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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2182]
[국세청기자실] 정당한 세금에도 징징대는 나라

 

   이영태 한국일보 기자

 

2007년 겨울, 취재 차 스웨덴 스톡홀름을 찾았을 때 얘기다. 당시는 1년 전 집권한 중도우파인 프레드릭 레인펠트 총리가 유럽 북구 사민주의 복지모델의 전형이라던 스웨덴 복지모델 시스템에 메스를 들이대기 시작했던 시점. 공항에서 도심으로 이동하던 택시 안에서 만났던 인도 출신 택시기사는 스웨덴의 높은 세금에 열변을 토했다. “그 놈의 세금, 세금, 아주 진절머리가 나요. 스웨덴 사람들은 정말 어리석은 것 같아요. 조금만 젊었어도 노르웨이나 덴마크처럼 세금이 낮은 나라로 옮겨서 일을 했을 텐데 말이죠.”


그런데, 그곳에서 만난 스웨덴 사람들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한 은행원은 “낸 만큼 돌려받는 것”이라며 “정부가 감세에 나서는 게 솔직히 두렵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6년여 얼마 전 눈길이 가는 기사를 접했다. 레인펠트 총리가 시행하려는 5번째 감세 정책에 대해 여론 조사를 한 결과였는데, 응답자의 58%가 감세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긍정적인 응답률은 34%에 그쳤다. 스웨덴 한 교수의 해석은 이랬다. “많은 국민들이 의료, 교육, 사회보장 등 분야에서 복지국가의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다는 걸 경험했다. 이게 감세 때문이라고 보는 것 같다.”


장황하게 먼 나라 얘기를 풀어놓은 건 세금 얘기만 나오면 너도나도 징징대는 우리나라 상황과 자꾸 오버랩되는 탓이다. 정부가 2월말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내놓았던 임대소득 과세를 둘러싼 언론들의 보도는 정말 가관이었다. 임대소득이 있는데 자진 신고를 하지 않아 세금을 내지 않았던 집주인들이 이 조치로 ‘세금 폭탄’을 맞게 됐다며 아우성치는 얘기들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5만원씩 받고 원룸 18실을 임대하고 있는 그에게 임대소득에 세금을 엄격히 물린다는 정부 방침은 큰 부담이다.”(A신문) “세금 없이 월세를 받고 생활하던 다가구주택 집주인들이 세금폭탄을 맞게 됐습니다.”(B방송) 정부가 대책을 내놓은 지 불과 일주일 만에 2주택자의 월세 임대소득에 대해서 비과세를 하기로 한 것도 이런 여론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결과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다주택자는 모두 136만500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중 주택 임대소득이 있다고 자진 신고를 한 인원은 고작 8만3000여명. 전체의 6%에 불과했다. 집주인이 자진신고를 하지 않는 이상 국세청이 임대소득을 파악할 수 없다는 걸 감안하면, 나머지 94%는 공공연하게 탈세를 해온 셈이다. 그런데 정당하게 임대소득을 과세하겠다는데 언론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왜 불쌍한 서민들에게 세금을 뜯어가느냐”며 아우성을 치고 있는 격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예 임대소득 과세 자체를 철회시키겠다는 듯 지속적으로 압박한다. 집주인들이 대거 집을 매물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까스로 회복세에 있던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C신문), 또 세금폭탄을 맞은 집주인들이 결국엔 그 비용을 세입자들에게 떠넘기면서 서민들 부담만 커지게 됐다고(D신문).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 역시 마찬가지다. 2013년 연말정산에서 상당수 근로자들이 세금을 돌려받기는커녕 오히려 추가로 물어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세금폭탄이라는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빗발쳤다. ‘많이 거둬서(원천징수) 많이 돌려주는(연말정산)’ 방식에서 ‘적게 거두고 적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뿐인데, 마치 세정당국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양 언론들이 가세해 분노를 쏟아냈다.


어디 이 뿐이랴. 이명박 정부 때 푸짐한 ‘감세’ 선물을 받았던 기업들은 조금의 증세도 허용할 수 없다고 배수진을 친다. 경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내놓은 자료를 보자. 법인세와 관련한 각종 비과세·감면 등의 일몰이나 축소로 기업들이 3년간 추가 부담해야 할 세금이 10조원에 달한다고 했다.  “증세 없는 복지를 하겠다더니 결국엔 증세를 해서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기업들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당장 세금을 더 내라는데 누구라도 흔쾌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조세 저항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스웨덴과 달리 “낸 만큼 돌려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형성되지 못한 것 역시 인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비정상의 정상화’조차도 부당한 것처럼 여론몰이를 하는 건 곤란하다. 소득이 있으면 세금은 내야 하는 것이고, 적게 냈으면 더 내야 하는 것이고, 또 과도한 혜택은 일부 돌려줘야 하는 것이 순리다. 다소의 고통은 지금까지 받았던 이익에 대한 대가가 아니겠는가.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625호(20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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