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정부 첫 국세청장에 김덕중 청장이 임명되고 지난달 27일 취임한 후, 20일이 지나면서 1급·국장급 인사까지 최상층 ‘수뇌부' 인사가 마무리됐다. 본격 진용을 갖춘 셈이어서 향후 김덕중 국세청호(號)의 과제, 역할, 전망에 세정가는 물론, 일반 납세자들의 지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상 국세청은 검찰청, 경찰청, 국가정보원과 함께 ‘빅4', ‘4대 권력기관장'(정부·공공기관에겐 ‘저승사자'인 감사원을 포함해 ‘빅5'로 분류하기도 한다)으로 꼽혀 왔다. 표면적으로는 정부부처·외청을 통틀어 가장 많은 2만 여명의 거대 세정조직을 이끌고 있고 국민생활, 기업운영, 국가운영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막강하기 때문일 터이다. 예로부터 사람이 타고 날 때부터 주어지고 피할 수 없는 게 ‘죽음'과 ‘세금'이란 말까지 있지 않은가.
국세청을 2년여 남짓 출입하다 보니 이 같은 국세청에 대한 중압적 무게를 실감해 왔지만 이번 정부 들어서는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새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재원'을 천명함에 따라 28조5000억 원의 추가 세원을 어떻게든 마련해 조달'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또 다른 세정·외환당국인 관세청도 비슷한 상황이다. 은닉재산을 찾는 면에서 있어서는 비슷한 기구인 예금보험공사까지 나선 상황이지만 사실상 박근혜 정부 복지정책 기조의 성패를 뒷받침할 핵심 중추 동력은 비중 면에서는 국세청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추가 세원 마련의 표적은 박 대통령이 공약에서 내건 지하경제다. 국세청은 300∼40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지하경제 자금을 제도권으로 유인하기 위한 양성화 세부 추진 계획의 뼈대를 김덕중 청장 인사청문회, 지난 4일 전국 109개 세무관서에 내려 보낸 올해 세무조사 운영방향, 11일 전국세무관서장 회의를 통해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주요 대상은 대기업·대재산가의 비자금, 불공정거래, 편법 상속·증여, 고소득 자영업자의 차명계좌·현금거래 탈세, 가공비용 계상, 불법 사채, 주가조작, 가짜석유·양주, 자료상 등 소위 세법질서·민생침해 사범, 해외발생소득 은닉 및 국내재산의 불법 해외유출을 일삼는 역외탈세자 등 4대 분야로 정해졌다. 조사 인력도 대대적으로 확충했으니 이제 남은 일은 갈수록 지능적이고 교묘해 지고 있는 이들 지하경제 ‘주범'들의 검은 돈을 거둬들이는 일이다.
국세청은 현미경 들이대듯 지속적으로 관련 분야의 현장 정보수집 및 검증을 강화하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의욕만큼 국세청이 헤쳐나가야할, 앞길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우선 경기부진의 장기화, 가계부채 1000조 원시대가 말해주듯 내수부진으로 인한 세입여건 악화는 기정사실화된 환경이므로 말할 것도 없다. 여기에 지하경제 양성화의 필수 무기로 간주해 지난해연말 부터 지속적으로 확대를 희망해온 금융정보분석원(FIU)의 1일 2000만원 이상 고액현금거래(CTR)자료의 확보 문제는 주무부처격인 FIU의 소속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가 ‘탈세 혐의자 조사 및 조세체납액 징수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로 한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세청으로서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CTR 전면 접근에 대한 언급은 없는 상태다.
국세청은 매년 6조원 가량을 세무조사를 통해 거둬들인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전면전에 나선 만큼 가장 큰 수단인 세무조사는 확대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국세청도 세무조사가 갖는 위압적인 수위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이로 인해 납세자 권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권익보호나 권리구제 장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무조사가 강화되는데 따른 두려움과 경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벌써부터 불거지고 있다. 최근에 기자와 만난 한 세정 전문가는 "세무조사가 이젠 엄포성이 아니라 실제 세수확대를 위해 전방위로 확대될 게 뻔하다. 탈세 적발과 지하경제 양성화란 당면 과제, 당위성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표면적으로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자칫 중소규모 이하 법인, 고소득층 이하 중간소득층에 ‘무리하게 징수했다. 억울하다'는 조세조항이 따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하경제 양성화에 너무 초점을 맞출 경우 지상경제 활성화를 억누르게 돼 거시경제 전체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국세청이 세무조사감찰관 신설 등 세무비리 근절을 위한 강도 높은 내부 자정·쇄신책을 내놓았지만 최근 세무조사비리 수사로 야기된 내부 자정과 쇄신의 필요성 역시 큰 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향후 세정 추진과정에서 유사 비리가 재발할 경우 국세청의 공신력, 업무 추진력은 다시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꾸 세무조사 비리가 불거져(언론에) 대서특필될 경우 일선 세무조사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국세청 고위 관계자의 토로는 엄정·투명한 세무행정력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국세청이 공개한 것만 해도 지난 5년간 금품수수 비리로 징계를 받은 직원은 183명에 달했다. "신뢰가 실추돼 면목이 없다. 강도 높은 청렴성 향상 대책을 추진해 국세청 비리를 차단하겠다”는 말을 다시 되놰서는 곤란하다.
기자를 비롯한 대다수의 유리지갑 샐러리맨들과 봉급생활자들은 누구보다 성실하게 세금을 낸다. 수입구조가 뻔 하니 사실 빼돌리고 안낼 방법도 없다. 납세의무를 성실히 하는 사람을 보호, 장려해주고 격려해 주면서 음지로 기어들고 이리저리 숨기려는 고액수입의 대재산가나 부도덕한 기업인들에게는 추상같은 메스를 들이대는 국세청의 모습. 어느덧 개청 50주년(1966년 개청)을 앞둔 국세청에 거는,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희망해온 ‘소박한 염원'일 것이다. 국세청은 지금 ‘솔로몬의 현명한 지혜'를 발휘해 할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세금이 바로서야 국민이 편하다'는 어느 전직 세무공무원의 저서 제목이 유달리 가슴에 와 닿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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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신문 제602호(2013.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