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기 석
(국세공무원교육원 교수)
18세기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평생 반경 20킬로미터를 벗어나지 않고 살았다고 한다. 불과 이십여년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도 또한 평생 우리나라를 벗어나지 않고 살았다. 그 당시에는 거주자니 비거주자니 구분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른바 글로벌 시대이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중소기업들과 개인사업자들에 이르기까지 지금은 다른 나라와 거래를 하고 있다. 2012년의 경우 우리나라의 사료용을 포함한 식량자급률이 23.6%라고 하니 다른나라로부터 곡물을 수입하지 아니하면 당장에 온 국민이 원치 않는 다이어트를 해야 될 판이다.
외국과 거래를 함에 따라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을 주고 받을 일이 생기고 그에 따른 조세문제를 알아야 할 필요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내국법인이 해외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둘 간에 거래를 하는 경우 부당행위계산부인 대상인가? 이전가격세제 대상인가? 외국의 기술자가 한국에 와서 용역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외국에 송금할 때 원천징수문제를 어떻게 검토해야 하는가? 거주자인 아버지가 자신의 소유인 외국소재 부동산을 외국의 거주자인 아들에게 주면 증여세는 내야 하는가? 등의 문제는 내국법인이나 거주자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국제조세가 무엇인지에 대하여는 우리나라 세법이나 해설서 어디에도 그 개념을 명확히 정의해 놓은 바는 없으나 대체로 다른 나라와 관련된 조세라고 이해하면 무난할 듯하다. 다른 나라와 관련되어 있다 보니 하나의 소득에 대하여 두 나라에서 서로 과세권을 주장하는 국제적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하고 더러는 아무 나라도 과세권을 주장하지 아니하는 국제적 이중비과세문제도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우리나라는 많은 나라와 조세조약을 체결하고 있다.
법인세법이나 소득세법 등 우리에게 익숙한 세법과는 달리 국제조세 하면 뭔가 어렵고 막연하게 느끼는 분들이 많다. 국세공무원교육원에서 국제조세 교육을 담당하면서 실무자들이 왜 국제조세를 어렵게 여길까 늘 궁금하였는데 다음과 같은 것을 알게 되었다.
첫째, 국제조세 관련 내용들은 국제조세조정에관한법률 뿐만 아니라 법인세법, 소득세법, 조세특례제한법, 상속세및증여세법, 부가가치세법, 국세기본법, 국세징수법 등 여러 세법에 편재되어 있어 국제조세 입문자들이 매우 불편함을 느끼도록 되어 있으며, 구체적인 사안이 발생하였을 경우 해당되는 나라와 체결한 개별 조세조약의 내용을 참조해야 하는데 그 내용이 각양각색이다.
둘째, 실무에서 사용하는 용어, 조세조약상의 용어, 세법에 나와 있는 용어가 서로 달라서 처음 국제조세를 접하는 분들은 관련내용이 세법 어디에 나와 있는지조차 찾기가 쉽지 않다.
이전가격세제를 예로 들어보자. 국제거래에서 특수관계인간에 거래가 이루어진 경우 이전가격세제 검토대상이다. 실무에서는 이전가격, 이전가격세제, 이전가격과세제도, TP, Transfer Pricing 등 다양한 용어가 사용된다. 한미조세조약의 경우 조문 중 이전가격세제를 규정한 제11조의 제목은 “특수관계인(Relate Persons)”로 되어 있고, 이에 상응하는 OECD 모델조약 제9조의 제목은 “계열기업(Associated persons)”으로 되어 있으며 이전가격세제에 대한 OECD의 공식적인 해설을 보려면 이전가격과세지침(Transfer Piricng Guideline, 우리나라의 각 세법에 대한 기본통칙의 성격)을 찾아보아야 한다. 그런데 정작 국내세법에서는 ‘이전가격’이란 용어를 거의 사용하지 아니한다. 오히려 ‘정상가격에 의한 과세조정(국제조세조정에관한 법률 제4조)’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우리나라 내국인이 경과세국에 자회사를 두고 있는 경우 검토해야 하는 특정외국법인 유보소득의 배당간주제도(국제조세조정에관한법률 제17조)’의 경우에는 CFC, Controlled Foreign Company rule, 경과세국 유보소득 합산과세 제도, 해외자회사 유보소득 과세제도, 특정외국법인의 유보소득에 대한 합산과세, 구(舊) 조세피난처세제 등 다양한 용어가 사용되어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실무에서 CFC가 거론될 때 관련된 세법 조문을 찾아야 하는데 이것이 ‘특정외국법인 유보소득의 배당간주’를 의미하는지 금방 알기 쉽지 않다.
중학교 때 용어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지리 선생님이 어느 날 타이완에 대하여 조사하여 노트정리하여 오라는 숙제를 냈다. 열심히 타이완에 대하여 알아보아서 정리하였다. 다음 번 수업시간때에 그 선생님 왈 “저번 시간에 ‘대만’에 대해서 숙제 낸 것 있지? 안 해온 사람 나와!” 필자는 잠시 어리둥절하였다. 그런 숙제가 있었던가? 몇몇 아이들과 함께 앞으로 나가서 선생님의 ‘사랑의 매’를 맞았던 기억이 난다. 대만(臺灣)이 타이완인줄 몰랐던 탓에 억울한 매를 맞은 셈이다. 국제조세에서 이와 유사한 일이 일어날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 필자의 억측일 뿐일까?
셋째, 국제조세에 대하여 전체적인 큰 그림과 기본개념에 대한 이해가 잘 되어 있지 아니한 상태에서 세부적인 내용을 접근하는 경우 관련세법이나 해설책자의 방대한 내용을 읽다보면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한 인식과 그 해결책에 대한 오랫동안의 고민은 ‘국제조세 핵심이해’라는 책의 발간으로 이어졌다. 국제조세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 내국법인의 실무자분들, 내국법인이나 거주자를 위하여 세무대리를 하시는 분들이나 국제조세에 대하여 막연하게 어려워하시는 분들을 위한 국제조세 입문서 내지 기본서의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국제조세는 크게 자본?재화?용역의 흐름에 따라 인바운드(Inbound)분야와 아웃바운드(Outbound)분야로 구분되는데 최근 들어 매년 내국인의 해외투자금액이 외국인의 국내투자금액을 훨씬 능가하여 아웃바운드 분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인바운드(Inbound) 분야의 주요 내용은 국내원천소득에 대한 원천징수, 고정사업장 판정문제, 이전가격세제, 과소자본세제, 지점세, 외국인투자에 대한 조세감면 등이 있으며, 아웃바운드(Outboud) 분야의 주요 내용은 이전가격세제, 조세피난처세제(현 특정외국법인의 유보소득 배당간주), 거주자여부 판정, 해외현지법인명세서 등 제출, 해외금융계좌신고, 외국납부세액공제 등이 있는데 최근 들어 아웃바운드(Outbound)분야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국제조세 업무를 접하는 경우 자주 접하게 되는 거주자 판정문제, 해외 송금시 원천징수문제, 고정사업장 판정문제, 이전가격세제, 조세조약의 남용문제 등의 주요 쟁점에 대하여 차례로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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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신문 제641호(201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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