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를 통해 통신요금을 결제할 때 통신사가 카드사에 지불하는 수수료율의 산정을 둘러싸고 통신사와 신용카드사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양측은 작년 11월 말 이후 두 달 넘게 수수료율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채 상황이 오히려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카드사, 협상 중 수수료율 일방 적용 = 카드사들은 개정 여신전문금융전문업법(여전법)이 시행된 작년 12월22일부터 자신들이 제안한 수수료율을 통신 요금에 대해 일방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아직 수수료율이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카드사들이 자신이 제안한 수수료율을 일방적으로 적용해 수수료를 산정한 뒤 이를 제외한 수입을 통신사에 돌려주고 있다.
여전법은 카드 수수료율 체계를 개편해 대형가맹점(연매출 1천억 원 이상)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막기 위해 수수료율 하한선을 적격비용(합리적인 방식으로 계산된 비용)으로 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양측은 새로운 수수료율을 정해야 하는데 수수료율을 1.85~1.89%로 올릴 것을 요구하는 카드사와 1.5% 이상으로는 양보할 수 없다는 통신사 사이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카드사들이 자신들이 산정한 수수료율을 일방적으로 적용하고 나서자 통신사들은 "협상의 룰을 깨는 행동"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협상이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카드사들이 자신들이 제시한 수수료율을 적용해 수수료를 산정하고 있다"며 "당장 손실이 발생한 만큼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사, 자동납부 접수 대행 제휴 중단으로 압박 = 통신사들은 신용카드사들과 맺었던 자동납부 접수 대행 제휴를 중단하며 압박하고 있다.
그동안 통신 가입자는 통신사 말고도 카드사에 신용카드를 통한 통신요금 자동 납부를 신청할 수 있었는데, 통신사에 직접 자동납부를 신청하는 방법만 남겨두게 한 것이다.
지난달 초 SK텔레콤[017670]과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U+) 등 이통3사가 자동납부 접수 대행을 중단한데 이어 지난 1일부터는 유선인터넷과 IPTV를 운영하는 SK브로드밴드[033630]도 카드사와 관련 서비스 대행 제휴를 중단했다.
통신사들은 "카드사가 본인 동의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관련 민원이 많았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카드사의 수수료율 인상 압박에 대한 반격으로 보는 해석이 많다.
통신사 관계자는 "카드사가 통신요금 자동납부를 대행하면서 이를 자사 마케팅에 활용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며 "여기에 자동납부 접수를 대신 받는 것에 대한 고객 불만도 커 제휴 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통신=공공비용?' 관건…'제휴중단' 파국 갈까 = 양측이 수수료율 수준에 대해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것은 통신 요금의 기본 개념에서부터 시각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통신사들이 '연매출 1천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여전법상의 '대형가맹점'에 속한 만큼 예외를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통신사들은 통신이 공공서비스의 성격을 가진 만큼 대형가맹점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전법은 대형가맹점에 교통, 주유, 세금, 도시가스, 전기 등 서민 물가에 영향을 주는 부문의 가맹점은 제외했는데, 제외 대상에 통신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 통신사들의 주장이다.
이밖에 통신사들은 카드사들이 수수료율 인상을 요구하면서 명확한 근거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있어서 무턱대고 이를 따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수수료율은 고정비용, 대손비용(위험관리비용), 자금조달 비용, 공용마케팅 비용, 일반관리비 등을 고려해 산정되는데, 카드사들이 이 부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통신 관련 신용카드거래가 대부분 매월 한차례씩 자동으로 결제하는 요금 결제이며 통신업이 카드사의 마케팅으로부터 매출 영향을 받지 않는 특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수수료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황이 장기화 되자 양측의 대립이 계속되면 통신사와 카드사가 가맹점 해지라는 파국이 발생해 소비자들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예측도 제기된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카드사 주장대로 수수료율이 인상되면 이통3사 통틀어 연간 900억~1천400억원의 카드 수수료율 비용이 증가해 결국 소비자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카드사가 계속 협상에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가맹 해지라는 극단적인 상황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