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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2125]
국세청의 마케팅이 아쉽다

 

허지나  이데일리 기자

 

기자들은 새 출입처를 가게 되면 가장 먼저 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해당 출입처 직원들의 이름과 직책, 그리고 전화번호가 빽빽하게 적혀 있는 조그마한 수첩을 받는 일이다.


나중에 취재를 하거나 행여나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쉽게 물어볼 수 있도록 직원들의 연락망이 담겨 있는 수첩을 챙겨 두는 것이다.

국세청에 출입하게 된 첫 날, 예외없이 직원들의 연락처가 빼곡히 담겨져 있는 수첩을 건네받았다. 그런데 수첩을 찬찬히 살펴보던 도중 다소 낯선 부처가 눈길을 끌었다. 바로 소득지원국이다.
 
그동안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하고, 세금을 추징하는 곳으로만 알고 있었던 터라 ‘소득지원국'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질감이 컸던 것이다.


사실 국세청은 2009년부터 근로연계형 소득지원제도인 근로장려세제(EITC)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열심히 일은 하고 있지만 소득이 적어 생활이 어려운 근로자 또는 사업자(보험설계사·방문판매원)가구에 대해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가구원 구성과 가구총급여액 등에 따라 연간 70만원에서 최대 21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앞서 비슷한 제도를 도입한 대다수의 국가들도 국세청이 주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국세청만큼 전 국민의 소득 데이터를 제대로 갖고 있는 곳이 없을 뿐더러 조세지출을 통해 재정 지원을 할 경우 소득 파악이 가능하고 누수도 적어 세계적으로 이를 활용한 소득 재분배 정책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사회보험료 납부 능력이 있는 일반계층은 사회보험제도에 의해 노령, 질병, 실직 등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고 있고 극빈층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해 최저 생계를 보장받고 있는 반면 차상위 근로빈곤층은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서 이같은 혜택에서 소외되어 왔다.

 

EITC 제도는 차상위 근로빈곤층에게 근로 장려를 통해 자발적인 빈곤 탈출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복지 정책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에도 75만 가구가 6천899억원의 근로장려금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 가구당 92만원을 지원받은 것이다.


이에 국세청은 내년부터는 영세자영업자까지 그 적용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또 총소득이 4000만원 미만인 가구는 자녀 1인당 최대 5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자녀장려세제(CTC)도 함께 도입될 예정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자녀장려세제(CTC) 도입의 정책적 함의와 기대효과'라는 보고서에서 자녀장려세제가 도입돼 근로장려세제와 결합될 경우 빈곤율은 8.1% 줄어들고 지니계수도 9.23%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국세청은 학자금 대출상환제도도 운영 중이다. 2010년 처음 시행된 취업후 학자금상환제(ICL)는 국세청과 한국장학재단이 운영하는 학자금 대출로, 대학 재학 중에 이자 상환 부담 없이 등록금·생활비 등의 학자금을 대출받은 뒤 소득 수준에 따라 원리금을 상환하도록 한 제도이다.


하지만 국세청이 저소득층을 위한 소득 지원을 하고 있고 학자금 대출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정작 많지 않다. 대다수의 국민은 여전히 국세청을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슈퍼갑'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국세청이 발표하는 세수 실적에는 EITC 등 지원사업으로 빠져나간 실적이 반영되어 있다"면서 "요즘 세수 부족 때문에 국세청을 압박하고 있지만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하소연에는 국세청 공무원들의 숨은 노력을 제대로 알아봐 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밖에서 바라보는 국세청과 안에서 바라보는 국세청의 모습은 여전히 다르기만하다. 그의 마음을 이해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남들이 알아주길 그저 기다리고 있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해야한다'는 미덕도 이제 모두 옛날 얘기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정책도 이제는 마케팅이 필요한 법이다.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640호(2014.11.17.)

 [조회: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