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중산층의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
중산층은 전체 근로자를 소득에 따라 줄 세웠을 때 중간 소득의 50~150%에 해당하는 계층이다.
중산층 위축은 내수를 줄여 경기를 더 나쁘게 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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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든든한 허리 역할을 하는 중산층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경제적 하층민화 우려도 짙어지고 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중산층 가정에서는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경우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스테이크 대신 삼겹살" = 중소 회계법인에 다니는 공인회계사 A(36)씨. 여느 직장인 부럽지 않은 안정된 삶을 살아오던 그는 최근 매주 한 번 오던 가사도우미에게 "더 오지 않아도 된다"고 통보했다.
한 번에 4만원, 한 달에 약 20만원 드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다. 주말 외식 비용을 줄이려고 값싼 음식으로 메뉴를 바꾸는 일도 다반사다.
문제는 불황으로 사정이 어려워진 회계감사 의뢰기업으로부터 잔금을 제대로 못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 곳에서는 3년치 감사 보수 약 5천만원이 밀렸다.
다른 기업들도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감사 비용을 할인해달라고 해 울며 겨자 먹기로 깎아줬다.
자연히 A씨가 속한 회사도 사정이 어려워져 최근 회계 여직원 4명 중 1명을 해고했다. 매달 10일에 나오는 월급도 이번 달엔 아직 절반밖에 안 나왔다.
A씨는 11일 "우리보다는 사정이 낫지만, 대형 회계법인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라며 "예년엔 내 연차 정도면 대형 회계법인의 회계사 1년치 성과급이 2천만~3천만원 정도였는데 올해는 1천만원도 안 나왔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부친이 운영하는 취업 알선 학원에서 총무로 일하는 B(29)씨도 "생활이 많이 어려워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등록금에 허덕이는 취업 준비생에게 월 30만~50만원에 달하는 면접대비 등을 위한 수강료가 만만찮은데다 불황으로 취업 성공률이 크게 떨어지자 학원이 눈에 띄게 한산해졌다. 한때 100명이 넘었던 수강생이 요즘엔 40명도 안 된다고 한다.
◇개인회생 신청 5년 만에 4배 = 자녀 학자금이나 아파트 대출금 등을 갚지 못해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개인회생 제도는 가구 소득 가운데 생계비와 세금 등을 제외한 금액을 최장 5년간 모두 빚 갚는 데 사용하면 남는 빚을 면제해주는 제도로, 주로 일정 소득이나 보유 자산이 있는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다.
공무원 C(54)씨는 2005년 대출을 받아 서울에 3억원짜리 집을 샀다. 하지만 현재 집값은 절반 수준인 1억5천여만으로 뚝 떨어졌다. 대출금 이자 부담이 날로 커지자 그는 지난달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주부 D(47)씨도 개인회생 절차에 참여, 매달 20만원씩 갚고 있다. 2010년 가족이 운영하던 작은 사업이 부도나면서 한동안 여관방을 전전했으며 지금도 남편은 빚 독촉을 피해 지방으로 피신한 상태라고 한다.
D씨는 "남들은 얼마 안 되는 금액이라고 하겠지만 우리에겐 큰 돈"이라며 "앞으로는 아이들 보험이라도 해약해 빚을 갚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중앙지법이 접수한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2007년 5천210건, 2008년 5천764건, 2009년 8천661건, 2010년 8천907건, 2011년 1만3천806건이었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1만8천812건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며 5년전의 4배 가까운 수준이 됐다.
서울중앙지법의 외부회생위원으로 활동 중인 정진영 변호사는 "무리해서 집을 샀다가 이자 부담을 못 견뎌 구매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집을 되파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중산층의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소득은 줄어든 가운데 자녀 교육비 등이 크게 오르고 경제 불확실성으로 노후 대비에 대한 압박이 커져 중산층이 헉헉거리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