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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급전' 차입 급증은 재정 조기집행 때문
[2012-07-30 연합뉴스]
하반기 경제 악화 땐 급전 규모는 더욱 확대될 듯

재정 조기집행을 서둘렀던 정부가 '돈 가뭄'에 허덕이고 있다.

경기부양용 '실탄' 확보를 위해 재정증권 발행을 재개한 것도 모자라 한국은행 일시 차입마저 크게 늘리고 있다.

정부는 2007∼2008년 세수가 많았을 당시에는 재정증권을 발행하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9∼2010년에는 재정증권 발행 대신 한국은행 차입금으로 `급전'을 조달했다. 그러나 국정감사에서 시정 요구가 나와 지난해부터는 다시 재정증권을 발행했다.

재정증권 발행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고영선 연구본부장은 "과거에는 세금이 잘 안 걷히면 정부가 꼭 해야 하는 기초보장 지출마저 줄이곤 했다. 재정안정화 기능을 놓고 볼 때 당연히 해야 할 지출이라면 재정증권을 찍어서라도 일단 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5년 만에 재정증권 발행을 재개했는데도 한은 일시차입액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프랑스는 법령으로 중앙은행의 대(對)정부대출을 금지한다. 미국, 캐나다에는 대정부 대출취급규정 자체가 없다. 일본, 중국, 대만의 중앙은행은 법적으로는 정부대출을 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거의 정부대출을 하지 않는다.

고 본부장은 "한은에서 돈을 찍어내 정부에 주면 본원통화가 늘어나서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친다. 과거 1960∼1970년대 국채시장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야 그랬지만 아직 한은차입을 하는 것은 의외"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채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한 지금은 재정증권을 발행해 일시적으로 부족한 자금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정부 입ㆍ출금에 따라 시중통화량이 바뀌어 통화정책에 제한을 줄 수 있는 점을 2010년 한은 감사에서 지적한 것으로 안다"면서 "정부가 필요할 때마다 한은 금고에 마음대로 넣었다 뺐다 하는 것은 한은의 독립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재정증권 발행과 한은차입이 동시에 늘어난 것은 정부가 재정 조기집행에 박차를 가했기 때문이다.

경제 회복을 위해 재정을 조기에 집행하면서 재원이 부족할 때 정부의 일시차입이 급증하는 사례가 많다.

정부는 상반기 연간 재정집행 계획 276조8천억원의 60.9%인 168조6천억원을 소진했다. 이 때문에 세수유입과 재정지출의 속도에 차이가 발생, 급전이 필요해진다. 예산은 먼저 쓸 수 있지만 세금은 미리 걷는 게 불가능한 까닭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세수 실적은 91조1천억원으로 연간 목표 대비 진도율이 47.3%에 그쳤다. 작년 동기 진도율(48.1%)보다 낮았다.

하반기에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 둔화, 기업 실적 악화, 내수부진이 겹치면 국세청이 올해 세입예산을 맞추기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부는 2012년도 예산안을 짤 때 재정자금 최고한도액을 15조원으로 잡았다가 연말 국회 협의 과정에서 한도액을 20조원으로 올렸다. 재정자금은 한국은행 일시차입과 재정증권 발행액을 포함한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장기화하자 `빚을 낼 수 있는 한도'를 확대한 것이다.

하반기 2%대 경제성장률이 기정사실화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자금의 한도까지 급전을 조달해 쓰는 양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상반기에 재정 여력을 집중한 만큼 하반기 추가 경기부양을 위해 쓸 카드가 별로 남아있지 않은 탓이다.
 [조회: 1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