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모 유력신문사의 논설위원을 만나 세무사의 조세소송대리의 필요성에 대하여 토론을 한 적이 있다. 변호사의 소송대리 독점의 문제점에 대하여 공감을 하고 세무사회에서 추진하는 범국민서명운동에 대하여 높게 평가하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바란다는 말과 필요한 자료를 보내 달라고 하였다.
또 경제부처에서 장관까지 하신 세무인 출신 모 인사는 세무사회에서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며 세무사가 국민의 뜻을 모으는 힘이 있다면 세무사는 반드시 목적을 달성할 것으로 본다고 하면서 자기도 세무사 개업을 하여야 되겠다는 말을 하였다.
변호사의 소송대리 독점이 변호사로 하여금 사회적 지배계급이 되도록 하여 그들의 희망에 따라 많은 자격을 자동으로 취득할 수 있는 특권을 준 것은 근세 사법제도의 탄생과 아울러 무지한 국민의 법률적 권리보호의 책임을 변호사에게 주면서 최고 자격사로서 지위를 주었고, 그 지위에 걸 맞는 명예와 특권을 지금까지 누려왔다.
여태까지 소송대리는 변호사만 하여야 한다는 현 제도에 대하여 국민은 체념하고 많은 부담을 감수하였다.
·다양한 현대적 법률체계는 분야별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
다양한 산업사회에서 국민의 권리를 6법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들고 각 분야가 고도로 전문화되어 가고 있는데, 소송대리만은 변호사만을 통하도록 하는 것이 국민의 권리에 얼마나 제한을 주고 있는 것이냐에 대해서 국민 스스로 느끼게 된 시기가 왔다는 것을 정부와 법조계에서도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난 9월 9일 세무사제도 창설41주년 기념식을 서울·중부회원들과 함께 63빌딩에서 하였다. 우리 세무사는 그동안 최고의 세무전문가로서 국민에게 뿌리를 내렸다.
세법에 관한 한 국민들은 변호사·공인회계사보다 세무사를 찾는다. 독일의 경우는 변호사·공인회계사·세무사가 다 같이 세무대리를 할 수 있고, 조세소송대리도 할 수 있지만 납세자가 세무사를 찾기 때문에 변호사·공인회계사도 세무대리를 하려면 세무사 자격을 취득하여 세무사 명칭으로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세무대리에 관한 한 세무사는 변호사·공인회계사보다 전문성을 국민으로부터 인정받고 있는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무사가 조세소송대리를 할 수 없으면 완전한 세무대리인이 될 수 없다. 아울러 회계업무도 공인회계사의 고유업무라고 많은 법령에서 제한하고 있으므로 이와 같은 구도에서는 세무사가 어떻게 그 전문성을 국민에게 돌려줄 수 있겠는가!
세무사제도의 선진국이라고 하는 독일의 세무사는 컨설팅업무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컨설팅업무를 변호사와 회계사가 거의 독점하고 있다. 세무사는 조세소송대리와 회계업무의 제한으로 완전한 컨설팅업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컨설팅업무의 개발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법률과 회계시장이 완전히 개방될 때, 세무대리업무가 법률과 회계로 찢어질 때, 과연 우리가 설 땅은 어디인지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일등이 아니면 살아갈 수 없는 냉혹한 국제사회의 질서 속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는 오늘에 사는 우리의 비전과 희생이 따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국민서명은 국민 중심의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역사적 사업이다.
세무사회에서 국민서명운동을 기획하고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우리 5,000여 회원이 단합하면 200만 납세자의 힘을 조직화할 수 있고, 우리가 주장하는 것이 국민의 기본권을 신장하고 변화된 사회에 국민중심의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것이며,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기고 판단되기 때문이었다. 기득권자가 자리하고 있는 구조의 개혁은 국민의 힘에 의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을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가 한 정부주도개혁의 한계에서 분명히 보았다.
개혁은 마치 요새를 정복하는 전쟁과 같이 어렵다. 전투에서 요새를 탈환하는 전술은 상대보다 2배의 병력과 화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가 조세소송대리권을 확보하는 길은 국민의 정당하고 조직화된 요구를 함으로 하여 국회에서 직접 입법하는 것이다. 국회 법사위원회를 모두변호사가 차지하고 있는데 그 장벽을 어떻게 넘을 것이냐 하고 걱정하는 회원도 많은데 국민서명에 의한 입법청원에 대해서는 명분 없는 직역이기주의로 반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국민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그 처리에 대한 관심도 정부에 제출하는 법률안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국민서명을 입법까지 가는 과정에서 국민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은 세무사회 집행부의 몫이 될 것이다. 경제계, 학계, 시민단체 등의 지지를 받는 것과 언론의 지지를 받고 언론이 나서도록 하는 것, 이 모든 하나하나가 세무사회 조직으로서는 너무 벅찬 일이지만 임향순 회장님과 집행부는 이 모든 것을 걸고 뛰고 있다.
조세소송대리와 자동자격의 폐지는 그 이익을 누리고 있는 변호사, 공인회계사가 어떠한 명분에도 놓지 않으려고 하고, 관련단체에서는 대화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조세성격의 부담금에 대한 행정심판대리는 1995년 12월 세무사법 개정시 세무사 직무로 규정하였고, 행정심판법도 개정하여 보완하였는데, 2001년 재경부안으로 확정된 세무사법 개정안에 경미한 내용의 부담금을 세무사법에 추가하여 법제처 심의를 거쳐 국무회의에 상정하였으나, 법무부장관의 반대로 정부안에서 빠졌다.
이미 개발부담금에 대한 행정심판대리가 세무사의 직무로 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같은 성격의 다른 부담금에 대한 행정심판대리는 세무사가 할 수 없다는 법무부장관의 논리는 무엇인지, 과연 합리적 판단에 따른 것인지, 변호사 직역보호를 위한 것인지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다.
·힘에 의하여 합리성이 배제되는 후진국형 제도는 제일 먼저 개혁되어야 한다.
힘있는 법조3균이 변호사 조세소송대리의 보호막이 되어 한치의 변화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현실에서 세무사법의 주관부서인 재정경제부의 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은 거의 없으며 세무사회는 무슨 힘이 있겠는가!
일부 회원은 국민서명운동에 대하여 우려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국민의 뜻에 맞지 않는 제도가 국민에 의하여 개선이 되는 것은 민주주의의 필연이며 장점이다.
국민서명은 잠자는 국민의 권리를 다시 깨우는 역사적인 일이며 근대적 힘에 의하여 기득권에 안주하는 세력은 국민으로부터 거부당한 것이 역사적 흐름이다. 따라서 국민서명은 국민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양적·질적 확보가 되어야 하며, 충분한 서명이 될 때 우리는 다시 국민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거대한 작업에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제 350호 (2002. 9.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