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에 넘쳐나는 자금을 가계로 흘러가도록 할 목적으로 과도한 사내 유보금에 세금 부과 같은 페널티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사내 유보금을 배당이나 성과급 같은 근로자 임금으로 돌리는 기업에는 세제ㆍ금융 상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증대해 내수를 살리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가계의 소득 증대'를 경제 정책의 핵심에 두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본다.'
한국 경제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내수 부진이다. 가계는 빚에 허덕이고 있고, 기업은 투자처를 찾지 못해 벌어들인 돈을 움켜쥐고 있다. 기업이 배당을 늘리고 임금을 올리는 등 돈을 풀어야 가계 소득 증가, 소비 확대, 투자 증가의 선순환이 이뤄지는데 이런 고리가 끊어진 지 오래다. 1인당 국민소득(GNI)은 2000년 1만2천달러에서 올해는 3만달러에 육박할 전망이지만 국민소득에서 개인이 가져가는 몫은 늘지 않고 있다. 2008~2013년 기업의 처분가능소득은 80.4% 늘었지만 개인부문(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26.5%에 그쳤다. 같은 기간 상용근로자 임금은 한해 평균 3.5% 증가했는데, 이 기간 물가상승률 2.8%를 감안하면 실질 임금 상승률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기업의 배당 수준도 매우 낮다. 올해 말 기준 코스피 배당수익률 예상치는 1.25%로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기업이 사내에 축적해 놓은 돈인 사내 유보금은 6월 말 현재 477조원으로 2010년 말에 비해 43.9% 늘어났다. 사내 유보율은 1천668%에 달한다. 사내 유보금을 납입자본금으로 나눈 것이 사내 유보율인데, 유보율이 높을수록 재무구조는 탄탄하지만 투자에는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정부가 사내 유보금을 끌어내기 위해 검토 중인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사내 유보금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내 유보금을 배당이나 직원 성과급 등으로 환원할 때 제공해 왔던 세제 상의 혜택을 더 확대하는 것이다.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직접 과세하는 것보다는 간접적인 지원책을 강화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 사내 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1991년부터 2001년까지 시행됐다가 기업 재무 건전성 강화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로 폐지한 바 있다. 최근에도 유사한 법안이 야당 의원들에 의해 발의됐다가 무산된 적이 있다. 반대 논리의 핵심은 사내 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기업활동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내에 얼마의 돈을 쌓아둘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경영 고유의 영역으로 정부의 지나친 개입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을 흘려들을 수는 없다고 본다.'
정부는 내수 부진 타개를 위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가계의 가처분 소득 증대를 정책의 핵심에 두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도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잘나가는 기업은 더이상 돈을 쌓아두지 말고 임금을 올려주고, 더 많이 고용해서 가계 소득 증가가 내수 증가로, 종국에는 기업 투자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복구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정부는 기업활동의 자유를 훼손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자본은 본질적으로 이익을 추구한다. 기업이 투자하지 않고 돈을 쌓아 두는 것은 투자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장 팔을 비틀어 효과를 내는데 집착하기보다는 투자 여건을 개선해 물 흐르듯 돈이 이익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