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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2182]
[국세청기자실] 세무조사 단상(斷想)

 

이 민 종 / 문화일보 경제산업부 차장

 


몇 년 전일이다. 국세청으로 부터 무자료거래와 관련한 탈세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게 된 A주류 대기업에는 당연히 비상이 걸렸다. 그래서 긴박하게 회의를 소집했고 머리를 맞댄 끝에 대책 하나를 결정한다. 국세청의 6개 지방청 가운데 한 곳을 대상으로 로비를 위한 로비스트를 선임한 것. 자칫 엄청난 추징액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되자 어떻게 해서든 파장을 최소화기 위해 로비스트를 선택한 것이다. 로비스트가 활동하는 과정에서 ‘해프닝’도 있었던 모양이다. 실무진이 윗선에 이런 내용도 보고했다.


‘∼로비 사실을 조사 담당자들이 인지하여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협조해 줄 수 있는 부분은 현재 상태에서 조사 마무리 정도라고 함’.

 
이 기업의 주문을 받은 로비스트가 끈질기게 조사담당관들에게 직접적 또는 우회적으로 세무조사 강도를 낮추거나 관련 혐의를 축소해 줄 것을 부탁했을 것이다. ‘다행히’이들 조사관은 로비스트를 거추장스럽게 여긴 듯싶고, 나름 바르게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로비스트는 누구였을까? 아무래도 현직 세무공무원에 줄을 잘 댈 수 있는, 국세청 내·외부의 사정에 익숙한 인물이었을 것이다.


이는 기업이 느끼는 세무조사의 위협감과 세무비리의 개연성을 유추할 수 있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로비가 합법화됐다는 미국과 달리 한국의 국민정서상 로비는 불법, 또는 음모적 행위로 귀결된다.


현재 기업에 대한 경제 관련 조사는 크게 국세청이 세법에 따라 행하는 세무조사와 관세청의 관세조사,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거래혐의 관련 조사, 검·경의 경제사범 조사 등으로 압축될 수 있다. 이 경우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예외 없이 높은 추징금, 과징금이 부과된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자에게 "제재를 받게 되는 기업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총수나 최고경영자(CEO)의 인신 구속이 우선이겠지만 이게 아니라면 그 다음으로는 벌금이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재무제표가 돌아가는 기업 특성상, 예기치 못한 수십억, 수백억 원 대의 과징금 등을 맞게 되면 기업이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차라리 임원 한두 명이나 관련자들이 구속되는 게 낫지 천문학적인 벌금은 가급적 피하려 하는 게 내심”이라고 말했다.


음성적이고도 고질적인 탈세·탈루, 역외탈세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세무조사는 조세정의 확립을 위해 당연히 필요하다. 뒤집어 보면 납세의무자가 신고한 내용에 오류나 탈루 흔적이 없다면 조사를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세법에 따라 성실하게 신고하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 지난해 지하경제 양성화 조치로 촉발된 세무조사 강화 논란이 크게 부각되는 등 여론이 악화됐던 상황에서 알 수 있듯 세무조사는 통보를 받은 사실만으로도 기업이나 납세자를 얼어붙게 만들 정도로 위압감을 지니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세정당국이 지난해 연간으로는 1만8000여건 안팎으로 세무조사 건수를 유지하는 등 크게 세무조사 건수가 늘지 않았는데도, 세무조사가 강화됐다는 국민 불안 여론이 조성됐다며 분석하며 올해는 보다 전략적 세정운영을 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현장 행보를 강화하고 있는 국세청 수뇌부와 만나는 기업인들도 비슷한 ‘소원수리’를 내놓고 있다. ‘통상 10여 일전에 세무조사 사전통지를 하는데 시간이 임박해 기업들이 조사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탈세혐의가 없는 일반 세무조사에 대해서는 조사 시기를 탄력적으로 운영해 기업이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목소리도 나오기도 했다.


물론 세무조사의 기술적 접근이 쉽지는 않을 터이다. 이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세청의 세무조사 부과세액을 살펴보니 대기업·고소득 사업자보다 중견·중소기업자 부담이 훨씬 커졌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세정당국이 의도적으로 이처럼 접근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렇다면 세무조사의 칼날을 의식하지 않고 편한 마음으로 기업경영에 매진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무엇보다 번만큼 세금을 부담한다는 각오아래 탈세·탈루를 의식하지 않고 성실신고를 하는 것은 기본일 터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불거진 전직 재벌그룹 회장의 탈세·탈루, 횡령, 역외탈세,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에 대한 사회적 공분은 기업가나 대재산가들에게 모범이란 무엇인지,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는 어떻게 행하는 게 중요한 지를 보여주는 반면교사로 모자람이 없을 것 같다.


세정당국이 약속한 대로 경기부진과 관련해 서민, 중소기업을 배려하면서 누수 되는 세수가 없는지, 과세 사각지대를 잘 틀어막는 것 역시 불필요한 과다 조사 논란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지혜일 수 있다. 모자란 세원은 ‘유리지갑’에 집중할 게 아니라 천문학적인 역외탈세를 차단하고 추가로 빈틈이 없는지 발굴하며 관리를 강화하는 쪽에 조세행정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리나라 역외탈세 규모가 세계 3위라든지, 2012년 한해의 불법 자본유출 규모가 최대 24조3000억 원으로 추산된다는 분석 등을 보면 부끄럽기 그지없기도 하거니와 정부의 대응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점을 방증한다. 고소득 전문직의 차명계좌, 현금거래 탈세, 가짜석유 자료상·불법사채업, 대기업의 음성적 탈세, 역외탈세 등은 철저히 따져 부정한 소득을 환수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세정의 공신력,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 역시 세무조사의 신뢰를 담보하는 차원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로비스트 사례가 말해주듯  음성적 탈세·탈루를 하고도 문제가 발생하면 부정한 방법을 통해 이를 무마하거나 최소화하려는 행태는 거꾸로 보면 과거에 이런 방법이 먹혀들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 국세청을 둘러싼 전·현직 세무관료 들의 세무비리 사건 이나 최근에도 불거진 하위직 중심의 세무조사 무마 대가 금품수수 사건 등은 이를 방증한다. 최근 모 업권이 전·현 국세청 관료들을 사외이사로 무더기로 영입한 것 역시 로비스트는 아니라 할지라도 세무조사 등에 대비해 긴요할 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배후의 의도가 숨어 있을 것이란 추정을 하게 한다.


세무조사가 기업들에게 막연한 공포가 아닌, 정상적인 세정행위로 마음 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626호(201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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