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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기자실> 국세청, ‘보물섬’을 찾아야 한다

 

이철균 서울경제 경제부 기자

 

 

우연찮게 해적으로부터 보물섬 지도를 얻은 소년 짐 호킨스는 지주·의사 등과 함께 보물섬을 찾아 나선다. 타고 있던 배의 요리사 롱 존 실버는 짐이 가장 믿고 따랐던 친구. 하지만 그는 해적이었다. 파란만장 끝에 결국 이들은 보물을 찾아낸다. 영국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쓴 ‘보물섬’의 내용이다. 아동문학의 고전으로 자리잡은 이 책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어린이들 마음에 보물섬에 대한 환상을 가득 심어주기도 했다.


보물섬 출간(1883년) 이후 약 130년 만에 같은 제목의 또 다른 책이 출간됐다. 보물섬이라는 제목만 놓고 보면 책의 의도를 알 수 없다. 저자는 그래서 부제를 달았다. ‘절세에서 조세피난처 탄생까지 현대금융자본 100년 이면사사(裏面事史)’. 보물섬은 조세피난처를 뜻한 것인데, 현대판 해적들이 조세피난처라는 보물섬을 만들어놓고 세상을 어떻게 파괴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저자가 마음 단단히 먹고 글로벌 금융자본주의의 천기를 누설했다.


보물섬, 즉 조세피난처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하경제양성화를 강조하면서다. 지하경제양성화의 첨병역할은 국세청이 맡는다. 다만 20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자칫하다가는 중소기업이나 중소상인 등은 물론 경제심리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만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하경제양성화를 통한 세수확보에만 혈안이 돼 무리한 세무조사를 한다거나 다양한 방법의 세원노출 기법을 동원할 경우 경제심리를 고꾸라지고 지하에 있는 돈은 더 꽁꽁 숨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국세청의 세정활동이 그만큼 신뢰를 받지 못했다는 결과일 수도 있다. 국세청의 선한 세정행위마저도 반대로 읽힌다는 것인데, 국세청이 보물섬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물론 국세청도 몇 년 전부터 보물섬을 찾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정밀 조사와 함께 국세기본법 및 국제조세조정법 개정을 통한 역외탈세를 조사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동시에 50억원을 초과하는 해외 금융계좌를 보유하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2년 이하에 징역에 처하고 신고대상 계좌도 현금과 상장주식에서 채권, 펀드로 확대했다. 낱낱이 보겠다는 의지다. 해외은닉자산을 제보하면 포상금도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높였다. 보물섬 등을 이용한 탈세를 뿌리뽑기 위한 국세청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밀조준 조사도 제법 된다. 국내 기업의 해외법인이 소유한 계좌는 물론 해외에서 임금ㆍ수임료ㆍ수수료 등 각종 명목으로 받은 돈을 신고하지 않고 해외 계좌에 숨긴 이들이 대상이다. 그런 노력의 결과일까. 성과도 거뒀다. 2008년 국세청이 적발한 역외탈세 건수가 30건(추징 세액 1,503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0년 95건(5,109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202건(8,258억원)으로 증가했다. 상당한 성과라고 스스로 평가를 해도 고개를 끄덕일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의 보물섬 찾기가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단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보물섬으로 향하는 돈은 줄지 않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지난해 국세청에 해외계좌를 신고한 사람은 652명. 신고한 이들의 재산은 5,949개 계좌에 무려 18조6,000억원이다. 해외 계좌의 대부분이 수천만~억대 이상의 예치금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조세 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 페이퍼컴퍼니나 계좌를 보유한 한국인이 70명 안팎이고 대부분 서울에 주소를 둔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국세청에 신고된 652명 가운데, BVI쪽 계좌는 없다. 탈세를 위해 보물섬을 찾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더욱이 국세청이 조세조약을 맺은 77개국에서 최근 3년 동안 확보한 해외소득자는 10만 명에 이른다. 대부분의 이들이 소득을 신고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보물섬으로 돈이 흘러간다는 정황은 이뿐 아니다. 지난해 조세피난처(관세청 기준 62지역)에 대한 수출입 외환거래액은 3,468억 달러. 총 외환거래액(1조1,173억 달러)의 31%다. 이 가운데 실물거래를 수반하지 않은 거래액은 무려 1,877억 달러나 된다. 지난 10년간 조세피난처와의 수출입 실물거래액 증가폭은 완만한데 비해 외환거래액만 급증한 것은 눈에 의심을 가게 하는 대목이다. 이는 국내에서 번 소득을 조세피난처로 빼돌리는 규모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세청이 진검 승부를 펼쳐야 할 당위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칭찬을 받으면서 세금을 걷을 수는 없다. 조그마한 틈이 생겨도 엄청난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게 바로 국세청이다. 돈을 주는 조직이 아니라 걷어야 하는 조직으로서 타고난 운명이다. 그렇다 보니 올곧은 세정행위마저 때론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보물섬 찾기는 다르다. 국세청의 평판 변화의 큰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 국세청의 진가, 제대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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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603호(20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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