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당대회와 후보 수락 연설을 마친 대선 후보들이 본격적인 정책 대결로 유권자 표심 사로잡기에 나섰다.
민주당 전대가 끝난 지난 6일부터 9일 사이에 시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대부분 오차범위 안에서 앞서고 있으나 오는 11월 6일 대선 때까지 상승세를 이어갈지는 미지수이다.
갤럽이 9일 공개한 지지율 조사(9월2~8일, 오차범위 ±2%포인트)에서 오바마는 49%로 롬니를 5%포인트 앞서면서 전날 조사치보다 격차를 1%포인트 더 벌렸다. 로이터-입소스 조사(9월5~9일, 오차범위 ±2.7%포인트)에선 오바마가 47%, 롬니가 43%로 하루전 공개치와 같았다.
그러나 10월 중 세 차례 있을 텔레비전 토론회를 비롯해 9월과 10월 실업률 등 `백악관 수성의 길' 곳곳에 지뢰밭이 있어 오바마가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
특히 노동부가 집계하는 10월 실업률은 대선 직전 발표될 가능성이 있어 실업률이 현재 8%대에서 7%대로 떨어지지 않으면 부동층과 경합주(州)의 유권자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기 어렵다.
올해 대선 승패를 가를 것이 확실시되는 경합주는 10개 내외로 대통령 선거인 수만 85~151명에 달해 어느 후보든 경합주에서 이기면 백악관 주인이 될 수 있다.
대통령이 되려면 선거인을 270명 이상 확보해야 하는데 9일 현재 오바마는 221명, 롬니 191명, 경합 126명(리얼클리어폴리틱스 추정)으로 두 후보 모두 전체 선거인단의 과반을 얻지 못하고 있다.
라스무센리포츠가 11개 경합주(콜로라도, 플로리다, 아이오와, 미시간, 네바다, 뉴햄프셔,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버지니아, 위스콘신)에 대한 후보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9일 현재 오바마 46%, 롬니 45%로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 11개주에 배정된 선거인만 146명이다.
중립적인 정치전문 웹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는 자체 분류한 10개 경합주(배분 선거인 126명)에서 오바마가 노스캐롤라이나(15명)를 빼고 9개주에서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아이오와(6명) 0.2%포인트, 버지니아(13명) 0.6%포인트, 위스콘신(10명) 1.4%포인트, 오하이오(18명) 1.5%포인트, 플로리다(29명) 1.7%포인트 차밖에 안 나고 있어 오바마와 롬니 캠프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고 보고 이들 지역에 광고와 유세를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롬니는 일요일인 9일 NBC 방송의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 세금과 건강보험 등 유권자의 최대 관심거리들에 관해 자신의 정책을 홍보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국가 부채를 줄이려고 중간소득층의 세금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자신의 세금정책을 `부유층 감세, 중산층 증세'로 비난해온 오바마와 민주당 주장이 틀렸음을 환기시켰다.
롬니는 정부가 세수를 유지하면서 세율을 인하하기를 바란다면서 "이자와 주식배당금, 자본이득에 매기는 세금을 없애면 중간소득층의 세율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소득층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게 아니다. 고소득층에 대한 공제와 면세 숫자를 줄이는 것"이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오바마 주장대로) 세금우대(감세)조치가 된다"고 설명했다.
또 롬니는 오바마 대통령의 최대 업적 중 하나인 건강보험개혁법(전 국민의 의료보험 가입 의무화)과 메디케어(노인층 의료보험)에 대한 자신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개인이 나이에 관계없이 선호하는 가족 보험에 가입하도록 개인의 보험 선택권을 보장할 것이라며 기업(고용주)을 통하지 않고 개인 스스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롬니는 메디케어의 경우 미래 은퇴자에게 (상한이 정해진) 보조금(바우처)을 지급해 민영 보험에 가입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혀 정부가 모든 의보 혜택을 보장하려는 건보개혁법(일명 오바마케어)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그는 "건보개혁법 안에는 내가 좋아하는 내용도 많이 있다"면서 "오바마케어의 모든 것을 없애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해 오바마케어 무효화 주장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 이 같은 후퇴는 아직도 많은 유권자가 건보개혁법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CBS 방송 인터뷰에서 롬니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균형적인 방식이 아니면 예산적자를 줄일 수 없다. 우리는 정부의 군살을 빼고 효율성을 높여왔다"며 "우리는 국민에게 지난 10년간 누가(어느 정권이) 더 (균형 예산을) 잘해왔는지와 지난 50년간 누가 세금을 낮췄는지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균형 예산 해법으로 세수 1달러 증가시 정부 지출 2.5달러 삭감을 주장하는 반면 롬니는 세수 1달러 증가시 정부 지출 10달러 삭감으로 맞서왔다.
오바마는 연간 소득 25만달러 이상을 기준으로 삼은 세율, 즉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대의 세율로 돌아간다면 적자를 좁히고 경제를 안정시키며 중산층 세금을 낮게 유지할 수 있다면서 "우리 모두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를 강화하기 위해 두 보험의 일부 내용을 (불필요한 지출을 억제하는 식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야 건강보험 비용을 싸게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롬니의 바우처(쿠폰) 지급안이 노인의 보험료 부담을 늘릴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오바마와 롬니는 백악관과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지난해 미국의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를 막기 위해 초당적인 협상을 벌인 것을 놓고도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롬니는 향후 10년 동안 지출 삭감과 세수 증대를 통해 1조 달러 적자를 줄이는 `그랜드 바겐'안에 합의한 것을 국방비 대폭 삭감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큰 실수'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오바마는 `힘든 결정'이었는데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이 합의안을 거부했다며 재정절벽(fiscal cliff) 위기를 롬니의 공화당에 돌렸다.
재정절벽이란 세금 감면 시한 종료와 정부 재정 지출 축소에 따라 경기가 급격하게 하강할 것이란 우려를 절벽에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