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벌써 고희가 되었다. 정말로 믿어지지 않고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천진난만하게 뛰어 놀던 어린시절이 어제 만 같은데 그동안 70년을 살아 왔다고 하면 강산이 일곱번이나 변했다는 이야기이다. 고희가 무슨 말인가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오래 살기가 드문 나이라고 되어 있다. 그동안 세상이 좋아지고 인간의 수명이 연 장되어 지금은 환갑을 사는 것이 보통이다. 고희를 사는 사람이 많아졌으므로 고희라는 말의 의미가 없게 되었다. 어쨌든 나이를 많이 먹은 것은 사실이고 그동안 큰 병 없이 건강하게 살아온데 대하여 우선 조상님께 감사를 드리고 싶고 가 족들과 주위사람들에게도 감사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옛날 고전 논어에 있는 칠십이종심소욕불유구(七拾而從心所慾不踰矩)라는 대목을 다시 한번 음미하게 된다. 과연 나는 이제 내 마음대로 행동을 하여도 도덕적으로나 양심적으로 잘못되었다 는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이 되었는가에 대하여 깊은 성찰을 해보 지만 아무리 생각하여도 나는 아직 그렇게 수양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앞으로 열심히 더 수양을 하여도 도저히 그런 차원에는 도 달할 자신이 없다. 물론 공자와 같은 성인군자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하나의 교훈이나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아야 할 대목이지만 그렇게 높은 경지까지 들어가지 못하더라도 남은 여생 을 깨끗하게 한번 살아볼까 하는 마음을 가져 보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이 너무 이익사회가 되어서 그런지 모든 생활이 돈 과 연관이 되고 경제가 우선하는 사회가 되었다. 내가 남보다 제 물을 좀 많이 가지면 부의 편재가 되어 결과적으로 남에게 손해를 입혀야 하고 극단적으로 말하면 죄가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종교인들이 속세를 떠나 살고 모든 성현들 이 권력과 돈을 가까이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 을 것 같다. 세상은 너무 혼탁해졌다. 그 이유를 모두 남의 탓으로 돌리고 나 의 잘못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잘 못이 많은 사람들이 힘의 논리로 죄없는 사람들을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다. 굳이 잘잘못을 따지면 여론조사에서도 나왔지만 이 사회의 지도 층이 도덕적인 평가에서 어느 계층보다 순위가 제일 낮다는 통계이 다. 나같이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보다 잘못이 더 많고, 못배운 사람과 못사는 사람보다 많이 배운 사람들과 잘사는 사람들 이 잘못이 더 많다는 것에 우리 모두 자성하지 않을 수 없다. 나 자신부터 먼저 바뀌어야 되겠다는 결심을 한다. 만시지탄이나 마 그런 각성이 나의 여생을 좀 더 깨끗하게 살게 하면서 이런 생 각에 공감하고 동참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이렇게 혼탁한 세상도 점차적으로 깨끗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고 좁은 소견이나마 고희를 맞이하는 소감으로 몇자 적어 본 것이다.
제 328호 (2001.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