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 원 기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2013년은 유례없는 세수부족을 경험한 한 해였다. 언론이 이렇게 세금에 대해서 많이 다뤘던 적이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세수부족이 극심했던 것은 늘어난 복지수요에 비해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세금이 당초 계획보다 8조5000억원이나 덜 걷혔기 때문이었다. 올해는 좀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법인 성적은 신통치 않겠지만 경기가 살아나면서 세수가 작년보다는 개선될 것으로 예측됐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올해 들어서도 세금이 지난해와 비슷한 속도로 걷히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5월 20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5월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3월까지 걷힌 국세 수입은 48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7000억원 늘었다. 그러나 연간 목표세수 대비 징수실적인 세수진도비는 22.5%로 지난해(22.4%)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당초 계획보다 세수가 4% 덜 들어왔는데, 올해도 이런 속도로 세수가 들어온다면 지난해 처럼 4% 가량 세수가 덜 걷히게 되는 것이다.
과세관청인 국세청의 입장에서 보면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세수걱정을 해야할 판. 작년보다 더 안좋은 점이 있다면 작년엔 대놓고 세무조사를 강화할 수 있었는데 올해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여기에 내부통제와 외부 감시는 더욱 늘어만 가면서 국세청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세수부족, 세무조사 위축, 감시강화. 이것이 작년에 비해 더욱 국세청을 어렵게 하는 국세청의 3중고다.
작년에도 세수부족은 심각했지만 국세청은 다양한 압박카드를 쓸 수 있었다. 우선 세무조사 건수를 늘리고, 사후검증도 대폭 강화했다. 세무조사 기간도 늘려잡았다. 성실납세를 강조하는 다양한 캠페인, 행사도 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 이런 것들이 다 막혔다. 세무조사 강화로 인한 부작용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었다.
세수는 결국 목표만큼 걷지 못했고, 기업들은 가뜩이나 어려운데 세무조사가 늘면서 사업하기 더 어렵다고 아우성을 쳤다. 하필이면 이때 과거 국세청 공무원들의 각종 비리 사건이 터졌다. 도덕적, 직업적 정당성을 상실한 세정기관은 더 이상 세정강화를 외칠 수가 없는 상황을 맞이했다. 결국 국세청은 올들어 세무조사 30% 축소, 기간 감축 등의 골자로 한 새로운 세정운영방향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국세청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와중에 내부의 통제와 외부 기관의 감시는 더욱 강해져가고 있다. 이를 주문하는 외부의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29일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발표한 ‘국민이 바라는 10대 세정개선 과제’의 핵심은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세무조사에 대한 감시 수준을 더욱 높이겠다는 것.
그동안 세무조사와 관련해 외부에서 지적됐던 불만 사항을 상당 부분 반영한 조치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국세청 공무원들이 겪을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맡겨진 책임은 점점 강해지는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은 줄어들고, 그나마 있는 수단마저 제대로 했는지 감시감독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조사심의팀’을 통해 세무조사를 마치기 전에 무리한 과세가 없는지를 사전에 검증하고 무리한 과세를 한 것으로 판정될 경우 징계 등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무리한 과세 여부는 납세자의 불복, 행정심판 청구에 대한 최종 결과에 따라 판단이 내려지게 된다. 이 제도는 내부적으로 시범실시되고 있는데, 이미 몇 건에 대해 ‘무리한 세무조사’라는 지적을 받아 보류되거나 세무조사 내용이 축소됐다고 한다.
국세청은 또 납세자의 신고 내용에 대한 분석 체계를 보다 정교화하고 사전에 충분히 자료를 검토해 불필요한 해명자료 요구를 줄이기로 했다. 탈루 혐의가 명백한 경우가 아니면 가급적 누적 관리해 세무조사시 일괄해 처리하도록 했다.
여기에 자료제출 요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장부나 서류 등의 제출 요구도 줄이도록 했다. 또 조사기간 연장이나 조사범위 확대시 납세자보호관은 반드시 납세자의 의견을 듣고 합당한 경우에 한해 승인하도록 했다. 조사기간 연장 신청을 했다가 승인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면 해당 세무관서의 업무성과 평가시 감점이 된다.
원래 세무조사는 세수 확보 수단이 아니다. 세무조사로 거둬들을 수 있는 세수는 기껏해야 전체 국세 수입의 3% 안팎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무조사가 중시됐던 것은 성실납세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상당히 유용한 카드로 쓰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서는 더 이상 세무조사가 성실납세를 담보하는 수단이 되기도 힘들어졌다. 공정세정을 구현하고 공평과세를 실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해오던 조사직 세무공무원들의 의욕이 꺾이고 사기가 저하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올 2월 납세자보호관으로 새로 부임한 이재락 국장에게 국세청에 오고 나서 인상깊었던 점이 뭔지를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조사국으로 와서 일하는 것을 기피하는 직원들이 많은 것 같더라구요. 과중한 업무부담, 국세청 안팎의 감시와 통제, 따가운 시선 등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외부에서 있다가 내부인이 된 그의 이런 지적이 3중고를 겪고 있는 국세청 직원들의 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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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신문 제629호(2014.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