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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2457]
[기고] 납세자권리헌장과 납세자 의견진술제한권의 불편한 동거

 

박공탁 세무사

(한국세무사회 조세제도연구위원)


 세 번째 같은 글을 쓴다. 모양새가 나쁘긴 하나, 지난 번 총회를 치르면서 어쩌면 대어 한 마리를 낚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떠 오른 것이다. 의례적이건 아니건 입법부의 수장급들이 19명이나 모인 일은 기억에 없는 일이었고, “고용산재보험대행권 쟁취 등 마음만 먹으면 하는 인물”, “새벽에도 문을 열고 서슴없이 쳐 들어오는 뚝심”등으로 정구정 회장을 헹가래 치는 상황을 보면서 나는 줄 곳 대어 낚을 생각에만 잠겨있었다.(평가가 갈리겠지만 필자의 기억 속에는 역대회장 중에 정회장과 같은 돈키호테적 재건축기질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필자가 2번씩이나 재수(의견진술제한규정삭제건의-불채택)의 잔을 마시고 보니 의견진술제한규정삭제의 숙제를 정구정 회장에게 넘기는 것이 답이 될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 필자 주


  #. 1974년 기본법제정시 의견진술권은 관계서류 열람권과 함께 오로지 납세자를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요즘 세무서에서 보내는 「심리자료 사전열람 및 의견진술사전안내」를 보면 “법령해석에 관한 사항은 국세기본법시행령 제47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의견진술대상에서 제외 됩니다”하고 적혀 있다.

  그런데 근대의 추세는 프랑스 독일, 캐나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가에서 80년대를 전후하여 납세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장치가 다양하게 마련되면서 우리도 1996년에 납세자권리헌장을 제정하여  [납세자의성실성추정]과 함께(81조의3) 세제와 세정에 있어서 비민주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납세자의 권리를 획기적으로 보호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따라서 대리인의 의견진술권은 납세자가 자기권익의 부당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과세관청과 대등한 입장에서 조세에 관하여 전문지식을 갖춘 자와 자유로이 묻고 대답하려는 것이 입법취지라 할 것인데 대리인은 심리의 현장에 들어서기만 하면 잔뜩 긴장이 되고 위원장의 눈치부터 살피게 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위원장이 “의견진술내용이 경미하다거나 법령해석에 관한 것으로 판단하여 의견진술의 기회를 중단시키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경미”라는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납세자의 대리인]이 법령해석을 빼놓고 달리 진술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규정(의견진술권제한규정)을 모르고 있던 필자가 모 지방청 심사회의서 돈키호테적 기사수업(騎士修業)을 하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얼굴이 붉어진다. 몹시 더운 여름날 6시 퇴근시간이 다 되어야 2시간을 기다린 끝에 차례가 왔는데 발언대에 앉아 “부가세법 몇 조 2항…”은 하고 진술을 시작하자 위원장이 “여기 세법전문가들이 계시니 법령해석에 관한 것이라면 위원님들에게 맡겨 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하고 정중하게(?) 진술중단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퇴근시간은 지나고  심리해야 할 건수는 많고 하니 그럴 만 도 하다. 그러나 필자는 갑자기 위원장의 비민주적인 회의진행태도에 혈압이 오르기 시작 했다. “공정, 신속한 처리로 납세자의 권익 보호”한다고 해놓고 이렇게 회의진행을 비민주적으로 진행해도 되는가에 대한 분노였다. 당장 청장실로 향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민을 하는데 언제나 침착한 김xx사무관이  슬그머니 의견진술권중단의 근거를 내미는 것이다. 순간 나는 맥이 빠지고 말았다. 규정이라면 꼼짝 못하는 내가 그때까지만 해도 법에 그런 규정이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 했기 때문이다. 이 어처구니없는 내 참담한 패배가 있고나서 내가 서울시에서 지방세 이의신청심의위원장 4년을 하는 동안 법의 규정이야 어떻든, 나는 한 번도 납세자의 의견진술을 중단시켜 본 일이 없다.

 

  #. 영 제47조 제2항은 그 1호와 2호에서 “이의신청, 심사청구 또는 심판청구의 목적이 된 사항이 “경미하거나….  법령해석에 관한 것”으로서 신청인의 의견진술이 필요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의견진술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령 아래서는 재결권자의 자의적, 재량적 판단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경미한 사항’이 어떤 것이고 대리인이 법령해석에 관한 의견 진술을 빼고는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효율성을 강조하여 40년을 이어 온 이 규정의 효과에 에 대한 실체적 계측이 없이 시대의 변화가 우리에게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지에 대한 “자기성찰”이 너무 없는 것이다. 이 것이 안똔슈낙이 말한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다.  이 규정이 재정된 1974년의 국세청세입규모는 42백억원이었고 자납비율이 40% 수준(주로법인세)이었는데 2012년의 국세청세입규모는 1,920백억억원이었고 세금신고의 97%가 세무사의 손을 거치고 있다. 당시의 국세풍토는 협의과세가 주였고, 세금에 대한 다툼은 대부분 사실관계이지 법령해석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산업화50년 민주화 25년, 지금 한국사회는 여기서 또 한단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그것은 외부로부터의 단순한 모방이 아닌 새로운 세법구조를 창출해 나가려는 노력으로 시작해야 한다.

  이제 40년이 지났다. 조세법률관계가 복잡다기화 된 신고결정과세제도하에서 의견진술이 “비효율적”이라거나 세무사를 조세비전문가로 보고 법령의 해석을 심사위원들에게만 맡겨야 한다는 발상은 국세기본법 제1조(“과세의 공정과 납세의무의 원활한 이행”)에 역행하는 구시대적 발상이다. 지난 3.27, 신임 국세청장은 그 첫 화두를 공정, 신뢰, 소통, 납세자권익존중으로 삼았고, 역대 국세청장은「납세자보호사무처리규정」제정, 납세자권익존중위원회설치, 납세자보호담당관제운영, 납세자권리보호요청제도 등을 만들어 외형상으로 납세자권익보호를 중심으로 세정을 펴고 있다. 이런데도 권리구제의 현장에서 ‘법령해석에 관한 사항’이라는 이유로 의견진술을 제한한다면 이것을 어찌 공정한 세정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 회장입후보자, 여전히 「조세소송대리권」 인가?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받는 최후의 보루는 조세소송이다. 소송은 법관이 모든 것을 알아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양쪽의 주장을 듣고서 사실을 판단한 후에 법조항을 결부시켜 결론을 내린다. 이래서 소송기술이 중요한 것인데, 조세소송의 경우, 당연히 세법지식을 두루 갖추어야만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분야이므로 상대적으로 조세법 분야의 전문지식이 넉넉지 못한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 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법제도를 그대로 둘 경우 납세자의 권리보호측면에서 자못 심각한 문제가 남게 된다. 이것이 그동안 우리가 세무사의 「조세소송대리권」을 주장한 당위성이었다. 그렇기는 하나 지금과 같은 전통적인 ‘변호사독점주의’하에서 변호사업계가 기득권을 포기한다는 것은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없다. 내년이면 또 세무사회장 입후보자들이 단골메뉴로 삼을 「조세소송대리권」쟁취주장이 번문욕례(繁文縟禮)로 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변호사법 개정에 앞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손톱 밑 가시’부터 빼자는 것이다.


  # 납세자권리헌장과 의견진술제한권

 

  납세자권리헌장에는 ‘납세자는 위법적인 또는 부당한 처분으로 권리 또는 이익을 침해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그 처분을 받기 전에 적법하고 신속하게 구제받을 권리가 있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그런데 국세기본법 시행령 47조 2항으로 세무사의 법령해석 등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의견진술을 제한한다면 납세자권리헌장은 형해화되고 만다. 

 

  한국의 세무사가 의견진술권을 제한받고 있을 때 납세자권리헌장조차 없는 일본에서는 조세소송에서 세무사가 소송보좌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의견진술권 제한규정을 삭제한다면 조세소송사건의 수가 일본보다 6배나 되는 우리로서는 법원의 조세소송사건을 줄이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 이런 「세무조사결과 통지서」(법81의12)

 

  현행 세무행정에서 가장 나쁜 불친절사례 하나를 꼽으라면 필자는 서슴없이 세무서장의 “세무조사 결과통지서”의 통지행태를 꼽겠다.「세무조사결과 통지서」의 내용을 보면 “수입금액,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출내역” 각 각 한 줄씩 4줄이 전부다. 이의가 있을 때는 90일내에 불복절차를 밟으라고 부기한다. 오만의 극치다. 납세자가 불복청구를 위하여 과세내역을 알아보려면 별도의 “정보공개요구”의절차를 밟아야 하고 내부서류라는 이유로 “복명서”를 비공개한다. 과세당국이 하는 이 보안(?)은 행정불신을 증폭시키고 사회적 비용을 증폭시킨다. 법 제58조가 “이의신청인…은 관계되는 서류를 (자유로이)열람할 있다”고한 규정은 모두 투명한 조사로 납세자의 신뢰를 얻고, 불복청구의 공정, 신속한 처리로 납세자권익을 존중 하는데 있다.

  이것이  납세자가 과세표준과 세액의 산출근거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도록 법 제81의12“의 ”서면통지” 규정을 보완하여야 하는 이유이다.

  이 모든 것들이 소아병적인 나만의 욕심인가?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634호(2014.8.14.)

 [조회: 2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