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增稅)가 대선정국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 등 대권주자 3인이 약속하는 복지공약을 감당하려면 국민의 세(稅) 부담 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누가 당선되든 국민의 조세부담률을 높여야 한다는 `총론'에도 크게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각 후보 진영은 구체적인 `증세 공약'을 내놓는 것은 꺼리는 분위기다.
세금 체계를 바꾸는 것이 워낙 복잡한 작업인 데다 대선을 불과 두 달 남겨둔 시점에서 국민의 부담을 높이는 주장을 펼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어떤 세목(稅目)을, 얼마나 많은 비율로 인상할 것이냐는 방법론도 사뭇 다르다.
새누리당 박 후보는 `씀씀이를 줄이면 된다'는 쪽이다. 복지 재원의 60%를 정부의 지출 감축으로, 40%는 비과세ㆍ감면 축소 등으로 마련하는 이른바 `6대4'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증세와는 거리를 두는 셈이지만, 새누리당 내에선 "씀씀이만 줄여서는 한계가 있으며, 결국 소득세율 또는 부가가치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나마 명쾌하게 증세 방침을 밝힌 쪽은 민주당 문 후보 캠프다. 문 후보 측은 `부자 증세', `대기업 증세'로 방향을 잡고 있다.
무소속 안 후보 측은 비과세 감면 축소 등을 통해 세수를 최대한 확보한 뒤에도 추가 세수가 필요하다면 철저한 국민적 합의 하에 증세를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보편적 증세론'을 제시하면서 문 후보의 `부자 증세론'과는 차이점을 보였다.
◇다시 불붙는 `부자증세론' = 소득세율 인상에서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모두 고소득층을 주로 겨냥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대선 공약'과는 별개로 부자증세론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나성린 당 정책위 부의장은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3억원 초과'에서 `2억원 초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김무성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이 `부유세 신설'을 주장했다가 논란이 불거지자 하루 만에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해명하는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민주당 문 후보는 지난 11일 "강자독식 구조의 개혁과 함께 조세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소득세 최고구간을 신설하겠다"며 `부자증세' 방침을 밝혔다.
앞서 민주당이 `1% 슈퍼 부자증세' 방침을 세우고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구간을 현행 `3억원 초과'에서 `1억5천만원 초과'로 대폭 낮추는 방안을 당론으로 정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반면 안 후보는 "복지확충을 위해서는 소득 상위층뿐 아니라 중하위층도 형편에 맞게 조금씩은 함께 비용을 부담하며 혜택을 늘려가는 게 맞다"는 보편적 증세 쪽이다.
안 후보는 현재 40%에 달하는 면세(免稅) 계층을 줄이고 더 많은 계층을 상대로 세금을 거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는 지난 19일 기자들과 만나 "우선 여러 세제 혜택이 현실에 맞는지를 보고 나서 세율 올리는 것을 국민 동의하에 진행해야 한다"며 "1, 2, 3단계로 점진적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증세' 文 vs 朴ㆍ安 입장차 = 법인세 인상에서는 문 후보가 직접적인 세율 인상을 주장하는 반면 박 후보와 안 후보는 신중한 편이다.
문 후보 측은 이명박 정부 들어 22%로 낮아진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법인세는 `상위 1%' 대기업들이 전체 법인세의 80%를 부담하는 상황이어서, 법인세율 인상은 곧 대기업 증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박 후보는 법인세율 자체에 대해서는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대기업 증세에 반대하는 쪽이다.
안 후보도 직접적인 법인세율 인상보다는 실질적으로 기업이 부담하는 `실효세율'을 높이자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율 자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슷하지만 각종 비과세ㆍ감면으로 실제로 기업이 부담하는 세율이 낮은 만큼 이를 높이자는 것이다.
박 후보도 복지재원 마련의 방법으로 `비과세ㆍ감면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법인세 분야에서는 박 후보와 안 후보가 비슷한 측면이 있다.
◇부가가치세 인상 논란 = 부가가치세율(10%) 인상은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실제로는 가장 민감한 이슈다.
부가세 논란을 촉발한 쪽은 새누리당 박 후보 진영이다.
새누리당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지난 16일 "부가가치세는 35년간 세율(10%)이 한 번도 변하지 않은 상태"라며 부가세 인상 검토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김 위원장은 "지금 당장 증세를 전제로 얘기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말한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결국 부가세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부가세는 물건값이나 서비스요금에 붙는 대표적인 간접세다. 전체 세수(稅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7% 안팎으로 가장 크다.
소득세나 법인세와 비교하면 세금을 거두기가 쉽지만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부과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의 부담이 커진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하다.
문 후보 측은 부가세 인상 문제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참여정부 당시 도입된 종합부동산세(종부세)도 또 다른 논란거리다.
문 후보측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은 지난 17일 한 라디오에 나와 "참여정부 시절에 종부세가 세금폭탄이라고 매도된 것은 잘못이고 바로 잡혀야 한다"며 "종부세가 이론적ㆍ실질적으로 가장 좋은 세금"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은 부가세 인상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안 후보 캠프의 경제민주화포럼 간사인 홍종호 서울대 교수는 "증세를 하더라도 지혜롭게 할 수 있다"며 "부가세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