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박근혜 복지' 공약 실천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세제보다는 세정에, 세율 인상보다는 세원 확대에 무게 중심을 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간 27조원이 넘어서는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선 결국에 '복지 증세'가 불가피할 것이라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인수위가 전날 통보한 경제1분과 파견 공무원 면면을 보면 인수위가 재원 확보에 어떤 구상을 갖고 있는지를 점칠 수 있다.
기획재정부 측에서 파견한 인사 중에는 세제 전문가가 없고, 국세청으로부턴 첨단탈세방지담당관, 세원정보과장 등을 지낸 2명이 파견됐다. 세제 전반을 뜯어고치기보다는 탈세 방지 등 세정활동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실제 인수위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정보를 국세청이 적극 활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이른바 `FIU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세청이 FIU가 보유한 수상한 금융거래 정보에 접근이 쉬워지면 소득 탈루를 보다 쉽게 잡아낼 수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20%를 넘는 지하경제를 6%만 양성화해도 매년
1조6천억원의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역대 정부가 지하경제를 줄이는 데 한계를 가진 점 중 하나가 금융거래에 대한 정보가 미흡해서다.
과세관청이 파악하는 실물거래는 연간 4천조원 규모이지만 국내 금융시장의 결제규모는 6경3천200억원으로, 하루 평균 255조원에 달한다. 과세인프라 체계가 여전히 실물거래에서 벗어나지 못해 세원 정보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적지 않다.
현재 사생활 보호 때문에 FIU 금융정보에 국세청의 접근이 제한돼 있다. 과세관청의 금융거래정보에 대한 접근이 확산되는 세계적 추세와 거리가 있다. 미국, 영국, 호주, 아일랜드 등 국세청이 FIU 정보망에 직접 접근할 수 있고 독일, 스페인 등 17개국은 금융기관을 통해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발의한 'FIU법안'이 통과되면 국세청이 FIU에 보고된 고액현금거래 자료를 일반적인 세무조사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세제에 손을 댄다면 세율 인상보다 비과세 감면 등과 같은 세원 확대 방식으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박 당선인의 정책 공약을 총괄했고 현 인수위에서 고용복지 분과 위원을 맡은 안종범 의원은 세율 인상보다 세원 확대를 중시, 불필요한 비과세 감면을 축소하는 세제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의 대선 공약을 보더라도 "세율인상이나 세목신설보다는 투명하고 공정한 조세개혁과 세정강화를 통해 누락되고 탈루된 세금부터 제대로 거둘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도입된 소득세 특별공제 감면 한도가 이런 측면에서 시사적이다.
이 제도는 일부 소득공제의 경우 공제한도가 2천500만원을 넘어서 받을 수 없도록 한 제도다. 고소득자가 과도한 소득공제 혜택을 받아 세금을 덜 내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향후 인수위가 재원 마련을 위해 세제를 개편한다면 이같이 과세 형평성을 고려해 비과세 감면을 축소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출 구조조정도 주요한 재원 마련 방안 중 하나다.
박 당선인 측은 총 134조5천억원의 재원의 60%가량을 세출 절감을 통해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거시경제 정책을 맡은 경제1분과 간사를 기재부에서 예산ㆍ재정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류성걸 의원을 선정한 것만 봐도 과감한 세출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아울러 인수위의 다른 관계자 "매년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세수 증가분을 대부분 복지 부분으로 돌릴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수위 측이 직접 증세를 자제한다고 하지만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려면 증세가 불가피한 것으로 경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박 당선인이 '국민대타협위원회'를 통해 세입확충의 폭과 방법을 논의하겠다고 한 것도 증세 논의를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정부가 그동안 쓸모없는 일을 계속한 것이 아니라면 일괄적으로 지출을 줄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장의 재원을 확보하는 데 시간이 걸려 2013년 첫해부터 27조원을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고소득자 탈세 방지와 같이 국민의 정서에 일치하고 세수도 늘릴 방안을 최대한 추진한 뒤 사회적 합의 통해 증세를 논의하는 방안을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