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위와 소관
그 동안 세무사법의 합리적인 개정을 위하여 오랜 세월을 두고 수많은 회원들의 노력이 경주되어 왔다. 그러나 아직도 불합리한 내용들이 법령의 이곳 저곳에 도사리고 있어 우리 회원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위로를 삼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5천 여 회원들의 일치된 의견과 줄기찬 의지에서 멀지 않은 장래에 소망하는 세무사법이 이루어진다는 확고한 신념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의결된 개정내용이 비록 만족할 수 없는 것이나 많은 곡절과 애로를 극복하고 열심히 뛰었던 결과로 얻어진 값진 열매라고 스스로 위로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세무사법개정연구위원장의 직무를 맡고 나서 林香淳 회장님과 더불어 개정작업에 관여되는 이 기관 저 기관을 다니면서 입법과정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었으며 그 동안 이러한 개정작업에 헌신적으로 노력해 온 회장님을 비롯한 임원진과 선배, 동료들의 애로를 짐작할 수 있었다.
재정경제부와 어려운 협의를 하고 나면 규제개혁위원회라는 산이 막히고 그 산을 넘고 나면 법제처라는 계곡을 지나야 하며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라는 멀고 먼 들길을 걷고 나면 다시 국회 전문위원회의 벽에 부딪치고 그 벽을 뚫고 나면 재정경제위원회의 작은 강(소위원회)과 큰 강(재경위 본회의)을 건너야 했다. 그리고 조금 안도의 숨을 쉬고 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의 넓은 바다를 건너야만 비로소 피안에 도달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특히 국회는 밤과 낮이 없는 곳이었다. 갖가지 법률에 얽힌 기관과 이해관계 있는 단체들의 구성원들이 사무실, 복도, 회의실 할 것 없이 우굴거리고 시간이 가는 것을 잊어버리고 새벽을 기다리는 광경은 자못 생존경쟁을 하듯 긴장의 연속이다. 재정경제위원회 소위원회의 심의가 있는 날은 林香淳 회장님의 긴급한 연락을 받고 나가 보니 林香淳 회장과 裵瑢祐 부회장이 羅午淵 재경위원장실을 점거하다시피 둘러 앉아 다른 재경위원들을 소개 받고 부탁하고 조르고 눈치보고하면서 초조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위원회의 돌아가는 판세를 엿보려고 회의실을 수없이 기웃거리고, 노크하고, 복도를 서성거리면서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
진통은 이렇게 시작되고 산고는 새벽 한시에야 출산을 보게 된 것이다. 민주적인 입법은 이렇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만 하는지 회의스럽기까지 했으나 독재보다는 낫다는, 아니 최선의 길이라는 점도 느끼게 된 것이다.
2. 개정내용
개정내용의 주요 골자는 다음과 같다.
(1) 겸직제한 완화(제16조)
개정 전에는 유급공무원이나 영리업무에 종사할 수 없도록 하였다. 이 경우의 영리업무에 종사한다고 함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자의 사용인이 될 수 없고 영리법인의 이사 또는 업무집행사원과 사용인이 되는 것을 말한다. 다만 재정경제부장관의 허가를 얻으면 영리업무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등록한 변호사와 공인회계사는 허가를 받은 것으로 의제하였다.
개정된 내용은 첫째, 유급공무원 중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 그리고 비상근공무원은 겸직을 할 수 있도록 명문화하고 둘째로, 영리업무에 종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다음 두 가지는 제외하도록 하였다. 즉 영리업무의 겸직을 허용한 것이다. 그 하나는 학교?학원 등 교육분야 출강이다. 또 하나는 영리법인의 비상근임원에 취임하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가장 큰 쟁점이 되었던 것은 비상근임원의 취임 문제였다. 규제개혁위원회가 비상근임원도 겸직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회의 주장과 설득이 이해되어 수정안이 제출된 것은 비상근임원의 겸직은 허용하되 세무사가 당해 법인의 세무조정 또는 기장대행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경우에는 상근이사로 보아 겸직을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그 수정안이 국회에서 재경위원회 소위원회 심의과정에서 당해 조항의 역사적 배경과 당위성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설득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그 단서를 삭제하고 비상근임원의 겸직은 전면 허용되도록 개정한 것이다.
(2) 세무법인(제4장의 2)
세무법인에 관하여 개정전에는 상법상의 합명회사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는 법률체계를 갖추어 간단한 내용으로 이루어졌으나 개정법률에서는 새로운 장을 만들어 상법상의 유한회사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는 법률체계를 갖추어 14개 조항에 이르는 비교적 상세한 규정을 마련하고, 이 14개 조항에 규정되지 않은 사항은 유한회사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였다.
그 대강을 보면 제16조의 3은 설립사항, 제16조의 4는 등록사항, 제16조의 5는 사원의 수와 자격에 관한 사항, 제16조의 6은 자본금사항, 제16조의 7은 손해배상준비금사항이며, 제16조의 8부터 제16조의 16까지는 타법인출자제한, 명칭, 사무소, 업무집행방법, 경업의 금지, 해산?정관변경, 등록취소, 준용규정 등을 규정하였는바 그 가운데 중요한 것은 유한회사체계로의 전환과 이에 따르는 사원의 자격과 자본금에 관한 사항이다.
첫째, 유한회사체계로의 전환문제이다. 개정전의 세무법인은 합명회사체계의 법률이므로 사원인 세무사가 무한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운 점이었다. 즉 세무법인의 채무에 대하여 사원인 세무사의 개인재산으로도 그 변제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사회는 급속도로 의무중심의 사회문화가 권리중심의 사회문화로 변천하고 있는 상황에 처하여 각자의 책임한계를 철저히 가려내어 자기의 손해를 배상케 하려는 이른바 손해배상소송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법률 중 가장 복잡하고 난해하고 변동이 심한 조세법을 운용하는 세무사가 그 직무와 관련한 책임을 개인의 재산에까지 무한으로 지게 된다면 견딜 수 없는 아픔인 것이다. 세무법인의 수가 크게 증가되지 않는 것도 이러한 이유가 크게 작용하지 않는가 생각되는 것이다.
이리하여 세무법인을 유한회사체계로 전환함으로써 사원이 유한책임만을 지게 되면 세무사의 직무로 인하여 개인의 재산권이 침해 받는 일은 없게 되고 따라서 안심하고 법인의 직무에만 충실할 수 있도록 하려는데 개정의 취지가 있는 것이다.
둘째 사원의 수와 자격요건이다. 사원은 세무사이어야 하고 그 수는 3인 이상이어야 한다. 이 점은 개정 전과 같다. 이번 개정에서 특기할 것은 이사는 3인 이상으로서 반드시 사원이어야 하며 이사 아닌 세무사를 2명 이상 직원으로 채용하여 세무법인에는 5인 이상의 세무사가 있어야 하도록 하였다. 이른바 직원세무사제도를 채택한 것이다. 다만 직원인 세무사의 채용은 1년의 유예기간을 마련하여 점진적으로 법인의 조직을 갖추도록 하였다.
셋째, 법인의 자본금문제이다. 법인의 자본금은 2억원으로 개정하였다. 개정전의 3천만원보다 상당히 증가된 것이다. 그러나 유한책임을 지게 됨으로써 법인의 자본금이 위탁자인 납세자에 대한 책임의 전부라는 측면에서 보면 사원 1인의 부담이 크다고만 볼 수는 없는 것이며 그러한 담보마저 없다면 납세자를 보호하려는 국회로서는 법률의 개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어떤 의원은 유한회사체제로의 전환은 납세자보호가 미약해지는 것 아닌가 하는 반론도 있었으나 우리의 주장과 당위성이 이해되어 마침내 찬동하기에 이르게 된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점이다.
(3) 세무사의 직무(제2조)
세무사의 직무 중 조세에 관한 신고서류의 확인에 관하여 개정전에는 당해 세무사가 작성한 것에 한하여 확인할 수 있도록 되어, 당초에 작성했던 세무사가 휴업이나 폐업한 경우 또는 세무사의 자문만을 받는 납세자는 확인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 점을 감안해 확인을 필요로 하는 날 현재 기장대행, 세무조정, 자문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세무사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하여 납세자의 편의를 도모하도록 개정한 것이다.
(4) 사무소의 설치(제13조)
첫째, 합동사무소는 수개의 개인사무소가 동일한 장소에 설치된 데 불과하고 법률상 실효성이 없는 것이므로 이를 삭제하였다.
둘째, 복수사무소의 설치문제이다. 개정전에는 등록된 공인회계사ㆍ변호사가 세무대리업무만을 위하여 별도의 사무소를 설치할 수 없도록 하였으나 개정법률에서는 공인회계사ㆍ변호사뿐만 아니라 법무사, 변리사, 관세사, 감정평가사, 공인노무사, 공인중개사, 경영지도사, 기술지도사, 행정사 그밖에 이와 유사한 자격사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격사의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에는 세무대리업무를 위한 별도의 사무소를 설치할 수 없도록 하였다. 따라서 동일사무소에서 세무사로서의 업무와 다른 자격사로서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허용되는 것이다.
이러한 동일사무소에서의 업무집행원칙은 수개 사무소에서의 업무집행으로 인한 세무대리업무의 소홀을 방지하고 세무대리업무의 전문성과 충실도를 고양하려는데 그 취지가 있다.
(5) 업무의 제한 등(제20조 제2항)
개정전에는 세무사의 칭호는 세무사법 제6조의 규정에 의하여 등록한 자가 아니면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였다. 개정법률에서는 세무사칭호 뿐만 아니라 이와 유사한 명칭도 사용할 수 없음을 명문화하였다.
이는 최근에 세무관리사라는 유사명칭을 사용케 하는 학회가 유사자격시험을 치르고 그 자격증을 발행하는 등의 사례가 발생하여 본회가 소송을 통하여 그 명칭사용을 금지케 하는 판결을 받아 시행금지가처분결정까지 내려졌던 사실이 있었으므로 유사명칭사용금지에 관한 명문규정을 두기로 하는 개정을 하게 된 것이다.
(6) 경력세무공무원의 자격취득(부칙 ③)
국세에 관한 행정사무에 일정기간(국세행정 10년 이상 경력자 중 5급 이상 5년 이상 경력자) 종사한 자에게 세무사의 자격을 부여하는 이른바 자동자격부여제도가 2000. 12. 31에 삭제되자 관련 공무원들의 헌법소원에 의하여 헌법재판소는 2000. 12. 31 현재 이미 5급 공무원인 사람은 자격취득요건기간이 경과하면 그 자격을 부여하도록 하라는 결정을 하게 되었고 이를 세무사법 부칙 제③에 규정하였던바 이번 개정법률(부칙 ③)은 2000. 12. 31 이전에 국세에 관한 행정사무에 종사한 자에 대하여는 종전의 규정(자동자격부여)을 적용한다고 규정하였다. 즉 2000. 12. 31 현재 국세공무원인 자는 앞으로 10년의 경력기간이 지난 후 그 가운데 5급 이상으로 재직한 기간이 5년 이상이면 세무사자격을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이 문제에 대하여는 그 동안 본회가 수 차례에 걸쳐 반대의사를 표명하였으나 변리사, 법무사 등의 다른 자격사가 같은 내용으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자격사들의 자격취득요건의 형평을 맞추어 함께 처리하겠다는 국회의 태도가 완강하여 그 귀추를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회에서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우리의 주장이 관철되지 못한 점에 대하여는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
3. 맺는 말
위와 같이 개정된 세무사법의 주요내용을 살펴보았으나 우리는 더욱 더 큰 두 가지의 과제를 안고 있다. 그 하나는 세무사의 소송대리권 쟁취와 다른 하나는 세무사의 자동자격부여의 폐지이다. 이 두 가지 문제는 마치 넘기 어려운 산과 같고 건너기 어려운 바다와도 같다. 그러나 인간의 지혜와 능력으로 넘지 못하는 산도 없고 건너지 못하는 바다도 없다. 우리는 그 첫걸음으로 200만이 넘는 국민으로부터 찬동의 서명을 받았다. 그 서명의 내용이 입법자들에게 이해될 뿐만 아니라 이를 반대하는 세력들의 사람에게까지 납득이 되고, 이러한 우리들의 주장이 국민의 편의를 돕고 국민의 부담을 덜어주는 올바른 제도임을 전 국민이 알고 호응할 때에 비로소 우리가 소망하는 제도는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우리는 그 때가 언제인가를 묻지 말고 끊임없는 노력을 중단 없이 지속하는 일이 성공의 첩경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제 354호 (2002. 1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