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원이 넘는 고액 전세보증금에 대한 불합리한 과세 체계를 놓고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몇억짜리 주택 보유자의 경우 취득세, 재산세는 물론 심지어 종합부동산세까지 내야 하지만 강남의 고급아파트에 수십억원대의 고액 전세로 살더라도 전세보증금에 과세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세입자에게는 한푼의 세금도 부과되지 않기 때문이다.
26일 국세청에 따르면 현행 세법상 3주택 이상 보유하거나 1주택자라도 공시가격 또는 기준시가 기준으로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임대한 집주인에 한해서만 보증금의 60%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한다.
반면 세입자의 경우 전세보증금을 자산으로 볼 수 있지만 물건이 아닌 채권이라는 점에서 과세할 근거가 없고 전셋집을 세입자의 자산으로도 보기 어렵기 때문에 고액 전세주택에 사는 세입자라 하더라도 과세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게 세무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집주인에게 이미 보증금에 대해 세금을 물린 상황에서 또 다시 세입자에게 세금을 부과할 경우 이중과세가 된다는 문제점도 야기될 수 있다.
전세보증금의 규모를 떠나서 세입자 입장에서는 주거편익 이외에 계약 종료 후 자본이득이 전혀 없는 만큼 물가상승률과 자본기회비용 등을 감안할 경우 오히려 세입자가 손해를 보는 구조에서 과세 여부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형평성에 맞지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주택가격의 하락세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주택보유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면서 점차 고액 전세 세입자에 대한 곱지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즉 집을 여러 채 갖고 임대하는 등 전·월세시장의 공급책 역할을 담당하는 다주택자들은 여러 세목으로 세금을 납부하지만 충분한 자금력을 갖췄음에도 절세 등의 목적으로 고액 전세주택에 거주하는 한편 심지어 자녀들에게 고가의 전세주택을 마련해주는 등 ‘편법적 증여세 탈루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세청이 거액의 전세보증금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를 잘하지 않는 상황에서 굳이 수천만원의 증여세를 신고할 필요도 없을 뿐아니라 설사 조사가 들어오더라도 임시로 빌려준 것일 뿐 나중에 돌려받기로 했다고 둘러대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세무사신문 제611호(2013.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