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4일 신용카드 수수료율 크게 낮추기로 함에 따라 카드사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수수료율을 낮춰 영세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데는 공감하지만 전체 수익이 급감해 경영난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수수료율 체계 개편은 카드 결제 거부 등 시민단체의 압력 속에 당국과 업계가 머리를 맞댄 끝에 나온 것이라 카드사들도 영업 방식을 다변화하면서 생존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수수료 분쟁 이젠 끝내자…전면 개편 단행
카드 수수료 분쟁은 경제 위기 속에서 지난해 말부터 자영업단체가 들고 일어나면서 시작됐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가맹점은 낮은 수수료율을 내지만 자영업자들만 많이 내는 불합리한 구조에 반기를 든 것이다.
고비용 마케팅을 통한 카드사의 카드 남발, 소비자의 카드 남용,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 증가 등이 맞물린 악순환도 지속했다.
유권자시민행동 등을 비롯한 자영업단체는 대규모 집회와 카드 결제 거부 운동 등을 통해 금융 당국과 카드사들을 압박했고 결국 정치권까지 움직여 관련 법안을 개정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금융 당국은 연매출 2억원 이하의 중소가맹점에 대해 우대 수수료율을 기존 1.8%에서 1.5%로 낮추고 대형가맹점의 부당 행위를 금지했다.
월 카드매출 5억원을 초과하는 대형가맹점의 52%는 현재보다 수수료율이 인상되도록 조정했다.
금융 당국은 새 수수료 체계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징계도 강화했다. 카드사가 수수료 관련 규정 위반시 영업정지 3개월 또는 과징금 5천만원, 대형가맹점은 1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등을 부과하기로 했다.
한 카드사의 관계자는 "그동안 카드 수수료와 관련해 자영업단체에 너무 시달려 이번 개편을 계기로 모든 분쟁이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울며 겨자 먹기'…수익 8천700억원 감소 예상
카드업계로서는 이번 개편이 경영에 큰 악재다. 영세 가맹점 우대 수수료율을 현행 1.8%에서 1.5%로 내리고 업종별 수수료를 가맹점별로 바꾸기로 함에 따라 카드업계 전체적으로 연간 8천739억원의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가맹점의 평균 수수료율은 2.09%였으나 새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에서는 1.85%로 떨어져 인하 폭이 0.24% 포인트에 달한다.
카드사로서는 기존 수익을 유지하려면 피나는 경영구조 개선이 불가피하게 됐다.
카드사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이번 조치에 따라 세부적으로 어떤 영향이 발생할지 시뮬레이션조차 돌려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한 카드사의 관계자는 "대형 가맹점 부당 행위를 금지하는 세부 규정이 들어가 있어 다행으로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이번 조치가 영업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보고된 바가 없어 난처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대형 가맹점 범위를 1천억원으로 한 것은 너무 좁은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면서 "새 수수료 체계에 따라 향후 회계 처리를 할 때 애매한 부분이 너무 많아 실무적으로 많이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 당국이 불법적인 부가서비스 축소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기로 해 카드사로서는 진퇴양난이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비용 절감, 보유 설비나 자산을 활용한 부수 업무 확대 등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