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경제부처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무상복지, 경제민주화, 가계부채 대책 등 박 당선인의 핵심 공약들을 이행하기 위한 업무 방안들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하기 위해서다.
부처의 위상 변화와 조직 개편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향후 5년의 부처 운명이 내년 초까지 결정되기 때문이다.
◇ 기재부, 복지ㆍ경기부양책 마련 분주
기재부는 내년 예산안의 국회 심의 과정에서 박 당선인의 공약을 반영하도록 국회와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기재부는 이미 새누리당 총선공약을 예산안에 상당 부분 반영했지만, 무상보육 등 정부 견해와 차이를 보이는 공약의 재원 마련에는 대응책을 점검하고 있다.
내년 경기대응을 위한 추가경정 예산안 가능성도 열어두고 조만간 가동될 인수위원회와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정책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A 국장은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더라면 정책 방향의 선회뿐 아니라 대대적인 인적 쇄신도 있었을 것"이라며 "박 당선인의 공약이 내년 예산이나 경제정책 방향에 이미 상당 부분 반영돼 안정적인 정책기조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선거운동 중에는 경제민주화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나중에는 성장 쪽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B 국장은 "(정부 측은) 경제민주화, 부동산, 가계부채 등과 관련된 정책을 조율해야 할 것"이라며 "정권을 인수하게 되면 대선을 치르던 지금보다는 `성장'과 `위기 관리' 부분의 중요성이 커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박 당선인의 농업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고 보고 기대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직불금 인상을 통한 농가소득안정 기여 ▲농자재 가격 안정 ▲농어민 `안전재해보장' 제도 도입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선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해양수산부 부활을 박 당선인이 내세운 만큼 새 정부 출범 후 조직이 축소될 것이라는 데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업과 어업을 통합 관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지만 당선인의 공약이 나온 만큼 새 정부의 방침을 따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경제민주화 주무부처 공정위 `기대ㆍ긴장'
공정거래위원회는 박 당선인이 경제민주화를 핵심 정책으로 내세운 만큼 주무 부처로서 역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인수위원회 업무보고가 조만간 있을 것으로 보고 박 당선인이 내놓은 경제민주화 공약들을 면밀히 분석, 관련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신규 순환출자 금지, 징벌적 손해배상제ㆍ집단소송제 확대,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등이 모두 공정위의 소관이다. 역할이 커지는 만큼 조직의 위상이나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정책이 상대적으로 온건한 편이어서 안도하고 있다.
기존 순환출자 금지나 총액출자제한제 등 재계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올 정책들은 박 당선자의 공약에 포함되지 않았다. 경제민주화 정책의 추진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이라는 뜻이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에는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
박 당선자는 조달청장ㆍ중소기업청장ㆍ감사원장 등이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원장이 의무적으로 고발하도록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면 폐지는 아닌 만큼 전문성과 경험을 살려 경제민주화 정책들을 충실하게 이행, 경쟁정책 전문부처로서 인정받을 수 있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금융위 "하우스푸어 대책 마련"
금융위원회는 김석동 위원장 주재로 이날 오전 국장급 이상 간부회의를 열어 박 당선인의 금융분야 공약과 관련한 이행방안을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 "박 당선인이 제시한 대통합 정신에 걸맞게 정책을 세워 달라"며 "내년도 업무계획을 내실있게 준비하고, 박 당선인의 공약을 세밀히 점검해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해달라"고 지시했다.
금융위는 박 당선인이 금융권의 최대 현안으로 꼽은 가계부채와 `하우스푸어ㆍ렌트푸어' 문제의 해법을 마련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문제의식에 대해 이미 큰 틀에서 공감대가 만들어진 만큼 급격한 방향 선회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직의 향배가 걸린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관련해선 되도록 `낮은 자세'를 주문했다. 이 문제는 어디까지나 박 당선인의 권한이라는 점에서다.
국세청은 제18대 대통령선거가 마무리되면서 박 당선인에게 보고할 업무보고 준비를 본격화했다.
당선인이 내건 경제민주화와 복지공약을 현실화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조달할 핵심 기관인 만큼 세원을 확대해 세수를 늘리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당선인이 지하경제 양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워, 음성탈루 소득 등 숨은 세원 확보를 위한 방안 마련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교섭본부는 세계 경제가 어려운 만큼 새 정부가 대외통상외교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투자 유치와 대외교역 확대 정책을 펼 것으로 보고 이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박 당선인의 통상정책에 대한 기조가 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고 민주통합당이 주장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카드'가 힘을 잃어 현재 추진 중인 FTA 협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재정위기에 처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외교 무대에서 통상진흥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며 교역 확대와 FTA 정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