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세청(IRS)이 보수 정치단체 등을 상대로 표적 세무조사를 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국세청장 대행을 사실상 경질했고 법무부는 즉각적으로 진상조사에 착수했지만, 과잉 세무조사의 표적이 됐다는 주장이 잇따르면서 `정치 스캔들'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독교계 인사로 꼽히는 빌리 그레이엄(94) 목사의 가족이 세무조사 대상이 됐다는 주장이 새롭게 제기됐다.
그레이엄 목사의 아들 프랭클린 그레이엄 '빌리그레이엄복음협회' 회장 겸 국제구호단체 `사마리안의 지갑' 대표는 지난해 IRS가 자신이 운영하는 단체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 세무조사는 오바마 행정부의 의도적인 표적 조사라면서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그레이엄 목사가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지지한 것이 세무조사의 원인이 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을 인터뷰하면서 경제 및 재정지출 문제 등에 대해 곤란한 질문을 던졌던 지역방송 앵커도 자신이 부당한 세무조사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KMOV 채널4' 뉴스 앵커인 래리 코너스는 지난 13일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을 통해 지난해 4월 오바마 대통령과의 인터뷰 직후 IRS가 자신을 겨냥했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 직후에 아내와 친구들, 시청자들이 IRS를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나는 '음모론'을 인정하지 않았다"며서 "그러나 이후 IRS의 조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파문이 확산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스티븐 밀러 국세청장 대행을 전격 경질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재무부 고위 관리들과 회의를 한 뒤 "스티븐 밀러 국세청장 대행이 사임했다"며 "이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보호 장치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국세청에 대한 진상조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의회의 하원위원회는 조사에 착수했고, FBI(연방수사국)는 국세청이 시민권을 침해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홀더 장관은 이어 "(밀러 대행이) 허위 진술을 했는지와 연방 공무원은 특정 정당의 활동에 연루돼서는 안 된다는 법 규정을 위반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밀러 대행은 국세청이 보수단체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의회에서 의원들로부터 질문을 받았을 때 이 사실을 시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이 꼬리를 물며 이어지자 의회는 IRS를 대상으로 한 청문회를 개최키로 했다.
하원 감독위원장인 대럴 아이사(공화ㆍ캘리포니아) 의원은 이날 "오는 22일 IRS의 보수단체 표적 세무조사 의혹에 대해 청문회를 개최할 것"이라면서 "지난해 말 임기가 끝난 더글러스 슐먼 전 IRS 청장에게 증인 출석을 요구했고 출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이사 위원장은 "보수단체 이외에 유대계 단체 등 또 다른 표적이 있었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법률 전문가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국세청이 고의로 보수단체의 시민권을 침해했는지를 규명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홀더 장관 역시 "위법 사항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