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승우
MBC 경제부 기자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고 했다. 시아버지와 남편, 아들을 모두 호랑이에게 잃은 여인이 "이곳을 떠나 사는 게 어떠냐"는 공자의 물음에 무거운 세금이 있는 다른 곳보다 여기가 낫다고 대답했다는 고사다.
임환수 국세청장이 취임 후 열린 첫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국세공무원으로서 웃어 넘기기 어려운 이야기라며 이 고사를 인용했다.
"가혹한 세금이 호랑이보다 무섭다”
취임 초부터 기업 경영을 옥죄는 과도한 세무조사를 경계해온 임 청장이 구체적인 세정 방향을 밝혔다. 연 매출 1천억 원 미만인 130만 중소상공인에 한해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세무조사와 사후검증을 일절 하지 않겠다는 거다. 전체 법인과 개인사업자의 4분의 1이 해당된다. 임 청장의 의지라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중소기업 등에 대한 세무조사 중단은 외환위기 직후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 나라 경제가 위기에 빠졌을 때 이뤄졌다.
그래서 이번 발표는 상당히 선제적인 조처로 풀이된다. 경기 부양에 국세청도 '올 인'하겠다는 거다. 나라 곳간을 대거 푸는 확장 재정을 편성해 경제 성장을 이끌고, 그 과실로 부족한 세수를 채우겠다는 최경환 경제팀의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다.
세무조사 걱정 덜어주면 경영이나 장사에 힘 쓸테고, 그만큼 소득이 늘어 세금이 늘어날 거라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이번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와 증세없는 복지를 천명한 이후 국세청은 줄곧 세금 쥐어짜내기에 열을 올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연간 세무조사 횟수까지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줄었으면 줄었지 세무조사를 늘린 게 아니”라고 해도 시장은 곧이곧대로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국세청이 빵집 등 프랜차이즈 사업자들에 대해 대대적인 사후검증에 나서면서 욕은 욕대로 쏟아졌다. 납세자들이 느끼는 세무조사 체감도는 예전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세수 결손은 지난해 8조 원이 넘었다. 올해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세청은 이번 세정 지원이 대기업 등 재벌 기업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대기업 계열사나 탈세 혐의가 드러난 중소상공인은 예외 없이 세무조사 대상이라고 밝혔다.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걸 경계해서다. 세무조사에서 면제됐다고 딴 궁리를 하는 걸 막기 위해서는 철저한 세원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사회 지도층의 탈세와 역외 탈세 등 국외로 재산을 빼돌리는 행태는 추상같이 엄정하게 세무조사를 집행해야 한다.
추락한 국세청의 신뢰를 높이는 것도 급선무다.
세무 공무원들의 비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택시 블랙박스에 세무 공무원들의 뒷거래가 포착되거나 신용카드 위장거래를 돈 받고 눈감아준 세무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기소된 일이 모두 최근 한 달 새 벌어졌다. 조사 대신 서비스로 다가가겠다는, 국세청의 180도 바뀐 세정 기조에 대해 납세자들의 신뢰를 얻고, 의구심을 거두기 위해서는 반부패 혁신이 절실하다.
세무조사 부담을 덜어준다고 해서 곧바로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중소상공인들 대부분은 지금도 세무조사 선정 비율이 낮다. 지난해 매출 5백억 원 미만 중소기업 세무조사 비율은 0.73%에 그쳤다. 일각에서 '생색내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세청이 진심으로 납세자와 통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국 일선 세무서에 ‘세금문제 상담팀’을 신설하고, 한 달에 한 번 전 직원이 동참해 납세자들과 만나 고충을 상담하는 '세금문제 해결의 날'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이 꾸준히 지속되고, 성과로 영글어야 납세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국세청의 진심이 통할 것이다.
임환수 선장을 태운 국세청이 항해를 시작했다.
혁신의 바람이 거세다. 순풍을 달고, 국세청의 바람대로 경제 활성화의 디딤돌이 되길, 특히 서민들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데 큰 보탬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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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신문 제637호(2014.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