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10대 재벌그룹의 회계감사를 ‘빅4’(삼일·안진·삼정·한영) 회계법인이 독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0대 재벌그룹 계열사 83곳 가운데 80곳(96.4%)이 지난해 4대 회계법인에서 외부감사를 받았다.
GS그룹 계열사인 삼양통상(삼덕회계법인), 코스모화학(정일회계법인), 코스모신소재(정일회계법인)를 제외한 모든 기업들이 4대 회계법인을 감사인으로 선정한 것.
10대 재벌그룹 계열사에 대한 빅4 회계법인의 외부감사 점유율을 보면 삼일이 31.3%로 가장 많았고 그 뒤는 삼정(25.3%), 안진(24.1%), 한영(14.5%)의 순서였다.
이런 구도는 국내에 IFRS(국제회계기준)가 의무적으로 도입된 2011년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4대 회계법인을 외부감사인으로 선임한 비율은 2003년 91.1%에서 2011년 96.4%로 증가했는데, 3년 연속 이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10대 재벌그룹 계열사들은 외부감사인을 교체한다고 해도 4대 회계법인 내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외부감사인을 교체한 기업은 삼성증권, SK이노베이션, 롯데칠성 등 8곳이지만 8개 기업이 모두 4대 회계법인 내에서 감사인을 새로 지정했다.
아울러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대 그룹 계열사의 감사인 교체 129건 가운데 115건(89%)이 4대 회계법인 내에서의 교체였다.
회계법인들의 ‘장기 감사’ 문제도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감사인과 기업의 유착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해까지 6년을 초과해 같은 외부감사인을 선임한 회사는 모두 35개사. 삼성그룹 11개사, 현대자동차와 LG그룹이 각각 5개사, CJ그룹 4개사, GS와 롯데그룹 각각 3개사의 순서였다.
지금은 폐지된 외부감사인 의무 교체제도는 동일 감사인이 6개 사업연도를 초과해 감사 업무를 맡을 수 없도록 한 바 있다.
10년 이상 동일 감사인을 선임한 10대 재벌그룹 계열사는 모두 15개로 나타났다.
삼성그룹에서는 삼성중공업(삼일), 삼성전자(삼일), 삼성물산(삼일), 삼성생명(삼일), 삼성카드(안진)가 10년 이상 같은 회계법인에 감사를 맡기고 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글로비스(한영), 현대차(안진), HMC투자증권(한영)이 이에 해당하며, CJ그룹의 CJ헬로비전(안진), CJ CGV(삼정), CJ(삼일)도 10년 이상 외부감사인이 같았다.
4대 회계법인의 시장 독과점은 금감원의 외부감사인 지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외부감사인 지정이란 신규 상장기업, 과거 회계부정을 일으킨 기업 등에 대해 금감원이 감사인을 일정기간 동안 정해주는 제도를 뜻한다.
지난해 금감원이 외부감사인을 지정한 회사 237곳 가운데 161곳(59%)이 4대 회계법인에서 외부감사를 받았다. 이 비율은 2012년 53.9%에서 소폭 증가했다.
감사인 지정 처분을 받은 회사는 금감원이 정한 일정한 기준에 따라 감사인 지정을 받게 된다. 이 기준은 감사인에 속해 있는 회계사의 수와 경력, 매출액, 외국회계법인과의 품질관리계약 체결 여부 등에 따라 결정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기준을 마련해놓고 이에 맞춰 감사인을 지정해 주고 있다”면서 "회계사의 수와 경력 이 점수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대형회계법인의 지정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세무사신문 제625호(201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