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코스피200선물, ELS(주가연계증권) 등 금융사들이 판매하고 있는 파생금융상품 거래를 통해 얻은 소득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방향의 법개정 추진에 합의하면서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2일 기재위는 조세개혁소위원회를 열어 그동안 논란이 되어 온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과세방식(거래세 or 양도세) 문제를 논의한 결과, 거래세 대신 양도세를 부과하는 방향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당장 세금이 부과되는 것은 아니다. ‘방향성’이 정해진 것일 뿐 과세에 필요한 제반 사항(세율, 시행시기 등)이 아직 법제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조세개혁소위 소속 여야 의원들도 시장 상황을 고려해 합리적 방안(입법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즉, 언제 시행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발’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 양도세 과세, 논란 ‘종지부’ 찍혔다 = 지난 2012년부터 이어져온 파생금융상품 과세방식 논란에 종지부가 찍혔다는 점이 성과라면 성과다. 2012년 정부는 선물과 옵션 등 파생금융상품에 0.001%∼0120.01% 수준의 거래세 부과방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회 통과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이후 정치권(나성린 새누리당 의원,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중심으로 거래세가 아닌 양도세 과세를 골자로 한 입법안이 나오면서 과세방식에 대한 논란이 본격화 됐다.
다만 과세방식에서 차이가 난다. 나 의원이 제출한 입법안에 규정된 양도세율은 10%(250만원 공제)였지만, 홍 의원이 제시한 입법안은 상장주식과 파생상품, 채권 등 금융투자상품 거래에 따른 양도차익이 연간 합산 1억 5000만원 이상인 경우 20%의 양도세가 부과된다. 지방세분(주민세)을 고려할 경우 세율은 11%, 22%다. 거래세와 양도세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은 이유는 금융시장에 줄 수 있는 충격파 때문이었다.
거래세를 과세해 얻을 수 있는 세수효과 차원만 부각해 접근한 정부와 달리 정치권은 시장의 충격파를 최소화하고 안정적 과세를 적용하기 위해 양도세 부과를 택했다.
연구기관들의 분석결과 파생금융상품에 거래세를 부과할 경우 연간 744억원(국회예산정책처 추정치)∼1562억원(조세연구원 추정치)의 세수효과가 예상되지만 양도세를 부과할 경우 연간 163억원(국회예산정책처 추정치)∼480억원(조세연구원 추정치)의 세수확보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이 당장의 돈 몇 푼 보다는 금융시장의 급격한 위축을 차단하면서 과세형평성도 확보하는 효과를 얻는 쪽이 낫다는 판단을 한 셈이다.
조정식(새정치민주연합) 조세개혁소위원장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양도세의 영향이 거래세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작은 점을 고려할 때, 시장 상황을 주시해가며 과세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세율이나 시행 시기 등 구체적인 논의는 향후 추가 법안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시장은 벌써부터 ‘와글와글’ = 방향성만 정해졌을 뿐, 내일 당장 세금이 과세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은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게 형성되고 있다.
일단 금융시장은 최근 몇 년째 이어지는 금융위기로 인해 주식시장 파생 거래가 급격하게 줄었다는 항변이다.
과세기반이 쪼그라들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조세개혁소위 조사 결과 장내 파생 거래는 지난 한 해 1경1821조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코스피200 선물거래는 2011년과 비교해 2년 사이 4839조원이 급감했다.
특히 금융업계는 향후 세금 부과 방안이 결정될 경우 선물(futures), 옵션(option) 거래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개인들의 시장 철수에 따른 큰 폭의 거래량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고액 자산가 중 상당수가 세금 문제에 민감하기 때문에 양도소득세가 부과될 경우 시장에서 빠져나갈 위험이 크다"며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데 무엇이 문제되느냐고 할 수 있지만 모든 시장이 그렇듯 기관들만으로 형성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도 "파생 상품 양도세를 부과하면 시장에 개인 투자자 진입이 어려워진다. 시장에 그나마 있던 개인들이 떠날 경우 결과적으로 시장 전체가 위축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금융 당국 역시 파생금융상품 과세 문제에 있어서는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 자본이득세 도입이 한창 논의 중인데, 금융 위기 이후 주춤한 사례도 적지 않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대전제에는 공감하지만 시기상 적절한지는 더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회사 한 고위 임원은 "파생상품은 주식 및 채권 가격에 연계되는 고수익·고위험 금융거래로 정부는 그동안 초기 시장의 육성을 위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던 것이나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때인 만큼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도 자본 이득세를 도입할 때에는 투자자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한 검토 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세무사신문 제627호(201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