버렸다”, “더 이상 세무사회 예산을 투입해서는 안 된다” 등 이날 주총에서 고성이 오간 내용에 동의하면서 분(憤)을 삭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2700원에는 팔지 않겠다.’ 또 ‘지금 팔았다가 나중에 가치가 오를 경우 후회하지 않겠다?’라는 생각으로 무관심하고 있는 것일까. 자못 궁금할 뿐이다.
이날 주총과 관련 세무사회 한 관계자는 “개별주주들은 세무사회보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언제든지 주식을 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주총이자 또 세무사회가 왜 과점주주가 되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 현장이었다”고 말했다. 세무사 주주들이 한길이 처한 현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중요한 교훈이 되었을 것이라는 얘기로 들렸다.
세무사회는 이날 주총에서 ‘부결’이라는 결과를 받았지만 주주회원들로부터 재평가된 금액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방안과 할인발행 등 세무사회의 전산법인화를 위한 방안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이날의 할인발행 안건이 주총을 통과했더라도 주식매수 자금은 세무사회 예산에서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관문인 세무사회 정기총회가 남아 있다. ‘산 넘어 산’인 형국이다.
결국 한길의 세무사회 전산법인화는 한길의 주총 못지 않게 세무사회 정기총회에서 매수자금을 승인 받느냐 못 받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자칫 세무사회 총회에서 승인을 받지 못한다면 한길을 통한 세무사회의 전산법인화는 요원해 지고 다시 먼 길을 돌아야 한다.
3년전 ‘한국판 다테브(독일 세무사회의 전산법인)’를 꿈꾸며 야심차게 출발했던 ‘한길TIS’의 운명이 풍전등화(風前燈火)다.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577호(201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