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는 경우 양도소득세는 누가 부담해야 할지 논란이 될 수 있다. 부동산의 실질적 소유권은 신탁자에게 있더라도, 등기상 소유권자는 수탁자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그동안 경우를 나누어 판단해왔다. 신탁자가 자신의 의사로 신탁재산을 양도하는 경우 신탁자가 양도소득세의 납세의무자가 되고 수탁자가 신탁자의 위임이나 승낙없이 임의로 신탁재산을 양도한 경우 수탁자가 납세의무자가 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예외적으로 양도소득이 신탁자에게 환원된다면 신탁자가 납세의무자가 되는 것으로 보았다.
최근 대법원은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 대한 소송을 통해 양도대가 상당액을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 회수하였다고 하여 양도소득의 환원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명의신탁자는 양도소득세의 납세의무자가 될 수 없다”고 판결해 주목받고 있다.
이 사건은 특이한 경우로 대상판결에서 문제가 된 사안은 다음과 같다.
원고는 아버지의 사망으로 토지를 상속받았다. 다른 상속인들이 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등 상속분쟁이 발생하자, 원고는 친언니에게 이 토지를 명의신탁했다.
친언니는 이 토지를 원고의 위임이나 승낙없이 임의로 제3자에게 처분했다. 이에 원고는 친언니에게 부당이득반환 청구 등을 제기하였고, 3년여의 소송 끝에 양도대가 상당액을 지급받기로 하는 조정이 성립되었다.
과세관청은 명의신탁자인 원고가 양도소득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양도소득세를 부과했다. 원고는 자신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가 위법하다며 양도소득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원심은 과세관청의 손을 들어 주었다. 조정의 성립으로 원고가 양도대가 상당액을 지급받은 이상 양도소득이 원고에게 환원되어 원고가 양도소득을 사실상 지배, 관리,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대법원은 과세관청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법원은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재산을 임의로 처분해 얻은 양도소득을 명의신탁자에게 환원했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명의수탁자가 양도대가를 수령하는 즉시 그 전액을 자발적으로 명의신탁자에게 이전하는 등 명의신탁자를 양도의 주체로 볼 수 있는 경우여야 한다”고 전제했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지 원고가 친언니에 대한 소송을 통해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에 양도대가 상당액을 회수하였다고 하여 양도소득의 환원이 이뤄졌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이 판결은 명의신탁자가 자신의 의사로 신탁재산을 양도하거나 명의수탁자가 신탁재산을 양도하더라도 명의신탁자를 양도의 주체로 볼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만 명의신탁자에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취지이다.
부동산 양도로 발생한 양도소득에 대하여 양도소득세가 발생하는 것은 세법의 당연한 이치이다. 이 판결의 타당성은 발생한 양도소득세를 누가 부담하여야 하는지 이익형량의 문제로 귀결된다.
명의신탁자가 종국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향유게 되었으니 양도소득세를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볼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론 명의신탁자의 입장에서는 명의수탁자의 횡령으로 단지 재산의 보유형태가 부동산이 금전으로 바뀌었을 뿐 아무런 이득도 얻은 바 없다고 볼 수 있다.
이 판결은 후자의 판단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의 경우 수탁자가 양도소득세를 부담하여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대법원 2014.9. 4. 선고 2012두10710 판결>
세무사신문 제641호(201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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