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현 석 현대중앙의원장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가다가 배가 침몰하는 참담한 상황이 발생했다.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사건 속에서 특히 한 학교에서만 선생님들을 포함한 339명 중에서 단지 77명만 살아남는 비극이 발생한 것이다. 어린 나이에 소중한 생명을 잃은 가족과 친지들의 아픔과 억울함이 얼마나 클 것인가. 그 참담한 심정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살아남은 학생들도 아직 감수성이 예민한 10대라는 점에서 정신적인 상처가 클 수 밖에는 없다는 점에서 걱정이 앞선다.
사람이 태어나서 성장하면서 경험하는 모든 일들은 우리가 기억하지 못해도 무의식 속에 저장되어서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런데 어린 시기에 받은 상처일수록 평생에 걸쳐 삶에 큰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일수록 유아 시절에 상처를 주는 행동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하게 중범죄로 다스리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점점 많은 경험을 쌓게 되면 웬만한 충격에는 쉽게 흔들리지 않게 되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전쟁터에서의 경험이나 9.11테러 같은 강력한 충격을 받으면 외상 후(外傷 後)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릴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장기간 방치될 경우 우울증 등으로 발전하고 심하면 자살까지도 가능한 심각한 질환이다. 특히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저절로 회복될 확률은 매우 낮다.
특히 사고 직후에는 너무나도 엄청난 충격으로 인해 현실감이 떨어져 마치 정상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흐른 후 비로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당장 문제가 없어 보여도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번 사고에 관련된 생존자와 피해자 및 생존자의 가족은 물론 구조에 참여한 인원과 심지어는 이번 사고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 모두를 대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에 대한 평가와 치료가 이루어져야 교감 선생님의 자살과 같은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그리고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는 다른 학년의 학생들의 경우에도 심리적인 충격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이며 아직은 어린 1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특별한 애정과 배려가 필요하다. 동료를 잃은 동급생의 경우에는 살아남은 것을 기뻐할 수조차 없는 힘든 상황에서 그들에게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서 앞으로 삶을 귀중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끊임없는 보살피고 상담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미 작년에 수학여행을 갔다 온 3학년의 경우에는 엄청난 심리적인 충격을 받은데다가 이 충격으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져서 학업성적이 저하되고 대학입시에서 원하는 성적을 얻지 못할 경우 2차적인 좌절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오히려 육체적인 상처는 입원해서 조기에 치료할 수 있지만 정신적인 피해는 그 정도가 개인마다 다를 뿐 아니라 내성적인 학생들의 경우 상처의 깊이가 깊음에도 불구하고 잘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그리고 치료기간도 개인차가 매우 크다. 따라서 피해자 개개인에 대한 위로와 함께 고통스런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고, 긍정적인 대처를 할 수 있도록 심리적 지지가 필요할 뿐 아니라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안타깝게도 SNS로 허위문자를 보낸 사건이나, 민간 잠수부로 사칭하여 터무니없는 인터뷰를 했다가 당사자는 사법처리 대상이 되고 해당 방송국 보도국장은 공식 사과하는 해프닝도 있었는데 이런 일 하나하나가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지금은 작은 말 한마디도 큰 상처가 될 수 밖에 없는 시기인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해당 고등학교를 취재하거나 동료 학생들을 인터뷰하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과잉 보도하는 것도 그 보도로 상처받을 사람에 배려를 염두에 두어야 할 문제다.
또한 최소한의 책임감도 없이 제일 먼저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결코 적지 않은데 각자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서 단지 살아남았다는 이유만으로 억울하게 비난의 대상이 되면서 죄의식을 가지고 평생 우울증에 시달리는 제 2의 피해자가 없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심리상담은 가능한 한 빨리 이루어져야 하는데 다행히도 신경정신의학회에서 학회차원의 무료 심리상담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 대상자는 치료기간이 길어지는 것이 불가피한데 이 경우에는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고 끝까지 치료를 해야 할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건강을 ‘단순히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완전한 신체적, 정신적 및 사회적 안녕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 건강을 되찾도록 모두가 노력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의무이자 터무니 없는 사고가 일어난 것에 대한 속죄의 방법일 것이다.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627호(201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