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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2811]
[국세청기자실] 국선세무대리인 실효성 있을까

이승선 프레시안 기자

 

국세청의 최고위급 현역 간부와 전 국세청장까지 낙마시킨 ‘CJ 비리' 사건 이후 국세청이 ‘자체 개혁'을 추진하는 강도가 거의 몸부림에 가까울 정도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8월말 국세청이 전국세무관서장 회의에서 발표한 ‘8.29 쇄신방안'이다. 하지만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개혁의 아이디어보다는 실천의 문제, 즉 사람의 문제에 달렸다는 시각이 안팎에서 팽배하다.


예를 들어 국세청 고위직들이 대기업 관계자를 사적으로 만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세무조사 비리 근절의 주요 방안으로 제시됐을 때, "도대체 몇 명이 모인 자리가 사적인 것이냐”는 의문이 곧바로 제기됐다.


그러나 10월 8일 국세행정 전반에 대한 개혁 추진을 목적으로 출범한 국세행정개혁위원회(국개위)는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9년 출범한 국세행정위원회에 ‘개혁'이라는 단어만 추가했을 뿐, 실질적인 내용은 다를 게 없다고 비꼬기도 하지만, ‘개혁'까지 이름을 붙이고도 정말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면 국세청 스스로도 부끄러울 것이다.


국개위는 본위원회와 4개의 실무분과위원회로 구성됐다. 본위원회는 국세청 내부위원 1명과 각계 대표 14명 등 15명의 위원으로 외부인사가 위원장을 맡는다. 실무분과위원회는 세정·세법 전문가와 법학·행정학 교수와 연구원 등 12명의 외부 인사와 본청 국장급 내부인사 13명 등 25명으로 구성됐다.


본위원회는 행정전반의 중장기적 개혁방안, 고위직 인사운영 및 조직개편 관련한 자문과 세무조사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심의·자문 역할을 맡는다.

 

분과위원회는 국세행정 3.0, 납세서비스, 세원관리, 세무조사 등 4개 분야에서 실무적 개혁과제를 발굴하는 역할이 주워졌다.


나름의 각오를 보여주듯 국개위는 지난 7일 첫 실무분과위원회를 열어서 세무대리 업계에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방안을 꺼내들었다.

 

납세자 권익보호를 위한 국선세무대리인 제도다. 국선 세무대리인은 국세청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 사안이다.


이 제도는 변호사를 구할 수 없는 국민에게 국가가 변호인을 선임해주는 국선변호인처럼 세무분쟁에서 세무대리인을 선임하기 어려운 영세납세자들에게 국가가 세무대리인을 선임해주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현재 대기업이나 재산가들의 경우 세무사를 고용해 절세는 물론 국세청의 과세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반면 영세납세자는 세무사의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과세당국의 세금 부과에 대해 영세납세자들이 조세심판원 심판까지 끌고 갔을 경우 청구 인용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문제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국선세무대리인 제도가 아이디어로 제시됏다.

국개위의 납세서비스분과위는 국선세무대리인 도입 방안과 관련해 제기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첫 회의에서 논의하고, 다음 회의 때 정식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를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세무대리 업계에서는 국선세무대리인 제도가 도입될 경우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세청이 지금도 영세납세자를 대상으로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신고·납부 등을 무료로 지원하는 ‘영세납세지원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국선세무대리인 제도는 아무래도 조세 불복 사건이 될 경우 영세납세자들이 조세심판원에 심판 청구를 할 경우 이길 확률을 높이기 위한 지원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제도의 도입 취지가 성과로 나타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게 세무대리 업계 관계자들의 우려다.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의 경우, 평가를 받는 기업이 수수료를 내기 때문에 신용평가가 적기에 정확하게 이뤄지기 어려운 것처럼, 국선세무대리인 제도에도 이해상충 관계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국선세무대리인에게 수임료와 성공보수 등의 비용을 국세청이 지원하는 방식이라면, 과세 결정을 내린 과세당국이 자신의 결정에 대해 다투는 사건의 반대편에 해당하는 영세납세자를 위해 비용도 부담한다는 것은 모순된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라면 국선세무대리인 제도에 세무사업계가 적극 호응할 정도로 수임료 등의 비용 문제가 적절한 수준으로 정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무대리를 할 수 있는 세무사만 10년 새에 두 배로 늘어난 1만 명 정도가 되고, 매년 700명 가까이 새로운 세무사들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세무사 공급 과잉'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신참 세무사일수록 국선세무대리인 제도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실무경험 등 사업 기반을 닦는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무대리 업계의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국선세무대리인 제도가 자칫하면 ‘전시행정'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고도 적지 않다. 국선세무대리인이 실효성 있는 제도로 정착되려면 보다 심도 있는 고민과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국세행정 3.0이라든가, 각종 세무조사 부조리근절 방안 등에 대해 "위기를 말로 때우고 넘기는” 국세청의 고질적 병폐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어린 시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616호(2013.11.16.)

 [조회: 2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