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국외 거주자들을 상대로 탈세 단속을 강화하자 아예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포기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12일 미국 국세청(IRS)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 시민권·영주권을 포기한 국외 거주자의 수가 사상 최고치인 1천130명에 달했다.
이는 1분기의 679명보다 대폭 늘어난 수치로, 지난해 1년간 시민권·영주권 포기자 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전년 동기와 견줘서는 6배가량 늘어났다.
코네티컷에서 세무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는 앤드루 미첼은 "외국 거주 납세자들을 겨냥한 국세청 단속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처럼 외국에 사는 시민권자와 영주권자에게도 모든 소득에 세금을 물리는 국가는 드문 편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자국민의 국외 자산에 대한 탈세 단속에 나섰다. 2009년에는 자국민의 세금 회피에 도움을 줬다며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에 거액의 벌금을 물리고 계좌 정보를 넘겨받았다.
2010년에는 해외계좌납세순응법(FATCA)을 제정, 이런 움직임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FATCA에 따르면 외국 금융회사가 일정한 금액 이상 미국 납세자의 거래계좌를 보유할 경우 미국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자산 신고를 누락한 미국인 납세자 본인은 연간 계좌 잔고금액의 최대 절반을 벌금으로 내게 될 수 있다.
FATCA는 당초 내년 초부터 시행 예정이었으나, 최근 미국 재무부는 내년 7월로 시행을 6개월 미룬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미국 시민권을 포기했다는 한 캐나다 거주자는 세금을 제대로 내기 위한 법률·회계 비용만도 과도하다고 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