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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1998]
[국세청 기자실] 굳세어라 봉급쟁이들이여

이 귀 전 세계일보 경제부 기자

 

새해부터 근로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정부가 ‘13월의 월급’인 연말정산의 일부 항목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추가 전환할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정부는 지난해 일부 소득공제 항목을 세액공제로 전환한 바 있다. 지난해 세법개정으로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보장성 보험료 등 8개 특별공제 항목과 다자녀, 6세 이하 자녀양육비, 출산·입양 등 추가 인적공제 4개 항목은 내년 연말정산 시 세액공제 적용을 받는다.

 

올해 세법개정에서는 장애인, 경로우대자, 부녀자, 한 부모 등에 대한 추가 인적공제 항목이 세액공제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로 세법이 개정된다면 앞으로 연말정산에서 봉급쟁이들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항목은 신용카드나 현금영수증 사용분 외에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소득공제는 근로자의 총급여에서 특정 항목에 쓴 돈을 비용으로 차감한 뒤 세율을 곱해 소득세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세액공제는 총급여를 그대로 소득으로 인정하고 산출된 세액의 일부를 돌려주는 것이다. 과세 대상 기준 소득이 줄어들지 않아 높은 세율이 적용돼 더 많은 세금을 낼 가능성이 크다. 의료비나 교육비 등은 세액공제로 전환됨에 따라 공제 한도가 있어 많이 쓰더라도 연말정산에서 공제를 받는데 한계가 있다.


실제 기획재정부의 조세지출예산서를 보면 올해 환급되는 연말정산 소득공제 조세지출액(잠정)은 8조4130억원으로 2012년(실적) 7조5967억원 대비 8163억원(10.7%)이나 늘어났다. 하지만 올해부터 소득공제 방식이 세액공제로 전환되면서 내년에 환급되는 조세지출액은 8조1811억원으로 올해보다 2319억원(2.8%) 줄어들게 된다. 세액공제 전환으로 환급액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연말정산 공제 방식을 바꾸는 이유로 과세형평성을 제고하고, 세입기반 확충을 위해서라고 했다. 고소득층의 세부담을 늘려 저소득층에게 더 많은 혜택이 가도록 하겠다는 취지는 일면 이해 간다.


하지만 과세형평 제고와 세입기반 확대를 법인이 아닌 국민, 그 중 유리지갑인 봉급쟁이들에게 떠넘기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어 정부 세수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법인에서 세금을 거둬 개인에게 혜택이 가는 방식이 아닌 개인의 세금으로 다른 개인이 수혜를 보는 것은 ‘돌려막기’ 대책이라는 인식을 들게 한다.


박근혜정부 들어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세수를 늘리겠다며 각종 정책을 시행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국세 수입 세부내역을 보면 법인보다 개인의 세부담이 컸다.


지난해 국세수입은 201조9000억원으로 추가경정예산안 당시 산정했던 세입 예산인 210조4000억원보다 8조5000억원(4.0%) 부족했다. 이중 법인세 수입은 43조9000억원으로 전년대비 2조1000억원이나 줄었다. 반면 개인들이 부담하는 근로소득세 수입은 21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조3000억원, 종합소득세는 10조9000억원으로 1조원이 늘었다. 법인들이 부담한 세금이 준 것은 경기 침체 등의 영향도 있을 테지만, 비슷한 상황에서 개인들의 세 부담은 늘어난 것이다. 특히 소득이 유리지갑처럼 드러나는 근로자의 세금이 많은 폭으로 는 것은 정부가 손쉽게 세수 확보를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하지만 근로자들은 무력할 수밖에 없다. 납세자인 근로자들은 정부가 불리한 정책을 시행하더라도 이를 반대하거나 거부할 방법은 사실상 거의 없다. 정부가 공청회를 열지만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 뿐이다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있는 국회가 봉급쟁이의 마음을 얼마나 알까 싶다.


결국 이같은 정부의 세수 확대 정책은 언젠가 납세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지난해 세법개정 당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세금을 걷는다는 건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내는 것”이라고 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정부의 세수 확대 정책이 ‘만만한’ 월급쟁이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그나마 남은 ‘깃털’마저 사라질 것이다. 나아가 법인의 세금 부담은 줄이면서 근로자들의 세금 부담만 늘린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지게 된다.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622호(2014.2.17.)

 [조회: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