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을 앞둔 국세청 분위기가 냉랭하다.
작년부터 잇따라 터진 저축은행 비리에 직원들이 줄줄이 연루됐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2년간 고강도 자정노력을 벌여 힘겹게 쌓아올린 국민 신뢰가 한꺼번에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국세청 내부에는 망연자실한 분위기가 팽배하다.
저축은행 수사과정에서 비리 혐의가 드러난 국세청 직원은 작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때 7명, 올 초 토마토·제일·제일2 저축은행 사건에서 4명이 기소됐다.
솔로몬저축은행[007800] 세무조사 청탁으로는 지난달 1명이 구속됐다. 전직 세무서장 두 명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상태다.
1년 새 14명의 직원이 수사기관에 불려다니며 국세청의 명예를 실추시킨 셈이다.
이들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추징세액을 줄여주거나 조사를 무마하는 명목으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 8월 취임 이후 청탁 배격 등을 목적으로 외부 접촉을 과도할 정도로 피해온 이현동 국세청장으로서는 국민 앞에 할 말이 없게 됐다.
수뢰사건이 모두 이 청장 부임 전에 일어났다고는 하나 세무조사를 둘러싼 조사 직원과 업자의 '뿌리깊은 검은 거래'의 일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탓이다.
이 청장은 그간 지인들로부터 '너무한다'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본인 관리를 철저히 했다. 작년 상반기 부산저축은행 사건으로 직원들이 구속됐을 때는 7월 정기인사에서 본청과 지방청의 조사국장을 대거 교체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8월부터는 비리 연루 직원에게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상급자에게 지휘 감독책임을 묻기로 하는 '세무조사 투명성 및 청렴성 강화방안'을 추진했다.
자체 감찰활동 수위도 한층 강화했다. 일선 세무서의 하급직원이 평일 골프를 친 일이 드러나자 상급자들을 모두 대기발령하고 해당 직원을 좌천시킬 정도였다.
청장의 이런 노력에 직원들 사이에는 '조심하자'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부패 관행에서 벗어나 환골탈태할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채 1년이 안 돼 모두 물거품이 됐다.
이 청장은 지난 9일 열린 전국 조사국장회의에 이례적으로 과장급을 불러모았다. 매년 하던 행사였지만 이날은 여느 해와 달리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5시까지 이어졌다.
이 청장은 이 자리에서 미리 준비한 원고를 제쳐놓고 '정신 차리라'라며 참석자들을 호되게 꾸짖었다는 후문이 나돈다.
국세청의 한 직원은 16일 "주위는 물론 가족에게조차 얼굴을 못 들겠다. 직원끼리 서로 말을 아낄 정도로 분위기가 침체해 있다"며 낙담에 빠진 국세청의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직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세청이 뼈를 깎는 자정노력을 통해 신뢰받는 국민의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