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경 하 서울신문 기자
2012년 9월, 정부는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며 매달 월급에서 근로소득 원천징수를 10% 덜 걷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근로소득세율이 조정되지 않았으니 연말정산 이후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은 줄어든다. 이에 대해 많은 언론들이 조삼모사라고 비판했고 공무원들은 억울하다고 했다.
연말정산 시즌이 돌아왔다.
몇년 전에는 연말정산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지금은 행여 토해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정부가 소비하라며 덜 걷어간 세금은 진짜 소비에 쓰였을까. 연말정산을 통해 두둑히 받은 돈이 목돈이 들어가는 내구재 소비나 저축 등에 쓰였다는 점을 돌이켜보면 차라리 과거처럼 더 떼어가고 나중에 목돈을 주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번 더 생각해보면 정부가 처음부터 제대로 걷어야 할 것을 일단 행정 편의로 많이 걷어 놓고 돌려줬던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일 수 있다. ‘비정상의 정상화’인 셈인데 비정상에 익숙하기 때문에 이 과정이 솔직히 낯설다.
정부가 밝힌 ‘비정상의 정상화’에는 지하경제 양성화가 빠지지 않는다.
지하경제 양성화는 그동안 걷지 않았던 세금을 이제는 걷겠다는 말과 같다. 보통 5년 동안 안낸 것으로 의심받는 세금을 한꺼번에 내라고 하니 임대사업자 등록하지 않고 월세 받았던 임대사업자들, 매출 누락을 의심받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 개별소비세를 제대로 내지 않았다고 의심받는 유흥주점 사업자 등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물론 이들의 잘잘못에 대해서는 세정당국의 판단을 믿는다.
하지만 꼭 저렇게 해야 하나 싶다. 갑작스러운 세무서 출두 통지서나 세금 납부 고지서를 받기 전에 세정당국에서 업계 사람들을 모아서 설명하고 분할 납부 등 방법을 모색하는 모양새를 먼저 갖출 수는 없었을까. 관행상 그렇게 해 왔는데 이제 와서 법을 들이대면서 잘못했다고 하면 “재수없이 나만 걸렸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동안 아무 이야기도 없었기에 이들은 그것이 맞지는 않지만 틀렸다고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큰 잘못이었다고 하루 아침에 바꾸자면 비정상에 익숙한 상황이 바로 정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비정상이 정상으로 오해되는데 시간이 걸렸듯이 비정상이 비정상이었던 것으로 인식되고 정상으로 바로 잡혀가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이 시간을 줄이는 것이 정부의 몫이다.
지난해 8월 발표된 세법 개정안의 증세 논란에 대해 조원동 경제수석은 “명백한 세목 증가, 세율 인상은 경제 활력을 저해하는 것으로 보고, 마치 거위에서 고통 없이 털을 뽑는 방식으로 해보려고 한 게 이번 세법개정안의 정신”이라고 해서 국민의 공분을 샀었다.
비과세 감면 축소로 세금을 더내야 할 판인데 세목 신설이나 세율 인상이 없으니 증세가 아니라는 설명도 분통이 터지는데 납세자를 거위에 비유했으니 더욱 화를 돋운 것이다.
이 말은 프랑스의 루이 14세 때 재무상인 장바티스트 콜베르가 한 “과세의 기술은 거위가 얼마나 고통을 느끼지 않게 깃털을 뽑느냐에 달려 있다”를 원용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는 프랑스 대혁명 직전, 17세기 왕조정치 시대였다. 그 때야 납세자가 말 못하는 거위가 될 수 있지만 21세기 민주주의 사회에서 납세자는 그 때와 다르다.
당시 고통은 존재하나 단지 명확히 알지 못했던 납세자들이 이제는 매년 세금 신고와 납부를 통해서 자신의 고통을 숫자로 확인한다. 세금이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마이너스의 개념인 셈이다.
그동안 뽑지 않았던 거위털을 이제 뽑겠다고 하면 털 뽑혀야 하는 거위는 반발할 수 밖에 없다. 고통을 덜 느끼게 하고 털을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용히 뽑는 기술도 필요하다. 거위라고 무시하지 말고 대화를 하자. 설명했으니 알아듣겠거니 하지 말고 이해했는지 확인해보다.
지하경제 양성화는 그동안 세정당국이 관여하지 않았던 분야에 대해 관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동안 해야 했는데 하지 않았던 일을 하는 것인만큼 그동안 세정당국도 비정상이 정상으로 오해되는데 기여한 셈이다. 이 점에서 세정당국의 낮은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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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신문 제621호(201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