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웅 희 박사
조세연구소 연구원
1. 행정소송법 개정 경과와 의미
조세는 국민 개개인의 권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조세에 관한 법률은 가능한 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과세행정은 적법절차에 집행되도록 하여 국민의 재산권이 침해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조세에 관한 불법·부당한 집행으로 인해 납세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결과가 발생하였다면 그 구제절차는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조세에 관한 행정처분상의 분쟁을 다투는 사후적 구제제도로는 이의신청, 심사청구, 심판청구, 감사원 심사청구 등의 조세행정심판제도와 조세행정소송을 통한 사법구제제도가 운용되고 있다.
사법적 구제제도인 조세소송제도는 중립적이며 객관적인 입장의 사법부가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조세소송제도를 뒷받침하는 행정소송법은 1951년 제정되고 30년만인 1984년 전면 개정된 이후 별다른 변화없이 시행되면서 법치행정의 실현과 국민의 권리구제에 상당한 기여하여 왔으나, 소송유형과 그 대상 등의 제약으로 인하여 여러 문제점이 지적됨에 따라 개정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1994년의 행정소송법 개정에서는 행정심판 전치주의 폐지, 행정소송의 3심화 등이 포함되는 과정에서 조세행정심판도 임의적 전치주의로 전환하는 개정안이 입법예고되었고, 이 과정에서 한국세무사회의 노력으로 조세행정심판의 필요적 전치주의가 유지되도록 행정소송법과 국세기본법이 개정되기도 하였다.
이후 국민의 높아진 권리의식을 반영하고 적정하고 실효성 있는 권리구제절차 마련 등 선진화된 행정소송제도로의 개선이 요구되면서 대법원과 법무부가 2004년, 2007년, 2011년, 2012년도 행정소송법개정안을 마련하여 입법을 추진하였지만 학계와 실무계의 의견대립 및 추진력의 부족으로 빛을 보지 못하였다.
2. 입법예고된 행정소송법 개정내용
현재 법무부는 2013년 행정소송법 개정위원회를 열어 2012년 5월 공청회를 거친 개정 시안을 다시 수정하여 동년 3월 입법예고를 하여 국회 제출을 앞두고 현재 법제처의 심의를 받고 있는 중이다. 입법예고된 행정소송법개정안에 따르면 ‘신속하고 실질적인 권익구제를 도모하면서도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행정소송제도 마련’이라는 목적 아래, ‘국민의 권익구제 범위를 확대를 위한 소송제도 개선, 사전권리구제제도 정비, 이용하기 쉬운 행정소송 제도 마련, 행정소송의 전문성 강화’을 주요골자로 하고 있다.
먼저 개정안에서는 행정청의 위법한 거부처분이나 부작위에 대한 의무이행소송제도 도입을 통하여 현행 권리구제절차(거부처분취소소송이나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의 불완전성을 해소하였다. 또한 국민의 실질적 권익구제 가능성을 확대하기 위하여 원고적격 규정(현행 ‘법률상 이익’ → ‘법적 이익’)을 개정하고, 그 밖에 집행정지요건 완화, 담보부 집행정제제도 신설 및 가처분제도의 도입 등을 통하여 행정소송에 있어 사전 권리구제절차를 정비하였다. 또한 소의변경·이송의 허용범위를 확대하고, 행정법원과 민사법원간에 관할지정제도 도입, 제3자 소제기 사실 통지제도 신설 등을 통하여 국민이 보다 쉽게 행정소송을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특히 성질상 행정소송이지만 편의상 민사소송으로 다루어지던 행정상 손해배상·부당이득반환 등 공법상 원인으로 발생하는 법률관계에 관한 소송을 행정소송의 대상으로 명시하는 등 당사자소송을 활성화하여 조세소송의 절차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3. 행정소송법개정이 세무사업계에 미치는 영향
행정소송에 대한 일반국민의 접근성이 강화하였다는 것은 일반 납세자에 대한 조세소송의 접근성도 강화되었다는 것이고, 이는 조세소송에 대하여 세무사가 납세자를 조력할 수 있는 역할도 확대될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가. 의무이행소송 도입(안 제4조, 제41조 내지 제47조)
1984년 행정소송법 개정에서는 행정청의 일차적 판단권을 존중하기 위해 ‘권력분립’ 및 ‘사법자제’ 등을 고려하여 의무이행소송을 도입하지 않고 거부처분취소소송, 부작위위법확인소송만을 도입하되 판결의 구속력을 담보하기 위해서 행정청에게 재처분의무를 부여하는 간접강제제도를 도입하였다.
이에 대해 의무이행소송은 분쟁을 발본적·일회적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선진법제에서 대부분 도입하고 있으며, 현행 권리구제절차(거부처분취소소송이나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의 불완전성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번 개정시안에 반영된 것이다. 예를 들어 과세관청의 거부처분에 대한 취소판결이 확정되었음에도 다른 처분이유를 들어 과세관청이 계속하여 거부처분을 하는 경우에 의무이행소송이 필요하게 된다.
다만 국세행정은 법의 지배를 받으면서 과세행정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국가작용인데, 세정에 대하여 비전문가인 법관이 과세관청을 대신하여 세법이 지향하는 목적과 공익을 실현하기 위한 최상의 처분이 무엇인지를 심리하고 그러한 취지로 판결해야 한다는 것은 법원의 부담이 될 수 있다. 일반행정사건과 달리 조세사건은 고도의 전문성을 가지므로 이를 재판하는 법원 역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원에게 부족한 조세전문성은 결국 소송대리인의 활발한 소송수행에 의해 보완될 수 밖에 없다.
나. 당사자 소송 활성화(안 제3조, 제48조 내지 제52조, 부칙 제1조)
개정안에서는 당사자 소송으로 볼 수 있는 구체적 유형을 열거하여 당사자소송의 범위를 매우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즉, 성질상 행정소송이지만 편의상 민사소송으로 다루어지던 행정상 손해배상·부당이득반환·원상회복청구소송 등 공법상 원인에 의해 발생한 법률관계에 관한 소송을 행정소송의 대상으로 하였다.
이와 같이 행정소송법이 개정된다면 당사자소송은 더욱 활성화되고 항고소송 중심의 행정소송제도가 해결할 수 없는 한계범위의 공법상의 법률관계에 대해 사법기관은 직권주의적 운용을 자제하고 변론주의적인 재판운영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세소송은 소송대리인의 법률적 쟁점과 사실관계의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제1심 법원의 입장에서는 소송대리인에게 있어서 보다 많은 세무·회계 및 조세법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세무사와 같은 조세전문가의 소송참여에 대한 정당성을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직권주의는 법원의 조세사건에 대한 사실판단과 법리적 쟁점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되는 만큼 과세관청의 우월적 지위가 다소 약화시킬 수 있는 경향이 있어왔지만, 당사자주의는 원고와 피고의 공방에 크게 의존하게 되는 만큼 납세자에 대해 조세법에 대한 특수한 전문성 외에도 회계학, 세무회계, 경제학, 재정학 등에 대한 전문가의 조력이 크게 요망되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 제3자 소제기 사실 통제제도 신설(안 제16조)
금번 개정안에서는 법원이 당사자 외에 관계 행정청 또는 소송결과에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에게 소제기 사실을 통지하거나, 관보·공보·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일간신문 등에 공고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로써 행정처분으로 인하여 영향을 받을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보장하여 일회적 분쟁해결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더불어 행정청 또는 제3자는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간접적인 소송참가의 범위를 확대된 만큼 세무사 등 조세전문가의 조력범위도 그만큼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4. 조세행정심판제도에 미치는 영향
우리 헌법에서는 행정심판의 절차를 사법절차에 준용하여 입법(제107조 제3항)하도록 하고 있는 만큼 국세기본법의 조세행정심판절차도 사법절차에 준용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조세심판원의 심리진행은 구술심리를 원칙으로 하면서 증거제출이나 질문·검사 등이 소송절차와 유사하게 진행되도록 하고 있지만 제도적 보장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에 금번 행정소송법개정안에서는 행정소송절차의 대국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당사자소송을 활성화하였다는 점에서 필요적 전치가 되는 조세행정심판절차 역시 앞으로 납세자의 당사자적 지위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동시에 심리의 공정성과 독립성도 제고되도록 검토되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 행정상 불복절차와 사법상의 소송절차를 최소화함으로써 불필요한 행정력을 줄이는 한편, 납세자의 불복 및 소송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세행정심판절차에 있어서도 조정 또는 화해제도에 대한 합리적 접근이 검토되어야 한다.
둘째, 조세행정심판사건에 이미 행정심판법에 도입되어 있는 의무이행심판, 무효등확인심판, 부작위위법확인심판, 당사자심판 등의 도입을 검토하여야 한다.
셋째, 과제척기간과 경정청구기간을 달리하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로 여겨지는 만큼 경정 등의 청구기한을 5년으로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셋째, 불합리한 세무조사 등에 대한 집행정지제도를 도입하고, 조세불복청구절차가 확정될 때까지 체납처분 등에 대하여 임시적으로 보류하도록 하는 등의 처분을 구할 수 있도록 국세기본법의 불복절차과정에 가처분(임시처분)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넷째, 의무이행심판, 당사자심판 등을 도입됨에 따라 현재의 조세불복절차를 당사자주의에 입각하여 다음과 같이 준사법적 절차로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
이와 같은 국세기본법의 개정은 납세자가 고액의 소송비용, 장기간의 재판기간, 복잡한 소송절차 등을 감수해야 하는 소송단계로 나아가지 않더라도 행정심판단계에서 납세자의 권익을 충분히 보장받게 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이 세무사의 조세소송대리가 제한된 사정에서는 이와 같은 조세행정심판절차의 개선은 앞으로 세무사의 역할과 지위를 확보하고 직무를 실질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세무사신문 제608호(2013.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