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인혁 / 매일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지난해는 그물로 고기(생선)를 잡았다면 올해는 작살과 낚시로 잡는 느낌입니다.”
최근 국세청 모 인사는 기자와 만나 올해 세무조사 여건이 녹록치 않음을 이렇게 에둘러 표현했다. 그물(적극적인 세무조사를 뜻함)을 던져 생선(세수)을 광범위하게 건져올리는게 아니라 목표점을 정해 작살을 쏘는, 혹은 특정 구역에서 낚시질을 하듯이 세무조사를 그만큼 정교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국세청 조사인력들의 사기도 한풀 꺾인 모양이다.
지난해는 유독 납세자들의 원성이 잦은 한해였다. 세무조사 강도가 너무 세졌다느니, 사후검증 건수가 급증했다느니, 비정기(특별) 세무조사로 비명을 지르는 기업들이 늘었다는 등 국세청이 유달리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비정상의 정상화’‘지하경제 양성화’라는 대의명분이 내걸렸지만 국세청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결국 올해는 국세청이 대대적으로 방향타를 선회했다. 김덕중 국세청장이 올해 2월 전국세무관서장 회의를 통해 세정 방향을 밝혔듯이 경제 활성화를 측면 지원하는 `따뜻한 세정'에 방점을 두기로 했다. 그 뒤로 ‘세금을 징수하는 국세청이 맞나’ 싶을 정도의 과감한 변화와 실천이 잇따르고 있다.
국세청이 조사인력에 대한 평가체계를 절대평가로 바꾸기로 한게 단적인 예다. 종전까지는 조사인력들 간의 상대평가가 이뤄지면서 보이지 않는 징수 경쟁이 이뤄진 점을 주목한 것. 다른 직원보다 더 높은 인사고과를 받기 위해 무리하게 소명자료 제출을 요구하거나 안내문 발송을 남발하는 행태에 제동을 걸겠다는 취지다. 개인평가시스템을 절대평가로 바꿔 일정 수준의 실적만 넘어서면 같은 점수를 받게 돼 동료들과 불필요한 경쟁을 벌일 필요가 없다. 세금 징수가 국세청 본연의 책무지만 평가 기준까지 바꿔가며 일선 조사·징수 인력들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려는 것이다.
또한 세밀한 과세 행정을 유도하기 위해 과세 품질을 인사에 반영할 방침이다. 세수 실적의 비중을 줄이고 과세 품질에 역점을 둬 심사·심판 청구나 행정소송 등에서 패소하는 비율이 높을 경우 불이익을 주는 방안이다. 세무조사의 과세 품질을 제고하기 위한 또 하나의 안전장치로 서울, 중부, 대전 등 6개 지방국세청 조사국에 ‘조사심의 전담팀’을 구성했으니 국세청이 그물 어로가 아닌 작살 낚시를 하는 심정이라는 표현이 딱 이해되는 대목이다.
올해 개인과 기업에 대한 사후검증 건수를 전년 보다 30~40% 대폭 줄이는 방향도 눈여겨볼 변화다. 부가세, 소득세, 법인세 등 각 세목별로 사후검증 건수를 확 줄여 납세자들이 현업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사후검증은 신고 성실도가 낮은 분야를 중심으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실시할 계획이다.
국세청은 부가세의 경우 지난해 5만9000건에 달하는 사후검증을 진행했지만 올해는 전년 보다 30% 이상 줄일 방침이다. 또한 지난해 2만9000명을 대상으로 소득세 사후검증을 벌인 국세청은 올해 1만6000~7000명 수준으로 이를 줄이기로 했다. 아울러 법인세에 대한 사후검증도 예년보다 40% 가량 줄여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수정신고 안내문 발송 등 통상적 차원의 사후검증도 세무조사로 생각하는 납세자들이 많다는 불만을 감안한 조치다. 검증 건수를 줄이는 대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세수관리에 차질이 없도록 신경쓰는 수밖에 없다.
국세청이 세무조사 기간을 예년보다 10~30% 줄이겠다는 방침은 어떤가. 휴일과 주말을 포함해 100일을 조사받던 기업이라면 70~90일 이내로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니 기업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조사팀들은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기간 단축 목표를 지킬 수 있는 셈이다.
기업과 개인 납세자를 배려하는 세정 활동은 국세청에만 국한된게 아니다. 올들어 관세청도 팔소매를 걷어부치고 납세자 편의를 제고하는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관세청은 최근 2년간 연평균 수입실적이 300억원 이하인 기업들을 정기 관세조사 선정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관세 현장 조사기간은 기존 20일에서 10일로 단축하고 관세조사 기간 연장은 자료 미제출 등의 문제점이 드러날 때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해외 직접구매 물품을 반품할 경우 관세와 부가세 환급이 쉽지 않은 불편도 조속히 개선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개인 소비자는 관세사를 통해 관세환급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오는 7월부터는 개인 소비자가 직접 간이 수출신고서와 환급신청서류를 제출해 반품·환불에 따른 관세 환급을 요청할 수 있도록 관련 고시를 바꾸기로 했다.
아울러 해외 직접구매의 간편 통관 절차를 의류·신발 등 6개 품목에서 모든 소비재(개인이 사용할 100달러 이하의 물품, 식·의약품 등 제외)로 오는 7월 중 확대하기로 했으니 해외직구 물품의 통관 소요시간이 3일에서 반나절로 줄어드는 혜택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사실 세정당국이 접하는 기업과 개인 납세자들은 대한민국의 소중한 일원이다. 고의 탈세나 범법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응징해야 겠지만 대다수 선의의 납세자들까지 범법자 취급을 한다면 곤란한 일이다. 나그네의 옷을 벗게 만든건 거센 태풍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이듯이 세정당국의 ‘햇볕정책’이 기분좋은 결과로 이어지질 기대해본다. 국세청 모 국장은 기자에게 “경제 활성화로 세금이 절로 잘 걷히는게 최상책”이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말에 공감할 것이다.
경제 활력을 지원하는 세정이 얼마나 이어질지 많은 납세자들이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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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신문 제627호(201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