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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2357]
[국세청 기자실]
전두환 비자금 의혹으로 정점…역외탈세 규명은 국세청 몫

 최이락 연합뉴스 경제부 기자

 

 

아무래도 지난달 국세청 주변의 최대 이슈는 역외탈세 문제였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국세청의 당면 과제로 대두된 것이 ‘지하경제 양성화’였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 역외탈세, 민생침해, 고소득 자영업자 소득 탈루, 대법인(?) 대재산가의 지능적 탈세 등 ‘지하경제 4대분야’에 대한 철저한 추적이었다.

사실 일본특파원 3년과 이를 전후한 국제부 근무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을 정치부에서 기자생활을 해 오다가 지난 4월 15일자로 경제부로 옮기면서 국세청을 담당하게 된 필자로서는 생소하기 그지없는 분야들이었다.

물론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정치권을 담당하면서 지하경제 양성화 문제가 당시 여당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공론화될 때만 해도 "무언가 불법적인 분야에서 세금을 거둬들이겠다는 뜻”이라는 정도로만 생각했었던 터였다.

그러나 국세청을 출입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맞닥트린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지하경제 양성화 문제, 그 가운데서도 역외탈세 문제였다. 국제탐사언론인협회(ICIJ)가 지난 4월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외국인들의 명단을 공개했고, 이후 미국 워싱턴 출장을 갔던 회사 후배 기자가 ICIJ와의 인터뷰를 통해 유명인사 등 한국인이 다수 포함된 점을 포착한 것이 계기였다.

세무 행정 자체가 생소했던 필자는 국세청 담당이라는 이유로 관련 박스기사를 써야 했던 것이다. 과거 자료와 국제조사과장과의 통화 등을 거쳐 겨우 기사는 막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국내 경기가 악화하며 세수는 줄어들고, 기업체들은 세무조사로 인한 압박을 호소하면서 국세청에서 추가 세수 확보를 위해 가장 공들이는 분야는 역외탈세였다. 그러나 국세청 당국자들은 입을 자물쇠로 잠근 듯 초지일관 모르쇠, 노코멘트였다.

이런 상황을 일거에 뒤엎은 것이 인터넷 언론인 뉴스타파의 조세회피처 페이퍼컴퍼니 설립자 명단 공개였다. 5월 22일 이수영 OCI회장을 필두로 재벌 오너, 대기업 임원, 대학총장 등에 대한 폭로가 이어졌고 한국 사회는 조세회피처 신드롬에 빠졌다.

그럴수록 국세청 출입기자들의 하루하루도 바빠졌다. 통신사와 인터넷 언론은 1보 속도를 위해 피말리는 시간을 보내야 했고, 신문들도 유력 인사들의 명단이 속속 나오면서 기사 경쟁에 합류했다.

무엇보다 정점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인 재국씨의 페이퍼컴퍼니 및 홍콩은행 싱가포르지점 계좌 개설이 폭로된 것이었다. 페이퍼컴퍼니 개설 시점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가운데 73억원이 장남인 재용씨에게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때와 겹친다는 점에서 재국씨의 페이퍼컴퍼니 문제는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문제로 비화했다.

국세청의 손길도 바빠졌다.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조사 여부를 밝힐 수 없다는 것이 국세청의 공식 입장이지만, 취재 과정에서 만난 국세청 인사들은 당혹해 하는 표정들이 역력했다.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찾아내기 위해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던 만큼 국세청으로서도 뭔가를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국세청도 뉴스타파 발표 등으로 국민적 관심을 끄는 사안에 대해서는 과거 과세 자료, 그리고 세무조사를 했던 기업이나 개인의 경우 과거 조사 자료 등에 대해 철저하게 검토해 추가 탈루 여부에 대해 판단하고 있다.

전재국씨의 사례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할 뿐이었다. 그러나 이런 국세청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은 국세청의 이러한 신중한 입장 표명에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다.

참여연대 등 사회단체와 민주당 등 야권에서 국세청에 대해 성역없는 세무조사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 비근한 예다. 물론 다른 사례를 차치하고도 전재국씨의 경우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고, 비자금 유입 논란 등이 제기된 만큼 ‘공익’을 위해 조사 여부에 대해 소상히 밝혀야 한다는 지적에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

실제 지난 18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의 국세청 업무보고에서도 이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 등 야당은 물론이고 일부 여당 의원들까지 재국씨에 대한 탈세 여부 조사를 하고 있느냐고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그러나 김덕중 국세청장은 끝까지 “개별사안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한다”, “탈세 혐의가 있다고 분석되면 원칙적으로 세무조사를 하는 것이 통상 업무”라는 말만 반복해 의원들로부터 더욱 거센 질타를 받기까지 했다.

정치권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과거 국세청이 정권의 입맛에 맞게 세무조사라는 칼날을 휘두른 적이 없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의원들의 입장에서는 전재국씨의 역외탈세에 대한 조사를 통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유입 여부에 대한 국세청의 조사 의지를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 청장은 “마지막 봉사를 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에둘러 재국씨에 대한 조사 방침을 시사했으나 보다 명료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관련 기사를 쓰면서는 소화하지 못한 내용도 이 기회에 간단히 언급하고자 한다. 뉴스타파에 대한 이야기다. 국세청 관리들도 사적인 자리에서 “저런식으로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 과연 도움이 되느냐”고 불만섞인 말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뉴스타파 측이 의혹을 공식 제기하기 전에 당사자들과 접촉해 경위를 파악하고 해명을 요청하는 만큼 실제 역외탈세자의 입장에서는 국세청의 조사 이전에 관련 자료를 은폐할 시간을 벌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물론 일리있는 이야기다. 반면 뉴스타파의 발표가 부정적인 기능만 한 것은 아니다. 국세청이 세무조사 시작은 물론 끝난 이후에도 ‘아무 일 없던 것 처럼’ 입단속을 하는 반면 뉴스타파가 역외탈세 가능성이 있는 인사들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이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고, 역외탈세에 대한 경각심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국세청의 한 간부가 “주변에서 불거져 나오는 의혹들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기 보다는 장기적 안목을 갖고 탈세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한 것 처럼 긴 호흡을 갖고 조사에 임해 역외탈세 조사를 통한 세원 발굴이라는 성과를 거두길 기대해 본다.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607호(201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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