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지 원
고용노동부 고용서비스정책관
영화속 세상에서는 어디선가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보란듯이 나타나는 영웅들이 많다. 어려운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해 주는 영웅이 항상 대기중이라는 것은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영화속 세상과 달리 현실세계는 녹녹치 않다. 잘 다니던 직장도 사정이 어려워져 그만둬야 할 때도 있고, 정년퇴직을 앞두고 그간 해오던 일과 전혀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할 때도 있다.
자식 뒷바라지와 당장의 생활유지 때문에 노후대비는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누구에게나 닥치는 이런 어려움을 한 개인이 모두 책임지기는 어렵다. 그래서 전국민이 그러한 위험부담을 다함께 나누자고 시작된 것이 4대 사회보험제도이다.
고용보험은 가장 늦게 시작된 사회보험제도지만 ‘97년 IMF 외환위기 시에 실업급여를 대폭 확대하면서 실업대란 극복에 핵심적 역할을 하였고, ’08년 금융위기시에도 130만명 이상 근로자에게 약 4조원의 실업급여를 지급하여 위기를 극복하는데 기여하였다.
혜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영양사로 재직하던 A씨는 배우자 병간호를 위해 퇴사하고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근로시간이 좀 더 탄력적인 음식점 매니저 일자리를 소개받았다. 은행에서 26년간 근무하다 퇴사한 B씨는 실업급여를 받는 동안 심층상담을 통해 적성에 맞게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였고 요양병원에서 제2의 직업인생을 시작하였다. 공공근로 등 단기일자리만 전전하던 C씨는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고용센터에서 취업전략과 면접기법을 연마하여 장기근무가 가능한 생산직으로 취업하였다. 이와 같이 고용보험에 가입하면 실업급여 뿐만 아니라 특기적성 심층상담, 훈련, 직업소개에 이르는 취업전반의 매니지먼트 서비스를 개인의 특성에 맞게 제공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도 본격적인 수급자 확대시기를 맞아 연간 300만명, 9조원의 연금을 지급하면서 노후와 장애, 배우자의 사망 등으로 생계가 어려운 분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납입해야 하는 터라 나중에 받을 수 있을지 불안해하는 시각도 있으나 국가가 보장하는 제도이므로 여타 연금상품보다 수익률도 높고 가장 안전하다.
구체적인 수혜 사례를 보면 그 혜택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월 7500원으로 납입을 시작한 D씨는 현재 매월 43만원의 노령연금을 수령한다. 17년간 납입보험료가 1000만원도 안되는데 3년간 받은 돈이 1300만원을 넘는다. 산행 중 낙하사고로 1급 장애판정을 받은 E씨는 월 50만원의 장애연금으로 가계부담을 덜 수 있어 크게 안도하고 있다. 배우자의 사망으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가정주부 F씨는 월 20만원의 유족연금이 작으나마 생계에 보탬이 되는 것을 감사하게 여긴다.
그럼 이와 같은 혜택을 우리국민 누구나 골고루 누리고 있는지 살펴 볼 차례다. 안타깝게도 소규모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저임금근로자의 경우 사회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젊을수록, 매월 벌이가 빠듯할수록 이런 어려움에 미리 대비한다는 것을 소홀하게 생각한다.
혜택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가입을 위한 여러 가지 신고도 불편하고 귀찮은데다 보험료도 부담된다는 것이 이유다. 그래서 실직이나 노후, 장애, 사망 등으로부터 가장 많은 보호를 받아야 할 국민들이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 같은 실질적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의 보험료를 지원하여 가입부담을 낮추는 “두루누리 사회보험 지원사업”을 시행하게 되었다.
이 사업은 125만원 미만의 저임금 근로자가 있는 1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임금 수준에 따라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부담액의 1/2∼1/3을 지원해 주는 것이 주 내용이다.
지원대상 사업장이 10인 미만이며 월보수 기준에 해당하는 근로자가 있는 경우 매년 지원받을 수 있다. 또한 동 지원은 근로빈곤의 감소 효과도 부수적으로 의도하고 있어 미가입자 뿐만 아니라 기존 가입자에게도 지원하고 있다.
6월까지 전국 16개 지역에 시범실시하였고, 7월부터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10월 현재 32만개 사업장 약 66만명에게 지원 결정하였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으로 연간 약 5000억원을 편성하여 국회에 제출하였으며, 지원 월보수 기준 확대(현행 125만원 → 130만원) 및 지원수준 일부 상향조정도 심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료 지원이 시행된 만큼 사회보험 사각지대가 획기적으로 해소될 수 있을까? ?찾아가는 가입서비스?를 통해 영세사업장 중심으로 두루누리 지원제도를 알리고 사회보험 가입을 적극 안내를 하고 있으나 미가입자 발굴이 쉽지 않다.
미가입자가 많은 영세사업장의 경우 근로자 고용여부와 소득 파악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업장 중 제대로 조사되고 있는 사업장은 68.4%에 불과하고 근로자 소득 자료도 전체 근로자의 절반수준에 그친다. 다시 말해서 정부가 적발과 제재를 통해 가입을 강제하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협조가 필수적이다. 자치단체와 업종별 협회 등 사업주와 근로자에게 영향력이 큰 유관기관의 긴밀한 협조와 지원을 얻어 사회보험 가입 분위기를 조성해 나갈 것이다. 사회보험은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라면 누구나 가입해야 하는 의무이며, 일하는 근로자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혜택이라는 공감대를 확산시켜 실질적인 가입으로 이어지도록 전방위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세무사 등과 같이 사업주의 사업수행을 전문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전문가 그룹의 전폭적 협조가 무엇보다 긴요하다.
보험가입을 통해 사업주의 의무를 다하고 근로자의 충성도를 높이며 이직을 막아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사례는 많다.
부담이 더 들더라도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에게 보험가입이 이득이 되는 상황임을 장기적 시각으로 조언하는 것이 전문직역 종사자로서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것이 아닐까?
지금부터라도 지인들과 고객들에게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에 가입하라고 권유해보자. 영화속 영웅들처럼 굳이 가면과 라텍스 바지를 입지 않고서도 한 가정을 살리고 새로운 꿈을 펼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주는 세상속 숨은 영웅이 되기를 바래본다.
세무사신문 제592호(2012.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