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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기자실] 데자뷰(deja vu)

 

 

강 준 구 국민일보 경제부 기자

 

4년전 여름 국세청은 한 중견기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그해 말 그 기업 회장 박연차씨를 검찰에 탈세 혐의로 고발했다. 바로 그 즈음 검찰은 세종증권 매각 비리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다. 박 회장은 세종증권 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세 차익을 올린 혐의 등을 받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이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당시 대부분의 검찰 출입 기자들은 이 사건의 큰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두 사건의 교집합이 분명해진 것은 검찰의 입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의 이름이 나오면서부터였다.


전 정부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 수사는 대검 중수부장이 박용석 검사장에서 이인규 검사장으로 바뀌면서 더욱 거세게 휘몰아쳤다. 이 중수부장은 최재경 당시 수사기획관(현 중수부장)을 중심으로 한 수사팀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참여정부 인사들을 샅샅이 조사했다. ‘논두렁 시계’, ‘포괄적 뇌물죄’ 등 숱한 논란을 낳았던 이 사건은 결국 부엉이 바위의 비극과 검찰 ‘에이스’들의 무더기 사직으로 마무리됐다.


당시 빚어진 보·혁 갈등의 깊은 골은 18대 대선을 앞둔 지금도 진행형이다. 이 깊은 갈등의 시작은 태광실업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그 사건은 국세청에도 큰 아픔을 남겼다. 해외로 도피했던 한상률 국세청장과 안원구 전 국장이 주연이 된 ‘표적 조사’논란이 그것이다. 불과 한 달 전 불어진 국정감사에서도 안 전 국장의 ‘그림자’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안 전 국장이 국세청에 나타나는 순간 국감장에 들여보내지 않기 위해 벌어졌던 그 호들갑은 국세청이 평소 보여줬던 근엄함과는 거리가 꽤 먼 것들이었다.


당시 검찰이 강경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5년마다 한번씩 벌어지는 사정수사는 검찰이 등장하는 가장 큰 무대 중에 하나다. 중앙지검 3차장 재임 당시 바다이야기 게이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검찰의 스타로 떠오른 이인규 전 검사장의 강직한 스타일도 한몫을 했다. 여기에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임기를 마치지 못한 채 검찰을 떠나야했던 역대 검찰총장들의 아픈 역사도 한 가지 이유였을 것이다. 임채진 당시 검찰총장은 검찰 내부에서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임기를 마친 첫 번째 총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임 전 총장이 퇴임식에서 “정권교체기의 검찰총장 자리는 치욕을 감내해야하는 자리”라고 말했을까. 검찰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정치적 해석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국가기관이 스스로 정치적 불구덩이에 뛰어들면 그 목표의 수십 배에 달하는 무게를 견뎌야하기 마련이다. 이와 관련 4년이 지난 지금 국세청이 또 다시 움직이고 있다는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착수한 현대건설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다.


현대건설이 어떤 곳인가? 이명박 대통령의 친정기업이자 4대강 사업 등 핵심 국책사업에도 다수 참여한, 현 정부에서 가장 많이 주목받고 있는 기업이다. 여기에 지난한 정상화 과정을 겪으면서 현 정부 내내 채권단 산하에서 주인 없는 신세로 머물렀다. 이 현대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사상 유례 없는 진흙탕 인수전을 펼치기도 했다. 4대강 사업을 두고는 담합 사실이 드러났고, 전직 고위 경영진의 비리 루머가 사정기간 안팎에 떠도는 등 현대건설은 현 정부의 ‘화약고’로 꼽힌다.


이런 기업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투입됐다. 투입 인원만도 역대 최대급이다. 특히 정권 교체 전에 세무조사에 착수한 사실이 흥미롭다.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가장 ‘뜨거운’ 기업에 대한 전격적인 세무조사는 세간의 의혹을 받기 마련인데, 국세청은 왜 이런 결단을 내렸을까. 이에 국세청은 “대선을 앞두고 있다고 해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다”면서 “우리 본연의 일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이번에 세무조사를 받으면 현대건설은 차기 정권내에서 세무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다. 대기업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는 통상 5년마다 한번씩 이뤄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이번 조사가 국세청의 ‘면죄부’ 세무조사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반대로 한번 정치적으로 휘말려 대대적인 망신을 산 국세청이 정치적 논란을 털어내기 위해 선을 그은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물론 야당이 정권을 잡을 경우를 대비해 미리 사정자료를 확보하려한 것이라는 해석도 여전하다.


이번 조사는 태광실업 세무조사의 ‘데자뷰(deja vu)’일까, 아니면 국세청의 몸 사리기일까. 그것도 아니면 조세정의를 위해 국세청이 빼들은 정의의 검일까? 정답을 알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593호(201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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