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憂思勞傷心脾健忘
- 스트레스는 건망의 원인 -

 

 

늘상 알고 있던 전화번호나 사람의 이름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안경을 쓴 채로 안경을 찾아 온 집을 헤매기도 하고, 직장에선 방금 시켰던 일을 잠시 후에 또 시키곤 합니다.

 

특히 젊은 사람 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나면 ‘나도 치매가 올려나?’ 하고 걱정 섞인 자조와 함께 쓸쓸함을 느끼곤 합니다.

 

건망(健忘)이라는 것은 사고나 충격, 외상 등으로 그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 혹은 그 이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 또는 아무런 까닭 없이 물건이나 이름 등을 잊어버리는 경우 등을 말합니다. 

 

흔히들 건망이 심한 분들을 치매(痴 )가 올 것으로 생각하는데, 치매와는 아주 다른 것입니다. 치매 역시 의식이나 기억의 장애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닮은 점이 있으나 뇌 자체에 병변이 생겨 되돌릴 수 없는 증상을 말합니다.

 

정신과학적으로는 단순히 잊어버리기만 하면서도 윤리적, 인격적으로는 문제없는 경우를 건망이라 하고, 윤리적이나 인격적으로 이상한 행동을 함께 하면 치매라 합니다. 때문에 건망증이 있는 사람이 반드시 치매에 걸린다고는 보기는 힘듭니다. 물론 사고로 인한 건망과 그렇지 않은 건망은 구별해서 접근해야 합니다.

 

동의보감 에는 “근심걱정, 정신노동으로 심장과 비장을 손상시키면 건망이 된다(憂思勞, 傷心脾, 健忘).” 고 하여 건망을 실지증(失志證)의 하나로 다루고 있습니다. 또 ‘항상 잘 잊어버리고, 처음 시작한 말과 나중의 말이 다르며, 일을 하는데 두서없이 아무 일이나 하는 병’이라 하였으며, ‘태어나면서부터 머리가 나쁜 것과 사람이나 일을 잘 잊어버리는 것’을 구별하고 있습니다. 건망의 원인으로 생각과 걱정이 많은 경우, 심장(心臟)과 신장(腎臟)의 기능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 잘 놀라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오래된 경우 등으로 상세히 구분하였습니다.

 

건망의 치료는 원인을 제거하고 예방하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합니다. 심장의 기운을 길러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소화기와 수분 대사를 정상화시켜 담(痰)이 막히지 않게 하며, 체력과 음기(陰氣)를 보태어 줍니다. 치료 방법으로는 약물요법, 침구요법 등을 병행합니다.

 

건망의 원인이 스트레스와 과도한 정신노동에서 올 수 있기 때문에 치료와 함께 생활을 잘 조절하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건망이 심한 사람이라면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서 근심걱정을 잊고, 욕심을 부리거나 다투지 않으며, 특히 성욕을 자제해야 건망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자신의 노후를 답답한 심정으로 걱정하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적극적으로 정신적인 부담을 풀어낼 수 있는지를 찾아가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겠지요. 

 

지난 일을 자꾸만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일에 관심을 두는 것은 건망의 치료 뿐 아니라 몸과 마음을 젊게 하는 비결입니다.

 

  - 현대한의원 원장(02-822-5111)
  - (주)민족의학신문사 회장
  - 한국민족문화협의회 수석부회장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

 

제 346호 (2002.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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