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일본의 소비세 인상 법안이 26일 중의원(하원)을 통과했다.
아직 참의원 의결 절차가 남아있으나 제1야당인 자민당과 제2야당인 공명당이 찬성하고 있어 법안 성립에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향후 6주 정도의 참의원 심의 절차를 거쳐 8월 중 소비세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정치권은 자민당 시대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이후 정권이 1년 안팎으로 단명하면서 주요 국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정치권이 민생이나 국가의 앞날에 대한 비전 없이 정권 다툼에 골몰하고, 여야가 사사건건 대립하면서 국민의 불신만 키웠다.
하지만 이번에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주도로 소비세 인상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함으로써 '논의만 무성하고 결론을 내지 못하는' 무능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결정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 노다의 뚝심으로 관철 = 소비세 인상 법안의 중의원 통과는 노다 총리의 뚝심으로 가능했다.
재무상 출신의 노다 총리는 매년 눈덩이처럼 증가하는 사회보장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선진국 최악 수준인 재정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반드시 소비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비세 인상은 가시밭길이었다. 민주당은 지난 2009년 8·30 총선 당시
선거공약에서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해 정권을 잡았기 때문에 소비세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지지자에 대한 배신행위이다. 이는 증세 추진의 아킬레스건이 되었다.
전임자인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도 취임 직후인 2010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소비세 인상을 내걸었다가 참패해 여소야대를 불렀다. 참의원 여소야대는 이후 민주당 정권의 국정 추진에 큰 부담이 됐다.
역대 정권에서 증세를 추진한 정권치고 단명하지 않은 정권이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노다 총리는 부채대국인 일본이 그리스 꼴이 나지 않기 위해서는 소비세 인상밖에 없다면서 작년 9월 초 취임 이후 소비세 인상을 정력적으로 밀어붙였다.
노다 총리가 처음 '정치생명을 걸고' 소비세 인상을 관철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민주당 내에서조차 성사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참의원이 여소야대여서 야권의 협조를 얻지 않고는 법안 처리가 불가능한데다 민주당 내 최대 세력을 거느린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대표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가 강력히 반대했기 때문이다.
작년 3월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의 피해복구 예산 염출을 위한 증세도 소비세 인상에 큰 걸림돌이 됐다.
여론도 소비세 인상에 부정적이었다. 이 때문에 노다 내각의 지지율은 작년 9월 출범 당시 60% 안팎에서 20∼30%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노다 총리는 이에 굽히지 않고 당을 설득하고 야권에 협조를 호소하면서 동분서주한 끝에 자민당과 공명당의 찬성을 이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노다 총리는 야권이 교체를 요구한 방위상과 국토교통상, 농림수산상 등을 경질하고, 2009년 총선 당시 민주당의 핵심 공약이었던 최저보장연금제 실시와 후기 고령자 의료제도 폐지 등을 철회해 당내 반발을 사기도 했다.
◇ 재정건전성 개선될까 = 법안이 의결될 경우 현행 5%인 소비세율을 2014년 4월에 8%, 2015년 10월에 10%로 인상된다.
소비세를 1%포인트 올리면 세수는 약 2조5천억엔 정도 증가한다. 따라서 5%포인트를 올릴 경우 연간 약 12조5천억엔 정도 세수가 늘어난다. 정부는 이 돈을 사회보장 재원으로만 쓰기로 했다.
일본은 국가 예산에서 연금·의료·노인요양 등 사회보장 3개 분야 연간 지출액이 17조엔 안팎에 달한다.
하지만 현행 소비세 수입 가운데 지방 배분액을 빼면 국가에 순수하게 들어오는 세수는 7조엔 안팎이다. 약 10조엔 정도가 부족하다. 여기에 사회보장비의 연간 자연 증가액은 1조엔에 달한다.
따라서 소비세를 5%포인트 올려도 향후 5∼10년 후에는 다시 소비세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소비세를 올려도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00%가 넘어 선진국 최악 수준인 재정건전성이 개선될 가능성은 없다. 재정상황의 악화 속도를 막을 수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은 기회 있을 때마다 일본에 소비세의 획기적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국제신용평가기관은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해왔다.
피치는 일본의 재정악화 문제를 들어 지난 5월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두 단계 강등했다. 이는 한국과 같은 등급이다.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일본의 재정건전성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등급을 강등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