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경하 서울신문 경제부 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주택에 대한 취득세 감면을 연장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실제 시행 여부는 아직 미정이다. 납세자 개인에게는 수백만원이 걸려 있으니 관심이 많다.
2012년 9월 정부가 취득세를 한시적으로 낮추겠다는 발표를 하자마자 기획재정부 세제실에 전화를 걸어 적용시점을 물었다. 수백만원이 걸린 정책이 시행되는 날짜가 불분명해서였다.
지난 봄 부모님이 노년을 보내기 위해 거처를 작은 집으로 옮겼는데 몇달 차이로 세금을 더 내게 됐다는 억울함도 컸다.
국회 의원들의 괘씸죄를 의식해서인지 세제실에서 상임위 통과시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상임위 통과는, 국회 일정이 그렇듯 미리 확정할 수 없는 날짜다.
그런데 2011년 실시된 취득세 감면은 정부의 발표시점으로 소급적용됐다. 선례가 있으면 그 것을 따르기 마련인 정부 정책인지라 다소 혼란스러웠다. 연초도, 하반기 시작도 아니고 연중에 시작하는 세법의 변화는 이래서 어렵다.
며칠 차이로 세금이 왔다갔다하니 세정의 예측성은 참으로 낮아졌다. 이 이야기를 세무 관련 사람들한테 하면 “현장을 별로 생각하지 않았네”라는 공통된 답이 돌아왔다.
현장이라, ‘세금’한테 현장은 어딜까.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공무원 연수가 끝나고 국세청에 지원했던 행정고시 출신들은 막상 세무서로 발령을 받자 낯설어했다고들 한다. 국세청과 세무서가 같은 기관인지를 몰랐던 것이다. 사무 업무를 할 것이라 기대했는데 납세자와 부딪히는 세무서 근무가 낯설어 몇 년 뒤 기획재정부로 전입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을 무어라 탓할 수 없는 것은 우리 풍토가 현장 경험을 그리 중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언론이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할 때 잘 쓰는 표현 중 하나가 ‘탁상공론’이다. 현장에 가보지 않거나,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해보지 않고 자신의 머리로 그린 현장에 대해 정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물론 현장을 보지 않고도 통찰력이 뛰어난 정책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그리 많지 않다. 현장에 대한 인식이 잘못 됐으니 그 정책 또한 원하던 성과를 거둘 수는 없을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이해관계자가 많았기에 현장 이야기를 듣기에는 버거웠던 모양이다. 부동산정책에서 세금이 주요 수단이 된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찬반논란이 남아있다.
체납 징수도 그렇다. 국세청 모 국장은 체납 징수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타박을 받을 때마다 ‘한번 해보시지’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고 했다. 과거에는 세무서마다 체납 징수에 나서고는 했으나 이를 둘러싼 악성 민원 등에 시달려 직접 체납 징수에 나서는 경우는 많이 줄어들었다고 들었다. 체납 업무를 해봐야 진정한 ‘세금쟁이’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지금은 옛날 이야기인 것 같다. 그나마 재산을 숨겨놓은 고액 체납자는 체납 징수에 적극적으로 매달릴 명분이라도 있다. 그래도 그 작업은 고난하다.
체납과 관련돼 국세청이 가장 원하는 것이 금융정보분석원의 혐의거래보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새누리당의 이한구 원내 대표 등이 이에 찬성하고 있으니 새 정부에서 실행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여기에 반대하는 논리는, 국세청이 그동안 관련 정보를 정치적 목적에 악용했다는 트라우마에 기인한 까닭이 크다. 그래서 정보 공유 여부를 둘러싸고 한바탕 논란이 일어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고객의 세금을 관리해주는 세무사들의 생각은 어떨까? 이게 적용되면 고객이 세금을 더 낼 수 있으니 반대 논리일까 아니면 세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세수를 늘린다는 점에서 찬성 논리일까. 공식적으로는 후자일 거 같다. 하지만 속내도 그럴지 궁금하다. 변칙 가능성이 줄어드니 고객들의 이상한 서비스 요구에 시달리지 않아서 자긍심이 높아질까 아니면 또다른 틈새시장을 개발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까 하는 다양한 생각들이 뇌리를 스친다. 세무사들이 국세청 입장을 옹호한다고 밝히면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가 싫어할라나.
세금은 모두가 내야 하지만 내기 싫어하는 까닭에 국민들의 관심이 큰 편이다. 그래서 국민들과 접점에 있는 현장의 목소리가 더 중요할 것 같다.
기획재정부를 4년여 출입하다가 국세청에 와서 느꼈던 점은 ‘중원의 고수’들이 참 많다는 거였다. 이들이 세정에 대해 의견을 좀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새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현장 경험이 녹아들어 정책이 좀 더 정교하게 마련될 수 있는 풍경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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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신문 제595호(201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