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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3760]
36년 묵은 부가가치세법 새롭게 다시 쓰다

        이인기
기획재정부 조세법령개혁팀장

 

 

“세법은 어렵다. 읽어도 의미를 이해 못하겠다.” 국민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국민들 뿐 아니라 세법전문가들도 세법이 어렵다고 말한다. 몇 년 전에는 세법을 담당하는 부서의 장관도 세법이 쉽지 않다고 발언한 바 있다.

세법이 어렵다는 것은 다른 법률이 어려운 것보다 국민에게 훨씬 더 직접적이고 심각한 문제다. 매년 모든 국민들로 하여금 적지 않은 돈을 세금으로 납부하도록 하는 세법이 다른 법률보다 국민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이런 문제를 외면하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해하기 쉬운 세법을 만들기 위해 재무부가 1982년에 ‘조세법령정비 5개년 계획’을, 재정경제부는 2000년에 ‘세법 체계와 내용을 알기 쉽게 정비’사업을 시도했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시도는 번번이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정비 작업을 시작할 때에는 의욕이 넘쳤지만, 조세법령을 정비할 전담 기구도 구성하지 못했고, 사례 분석 및 전문가 검토를 위한 충분한 예산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부 특히, 기획재정부 세제실이 알기 쉬운 세법 만들기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과거의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계속해서 알기 쉬운 세법 만들기를 위한 준비를 해왔다.

 

이런 분석과 준비를 바탕으로 세제실은 2011년부터 국민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부가가치세법, 소득세법, 법인세법 3개 세법을 명확하고 알기 쉽게 개정하기 위한 ‘조세법령 새로 쓰기’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조세법령 새로 쓰기는 실패로 끝난 과거의 시도들과 여러모로 다르다. 우선 세제실 내에 조세법령 새로 쓰기 작업만을 전담할 조세법령개혁팀을 신설하였다. 세제 경험이 풍부한 세제실 출신의 팀장을 선임하고,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 외부 조세전문가들을 선발하여 팀을 구성했다.

 

또한 소수의 공무원만이 정비할 조문을 찾고 검토한 과거의 사업들과 달리, 15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투입하여 국내 최고의 법무법인, 회계법인, 조세연구기관, 세무사회가 직접 정비 초안을 작성하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 세무 현장의 목소리가 새로 쓴 조세법령에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국문학자의 참여는 주목할 만하다. 각 세법마다 국문학자가 참여하여 세법 조문이 국문법에 맞는지 납세자가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인지를 세밀하게 검토하여 새로 쓴 조세법령에 반영했다.

 

그 밖에 조세법령 새로 쓰기는 단순히 쉽게 읽히는 것만을 목표로 하지 않고 명확하게 쓰기에도 중점을 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조문의 해석을 두고 분쟁이 일어날 수 있는 모호한 조문을 명확하게 쓰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조세법령을 쉽게 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조세법령 새로 쓰기의 취지가 세법을 명확하고 알기 쉽게 쓰는 것이기 때문에 모호한 조문의 개정을 넘어서 세율변경, 과세권 확대, 감면제도 정비 등 국민의 납세의무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조세정책의 근본 틀을 바꾸는 작업은 하지 않았다.

2011년에 시작된 조세법령 새로 쓰기는 금년 6월에 새로 쓴 부가가치세법·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의 완성으로 결실을 맺었다.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을 가장 먼저 완성한 것은 부가가치세법의 전면 개편이 가장 시급하기 때문이다.

 

부가가치세법은 1976년 제정된 후 지난 36년 간 단 한 번도 전면 개편되지 않고 오늘날에 이르렀다. 부가가치세는 2011년 기준 세수가 51조원으로 내국세 중 가장 비중이 크고, 국민의 거래 하나하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세목이다. 그럼에도 부가가치세법은 단지 46개의 법조문만으로 구성되어 법령이 아닌 해석과 예규를 통해 법이 운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부가가치세법의 비중과 각계의 비판을 고려하여 세제실은 조세법령 새로 쓰기의 첫 번째 작품으로 부가가치세법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세제실은 올해 7월 18일 새로 쓴 부가가치세법 개편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각계 의견이 반영된 36년만의 부가가치세법 전면 개편안을 8월 중 입법예고를 거쳐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새로 쓴 부가가치세법의 주요한 특징은 다음과 같다.

 

우선 현행 46개 조문을 73개로 늘였다. 아무리 정교하게 법조문을 써도 조문수가 적으면 국민이 법조문을 찾고 읽기가 어렵다. 상호면세, 의제매입세액 공제와 같이 다른 제목의 조문에 숨어 있는 법 조항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중요 조문 중심으로 조문의 수를 대폭 늘려서 국민이 숨어 있던 조문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은 이 번 개편안의 주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 새로 쓴 부가가치세법의 가장 큰 특징은 조문번호 체계의 혁신적개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부터는 새로 쓴 부가가치세법의 주요 특징들에 대해 자세하게 살펴보겠다.

 

우선 새로 쓴 부가가치세법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법·시행령·시행규칙 조문번호의 혁신적 개편을 들 수 있다. 

현행 체계는 법률 조문번호와 시행령·시행규칙의 조문번호가 각각 달라, 납세자가 법률 조항과 관련된 규정을 찾기가 무척 어렵다.

예를 들어 세금계산서 발급의무 면제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세법 제16조 세금계산서 조항을 찾아보고, 다시 시행령에서 제57조(세금계산서 발급의무의 면제 등)를, 시행규칙에서는 제17조(세금계산서 발급 의무 면제)를 찾아내야만 한다.

복잡하고 조문 개수도 많은 시행령에서 법률 조문과 관련된 조문을 찾아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세법을 다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새로 쓴 부가가치세법은 법률을 중심으로 시행령, 시행규칙의 조문번호를 통일시킴으로써 시행령과 시행규칙 조항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였다. 예를 들어 법 제16조 관련 시행령은 제16-1조, 시행규칙은 16-1-1조와 같은 방식이다. <표 1>참조

둘째, 새로 쓴 부가가치세법은 법만 읽어도 부가가치세 과세 실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편제를 세분화하고 조문 수를 늘였다. ‘의제매입세액 공제 조문이 몇 조인지?’, ‘공통매입세액을 안분하려고 할 때 어떤 조문을 봐야 하는지?’라는 질문에 대해 주저하지 않고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문제는 현재의 부가가치세법의 조문 수가 적고 한 개의 조문이 많은 내용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새로 쓴 부가가치세법은 부가가치세법 과세 체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조문을 신설하고 새롭게 배열하였다.

특히, 납세자가 가장 궁금해 하는 세액 계산 관련 조문을 보완하였다.

개정안은 제37조에서 납부하여야할 세액을 어떻게 산출하는지 전체적인 흐름을 보여 준 후, 제38조부터 제47조까지 신고서 작성 순서에 따라 공제 받는 매입세액, 공제 받지 못하는 매입세액, 공통매입세액의 안분, 의제매입세액 공제 등의 조문을 별도로 분리하여 규정하고 있다.  

그 결과 납세자가 조문을 찾기 쉽고 조문 순서대로 읽기만 해도 신고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다. <표 2>참조

 

셋째, 한 조문에 혼재되어 있던 원칙과 특례 규정을 명확하게 분리했다.

현행법은 원칙 규정과 특례(예외) 규정이 구별되지 않고 한 개의 조문에 섞여 있어 원칙과 특례의 차이를 이해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거래시기와 관련하여, 현행 부가가치세법 제9조 한 개의 조문에 재화와 용역의 원칙적 공급시기, 세금계산서 발급에 따른 공급시기 특례가 모두 규정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재화가 인도ㆍ이용ㆍ확정되는 때를 공급시기로 본 법률 규정과 달리 시행령은 대가를 받기로 한 때, 세금계산서를 미리 발급한 때 등을 공급시기로 간주하고 있어, 법률과 시행령이 상충하는 것으로 납세자가 오인할 소지도 있다.

 

개정안은 원칙 규정인 제15조(재화의 공급시기), 제16조(용역의 공급시기)와 특례 규정인 제17조(재화 및 용역의 공급시기 특례)를 별개 조문으로 명확히 구분하고, 시행령도 별개 법률 조항에 따라 각각 규정함으로써 법ㆍ령 간의 상충을 막고, 납세자가 원칙과 특례를 각각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표 3>참조

 

넷째, 조문표현을 명확히 하여 조문 상호간 논리적 연결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우선, 공급가액과 과세표준을 구분한 것을 사례로 들 수 있다. 현행 부가가치세법은 개별 재화ㆍ용역을 거래할 때 마다 납세의무가 성립하고 과세표준을 계산해야 하는 것처럼 규정하고 있어 부가가치세가 기간단위(6개월) 과세가 아닌 것으로 납세자가 오해할 소지가 있다.

개정안은 부가가치세가 기간과세 됨을 명확히 보여 주기 위해 공급가액은 개별 재화ㆍ용역의 공급에 대한 대가로 규정하고, 과세표준은 과세기간 동안 공급가액의 합계액으로 명확히 구분하여 규정했다. <표 4>참조

또 다른 사례로 재화의 자가공급을 들 수 있다.

 

현행법은 자기의 사업과 관련하여 취득한 재화를 자기의 사업을 위하여 직접 사용한 경우를 공급으로 보아 과세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법률 조문만으로는 동어반복으로 보일 뿐이어서 납세자가 그 취지를 알기 어렵다.

개정안은 자기의 과세사업을 위하여 취득한 재화를 자기의 면세사업을 위해 사용한 경우 공급으로 보아 과세한다고 명시해 어떠한 경우에 왜 공급으로 보아 과세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표 5>참조

 

마지막으로 시행령 규정 중 납세자의 권리ㆍ의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규정을 법률로 상향 입법한 점을 개정안의 특징으로 들 수 있다.
현행법은 조문이 46개에 불과하고 과세요건 중 많은 부분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어, 납세자가 법률만 읽고는 부가가치세에 대해 알기 어렵다. 

이와 같이 지나치게 많은 내용이 시행령에 규정되어 있는 것은 법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 뿐 아니라 조세법률주의 위반의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정안은 사업장의 개념, 사업자 등록의 거부 등 현재 시행령에 규정 되어 있으나, 납세자의 권리ㆍ의무에 중요한 사항은 법률에 명시적으로 규정해 납세자의 이해를 돕고 조세법률주의 요청에 충실하고자 했다. <표 6>참조

 

지금까지 새로 쓴 부가가치세법의 주요한 특징을 살펴보았다. 조세법령개혁팀은 2년에 걸쳐 부가가치세법 중 논란이 되는 부분을 명확히 쓰고 어려운 부분을 쉽게 쓰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성과물인 개정안을 금년 정기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아무쪼록 36년만의 전면 개정안이 납세자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 본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586호(2012.8.16)

 [조회: 37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