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한달 앞두고 후보들이 진료비 본인부담금 50만∼100만원 상한제, 80∼90% 건강보험 보장률 등 보건의료 공약들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건강보험료율을 올리거나 세금을 더 걷는 등 획기적 재원 확충 방안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실현하기 어려운 '꿈'같은 정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 본인부담금 상한기준 100만씩 낮추는데만 연 8천500억 추가 = 의료 공약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주로 야당 대선 후보들이 제안한 건보 본인부담금 50만원 또는 100만원 상한제다.
본인부담금 상한제는 건보 가입자가 진료를 받고 1년 동안 낸 본인부담금이 일정 기준을 넘을 경우 초과액을 모두 건보공단이 부담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행 기준은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 수준에 따라 ▲하위 50% 200만원 ▲중위 30% 300만원 ▲상위 20% 400만원으로 설정돼 있다.
야당 후보들은 이 상한 기준을 일괄적으로 50만원이나 100만원으로 낮춰 그 이상으로는 국민 주머니에서 진료비가 나가지 않도록 하자는 공약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난 7월 건강보험공단쇄신위원회가 내놓은 '지속가능한 보장성 강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200만~400만원인 본인부담금 상한 기준을 100만~300만원으로 낮추는 것을 전제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연간 재원이 무려 1조3천643억원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건강보험 공단이 200만~400만원 기준을 적용, 가입자에게 돌려준 본인부담금이 모두 5천93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기준을 100만원씩 낮추는 데만 연간 8천550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얘기다.
건보 관계자는 "일괄적으로 본인부담금을 100만원으로 설정하는데 필요한 재원을 따로 계산해보지 않았지만, 현재 기준에서 100만원씩 낮추는 시나리오 분석 과정에서 예상된 추가 재원 규모로 미뤄 수 조원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보 보장율 80%로 올리는데 5년간 37조 필요 = 여야 후보들은 모두 건강보험 보장률을 약 8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2010년 현재 건보 보장률은 63% 수준으로 경제 규모 등을 감안할 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 가운데 거의 꼴찌 수준인 만큼 후보들이 개선을 역설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 공약에서도 막대한 재원 조달 방안이나 그 현실성에 대한 언급은 뚜렷하지 않다.
건보공단쇄신위의 분석에 따르면 ▲저소득층 의료보장 강화 ▲재난적 의료비(가처분소득 40%이상) 부담 해소 ▲필수의료 중심 단계적 보장성 강화 등의 작업을 통해 건강보험 보장률을 선진국 평균 수준인 80%까지 높이는데는 5년동안 무려 36조6천억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쇄신위는 이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우선 보험료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단일화하고 소득기준 보험료율을 2017년까지 6.11%로 높일 것을 제안하고 있다.
현재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보수월액)의 5.8%를 보험료로 내고 지역가입자는 사업소득, 이자·배당소득, 근로소득, 재산 및 자동차 등을 기준으로 보험료가 책정된다.
이를 직장인이건 자영업자이건 가입자의 모든 소득을 따져 보험료를 부과하자는 게 건강보험공단측 재원 방안의 핵심이다.
'소득' 기준 통합만으로도 부족해 '소비' 기준 보험료 부과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는 대표적 소비세인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 주세 등에 덧붙여 국세청에서 보험료를 원천징수하는 방식인데, 이들 세율을 각각 0.54%포인트씩 올려 추가 징수분을 보험료 재원으로 사용하자는 주장이다.
문재인 후보 캠프의 경우 건강보험 보장률을 70%대 후반까지 높이기 위해 필요한 재원 가운데 5년간 20조원은 건보 부과체계 개편을 통해 채우고 6조6천억원은 건보 국고지원금 비율을 늘리고 사후정산제를 도입해 마련한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그래도 재원이 모자랄 경우 국민 합의를 전제로 최소한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건보 관계자는 "대선 후보들이나 건보공단 모두 건강보험의 의료서비스 보장률을 높여야 한다는 데는 차이가 없다"며 "그러나 상당 수 후보들의 경우 의료 공약은 거창한데 비해 결국 국민이 부담해야 할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재원 마련 계획은 부족하거나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