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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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2381]
[기고]온라인상의 명예훼손등에 관해


 


손 경 식
변호사


인간은 성장과정에서 부모를 비롯한 가족, 친구, 기타 많은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하여 생존에 필수적인 여러 기능을 익힘은 물론 행동의 기준이 되는 많은 규범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대부분은 스스로 동의하여 그와 같은 규범 및 상식을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그중 일부에 대하여는 내심으로 도저히 동의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사회의 규범이며 이를 어기는 경우 큰 불이익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유로 (적어도 외면상으로는)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입니다.


사실 많은 상식 혹은 사회적 습관, 규범이라는 것은 반드시 누군가에 의하여 어겨지기 마련이고 이러한 경우 사회는 묵인을 하는 경우도 있고 비난을 하기도 하며 개별적으로 적절히 반응하게 되는데 그러한 반응방법이나 반응의 정도에 대하여도 사회적 습관이 형성되기 마련입니다.

어떤 위반행위들에 대하여는 매우 강력한 반응수단 즉 형벌을 부과하기로 사회 대다수가 합의하고 승인하여 제정된 것이 형사법이며, 결국 형사법이라는 것은 무슨 거창하고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상식 중에서도 가장 단단히 굳어진 상식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인간은 부득이 사회생활을 통하여 공존하며 생존하게 되므로 타인을 육체적으로는 물론 심리적으로도 공격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당연한 규범이 동서고금을 통하여 받아들여져 왔고, 이러한 규범이 이따금씩은 인간의 내면 즉 양심까지 침범하는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근대를 거치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내면의 판단에 대하여 까지 간섭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외면적으로는 타인을 육체적으로는 물론 심리적으로도 공격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합리적 수준의 규범이 굳건히 형성되었다고 할 것입니다.

우리 형법에도 타인을 심리적으로 공격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규범의식을 반영한 몇 가지 규정이 있습니다.

형법의 규정


제307조 (명예훼손)
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09조 (출판물등에 의한 명예훼손)
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신문, 잡지 또는 라디오 기타 출판물에 의하여 제307조제1항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1항의 방법으로 제307조제2항의 죄를 범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11조 (모욕)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위 규정들은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상식들을 반영한 것들이므로 해석상 별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단순한 것들입니다.


사실을 적시(구체적으로 거론)하여 명예훼손을 한 경우 진실을 거론한 경우에도 처벌하며, 허위사실을 거론한 경우에는 가중처벌 한다는 뜻입니다.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는 없어도 객관적으로 모욕(명예감정을 훼손하는 욕설이나 비하적 언사등)적인 언사를 한 경우에도 처벌하되 이는 사실을 거론하였던 명예훼손에 비하여 감경하여 처벌하게 됩니다.

그리고 출판물에 의하여 명예훼손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그 출판물이라는 특징 때문에 위반사실이 영구히 남을 수 있으며, 이를 접하는 사람들이 무한히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일반 명예훼손에 비하여 가중처벌하게 됩니다.

위와 같은 처벌규정들은 모두 “공연히”라는 요건을 필요로 하는데 이는 한자로 公然, 순 우리말로는 “숨김없이 드러내 놓다”는 뜻입니다.
즉 남들 보는 앞에서 사람의 명예감정을 훼손하는 언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며, 남들 앞에서 사람을 망신주지 말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공연히” 즉 “남들 앞에서”라는 요건의 정확한 의미는 다툼이 벌어진 대화자 외에 제3자가 현장에 있는 것을 의미하며, 위 제3자가 그러한 모욕적이거나 명예훼손적인 언사를 주변에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일반적으로 추단되기 때문에 이에 대하여는 형벌로 응징하자는 것이 위 법 규정의 취지입니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한 많은 의견개진이 이루어지면서 종전 형법 규정에서 예상하지 못하였던 문제들이 발생하였습니다.


인터넷 게시판에 게재된 문건은 출판물과 매우 유사한 구조 -즉 영구히 남을 수 있고 이를 접하는 사람의 수가 무한히 증가할 위험이 있다-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통적인 출판물의 개념과는 분명히 다르고, 특히 행위자는 모니터 앞에 혼자 앉아 그와 같은 글을 작성하기 마련이므로 전통적인 의미의 “공연성”과도 동일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게시판을 통하여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당한 사람들의 피해정도는 이를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심대하므로 이 부분에 대하여 규제할 새로운 법률이 제정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제70조 (벌칙)
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위 규정이 종전 형법 규정만으로 규제하기 어려운 온라인상의 명예훼손행위 및 모욕행위를 처벌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규정인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이 보는 앞에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것을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행동에서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혼자 모니터를 대하고 자판을 두드리는 순간에는 마치 자신과 상대방 둘만의 공간이 주어진 것으로 오인하고 기존 상식과 규범에 반하지 않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하여, 그 결과 본의 아니게 “범죄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앞에서 본 것처럼 인터넷 게시판은 출판물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그 성격상 전파가능성이 더욱 농후합니다.


예를 들어 길거리의 행인들 앞에서 특정인에게 “도둑놈”이라고 모욕한 경우와 특정 단체 혹은 동호회의 인터넷 게시판에서 “도둑놈”이라고 모욕한 경우 후자가 주변인들에 대한 전파가능성도 월등히 높고 피해자가 겪는 심적 고통도 지대할 것입니다.


관심사가 동일하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모두 알고 있거나 알 수 있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모욕이나 명예훼손을 당한 피해자의 피해 정도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모욕이나 명예훼손을 당한 피해자의 피해 정도에 비하여 월등히 무겁고 중할 것이라는 점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래서 위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의 처벌 규정이 형법상의 처벌 규정보다 훨씬 가중되어 있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단체나 동호회에서 의견을 수렴하거나 토론하는 방법으로 인터넷 게시판을 사용하고 있으며 실제로 다중이 모여 직접 토론하는 경우는 오히려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모니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는 사람은 문서 작성 및 게시의 순간에 주변을 의식하는 정도가 현저히 낮아질 위험성이 높고, 그런 의미에서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도 위험에 처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본의 아닌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인터넷 게시판 사용자는 더욱 더 문구에 신경을 쓰며 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며, 특히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등의 범죄로 여겨질 위험이 있는 문구가 게시된 경우 게시판의 관리자는 적극적으로 이를 삭제하도록 게시자에게 요구하거나 불응시 직접 삭제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게시판 관리자의 위와 같은 자세는 단순히 타인의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일 뿐 아니라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는 자신의 책무이기도 합니다.


세무사신문 제625호(2014.4.1.)

 [조회: 23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