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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3.9%로 내다봤다. 정부는 작년만 해도 올해 경제가 4%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봤지만 전망치가 낮아졌다. 지난해 성장률은 3%에도 미치지 못했다. 재작년에 예측했던 것보다 역시 낮아졌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각종 투자활성화 대책과 규제완화·민자 유치대책 등을 발표했지만 기대만큼 경제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
한국 경제는 1970~80년대 전 세계에 유래가 없을 정도의 고도 성장을 구가했다. 외환위기로 한차례 큰 풍랑을 맞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도 5%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4% 성장도 쉽지 않다. 중국 등 후발국가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세계 수출시장에서 한국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10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는 내수 확장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국이 이미 저성장 단계에 진입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성장률이 1% 하락하면 일자리는 5만~7만개 줄어든다. 복지 등에 재원으로 쓸 수 있는 세금은 2조원이 덜 걷힌다. 10% 안팎의 고성장 시절에도 서민들 삶은 고단했는데 2~3%로 떨어지면 오죽하겠냐는 걱정이 앞선다. 특히나 노동 인구 감소는 성장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2026년이 되면 인구 5명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들어서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1∼2020년 4.10%(연평균) 수준인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031∼2040년에는 1.26%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지만 위안거리는 있다. GDP와 우리 삶은 적잖이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GDP 지표는 행복의 척도도 아니다. 행복한 가정이 아무리 많더라도 GDP는 그 사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반대로 GDP는 전쟁이나 자연재해 같은 불행이 일어나면 오히려 늘어난다. 일본 경제가 대표적인 예다.
2011년 대지진으로 인한 복구사업이 GDP에 반영되면서 수십년째 바닥을 기던 일본의 2012년 경제성장률은 2.0%로 급등했다. <제로 성장의 시대가 온다>는 저서로 유명한 리처드 하인버그는 “GDP를 잣대로 국가의 전반적 건강을 측정하려는 것은 음표 개수로 음악의 가치를 평가하려는 것과 같다”고 GDP에 매달리는 주류 경제학자들을 조롱했다.
하인버그 설명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경제 재건에 나선 선진국들은 경제 진척 상황을 평가할 잣대가 필요했다. 가장 쉽게 합의된 지표가 바로 ‘한 나라 국민이 공급한 노동력과 자산으로 한 해 동안 생산한 모든 재화와 용역의 시장 가치’를 뜻하는 국민총생산(GNP)이었다. 이것이 국민이 아닌 지리적 위치를 기준으로 한 GDP로 대체됐다.
GDP 덕에 학자들과 경제 관료들은 편해졌다. 수치가 올라가면 경제가 잘 되고 있고, 내려가면 뭔가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GDP는 현실과 맞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 직접 마당에서 닭을 기르고 채소를 가꾸면 GDP는 오히려 낮아진다. 금연붐이 불어 흡연인구가 줄어도 GDP는 떨어진다. 목재 생산은 GDP에 포함되지만 벌목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비용은 고려되지 않는다.
문제는 또 있다. GDP는 말 그대로 ‘총생산’이므로 사회의 부(富)가 어떻게 분배되고 있는지 전혀 보여주지 못한다. 통상 사람들이 얼마나 잘 사느냐는 그 나라의 1인당 GDP로 판단하지만 이는 전체 GDP를 말 그대로 인구 수로 나눈 것에 불과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우리 나라의 1인당 GDP는 2만4000달러 가량이다. 원·달러 환율 1천50원을 적용하면 약 2천520만원이다. 이론적으로 우리 정도의 경제 규모와 수준에서도 분배만 잘 된다면 4인 가구의 연간 소득은 1억원을 넘는다. 모든 가정이 이 정도의 소득을 갖고 있다면 세계 어느 국가에 비교해도 손색 없는 구매력을 갖춘 셈이 될 것이다. 분배가 잘 이뤄지면 지금보다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파이를 더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키운 파이를 잘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주 고향에 다녀왔다. 고향에 다녀오면 우선 밥상이 풍성해진다. 부모님께서 싸주신 나물 등 반찬 덕분에 한동안 마트에 갈 필요가 없다. 농사짓는 친척들은 때가 되면 갓 방아를 찧은 쌀을 택배로 아파트 문 앞까지 보내주신다. 전남 해안가에서 유자 농장을 하는 고등학교 동창은 감기 조심하라며 매년 겨울 유자청을 만들어 보내준다. 힘든 객지 생활을 버틸 수 있게 하는 자양분이요,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행복이다. 엄밀하게 보면 이런 거래도 ‘지하경제’ 범주에 속한다. 공짜로 받든 돈을 드리고 받든 세금을 한푼도 안냈기 때문이다. GDP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이런 거래가 늘어날수록 마트에서 물건 살 일이 줄어 오히려 GDP는 줄어든다.
새해가 밝았다.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해 이런 지하경제가 새해에 더욱 활성화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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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신문 제619호(201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