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았던 종교인 소득세 과세가 조만간 전격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가 그동안 지지부진 했던 종교계와의 협의를 마치고, 논란이 이어진지 십 수년 만에 세법전에 목사. 스님 등 종교인 소득을 과세대상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일반 직장인들과의 형평성 문제로 꾸준히 문제가 제기됐던 숨겨진 성역(聖域), 공무원 직급보조비도 새롭게 과세대상에 추가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연소득 10억원이 넘는 ‘부농(富農)’에 대한 소득세 과세도 추진되며,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무분별한 소득세 감면특례도 제한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8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을 통해 소득세 세입기반 확대차원에서 소득세법 개정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종교인 소득, 어떻게 과세되나? = 종교인 과세는 지난 십 수년 전부터 제기된 해묵은 문제다. 그동안 암묵적인 비과세 성역으로 여겨졌으나 2000년대 초반 천주교 신부, 수녀를 중심으로 자발적 납세운동이 전개되면서 형평성 논란이 야기됐다.
이는 곧바로 기독교, 불교계 전반에도 납세를 요구하는 여론이 형성되는 도화선이 됐다. 특히 지난 이명박 정부 마지막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한 바 있는 박재완 장관은 공식적으로 "종교인 과세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과세논의가 재차 부각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논란이 불거진 인수위 시절 이 문제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결국 부임 첫 해 세법개정안을 통해 명확한 종교인 과세 추진의사를 밝히면서 "세금에 예외는 없다”는 확고한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에 따르면 종교인 소득세는 당초 유력하게 검토된 바 있는 근로소득 형태가 아닌 사례금 형식의 ‘기타소득’ 형태로 과세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기재부는 "사례금은 사무처리 또는 역무의 제공 등과 관련 고마운 마음을 나타내는 사례의 뜻으로 지급되는 금품이라는 대법원 판결취지를 고려,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의 일종인 사례금으로 보아 소득세를 과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근로소득세 형태로 소득액을 근로소득세율을 적용해 원천징수 해온 천주교계도 향후 기타소득 형식으로 과세될 전망이다. 정부는 납세 준비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종교인 과세를 시행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종교인이 수령한 금액의 80%는 필요경비로 인정해 비과세 처리되며, 이외 소득에 대해 20%의 기타소득세율이 적용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반 종교인의 경우 대체로 소득금액이 낮아 근로소득 형태로 과세될 경우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데, 기타소득 과세는 이보다 상대적으로 세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종교인 과세에 따른 구체적인 예상세수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나, 조세전문가들 사이에선 연간 약 1000억원의 추가세수가 확보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다만 정부는 종교인 납세부담협력 비용을 줄여주기 위해 종교인 소득 원천징수의무자(교회, 사찰 등)에 반기납부특례를 부여 1년에 2번만 세금을 내도록 허용하고, 종교단체에서 받는 소득 외에 근로소득, 퇴직소득, 연금소득 등 기타소득에 대해선 분리과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 "대통령, 장관도 세금 더 낸다”…공무원 직급보조비 과세 = 그동안 정부 당국 간 유권해석을 미루면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던 공무원 직급보조비 과세문제도 이번 세법개정을 통해 ‘과세대상’으로 명확히 결론났다.
공무원 직급보조비는 '공무원의 수당 등에 규정'에 따라 모든 공무원에게 급여 외에 추가로 지급되는 일종의 추가수당 성격으로 직급별로 지급액에 차이가 있다. 구체적으로 대통령은 월 320만원, 장관급은 월 124만원, 차관급은 95만원, 3급(부이사관) 상당은 50만원, 5급 사무관은 월 25만원, 하위직 9만5000원 등이 각각 주어지는데, 금액에 따라 부담하는 세액도 조금씩 차이가 날 전망이다. 정부는 직급보조비 등 급여 외 추가소득을 인건비가 아닌 물건비로 분류시켜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지만, 민간기업 임직원의 직급보조비는 근로소득으로 세금을 부과해 과세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번 직급보조비 과세를 통해 상당 규모의 추가 세수가 예상된다.
실제로 올해 초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이 발표한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직사회에 지급된 직급보조비는 총 7조1378억원으로 여기에 소득세를 부과할 경우 1조원 이상의 세금이 추가 확보될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준비기간 등을 고려, 오는 2015년부터 직급보조비 소득세 과세를 시행할 방침이다.
□ 부농 소득세 과세, 외국인근로자 과세특례 축소 = 이와 함께 과세형평성 차원에서 연소득 10억원을 초과하는 ‘작물재배업종'도 오는 2015년부터 소득세 과세대상에 새롭게 추가될 전망이다. 주로 고부가가치 업종인 꽃 등 원예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인들이 과세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부는 곡물 및 기타 식량작물 재배업종은 종전처럼 과세하지 않을 방침이다.
역차별 논란이 불거졌던 외국인근로자 과세특례 제도도 손질된다.
정부는 내년부터 고용기업과 특수관계(경영지배관계, 친족관계)에 있거나 법인 경영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행사하는 외국인근로자는 17%의 소득세 단일세율 적용특례 혜택을 주지 않기로 했다. 고소득 연봉을 받는 일부 외국인근로자의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세무사신문 제610호(2013.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