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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1932]
[국세청기자실] 조세소위 상설화, 이제는 논의할 때가 됐다

이화정 조세일보 기자

 

 

법안 날림 검토, 날치기 통과, 밀실처리 등은 매년 연말만 되면 되풀이 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의 풍경이다.


국민들 개개인부터 자영업자,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까지 수천만명의 국민 중 그 어느 하나도 세법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지만 국민들은 세법을 심의하는 국회의 논의 과정을 전혀 알 수가 없다.


여야가 정쟁에 몰두하다 연말이 되면 시간에 쫓겨 후다닥 해치우는 세법 심의 탓에 2013년에는 전문가들과 국민들이 논의하기도 전에 소득세 최고 과표구간이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하향조정되고 국민들이 그렇게 원했던 종교인 과세는 물 건너갔다.


2014년에는 어땠는가. 담뱃값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상향조정되는 등 개별소비세가 신설되고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가 정부의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기업소득 환류세제에 반대한다던 여야 의원들의 외침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세월호 사고로 높아지던 국민들의 종교인 과세 법안 처리 요구는 외면당했다. 
지난해 상황이 과거보다 더욱 심각했던 것은 예산안과 부수법안이 11월 30일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12월 1일 자동부의되는 ‘국회선진화법’ 때문이었다. 기존에는 날치기 처리를 하더라도 여야 의원들이 밀실조율이라도 거쳤지만 지난해에는 정부안이 거의 그대로 통과됐다고 해도 무방하다. 정부 입장에서는 시간만 흘러가면 예산안과 부수법안이 원안 그대로 자동부의되니, 밑질 것이 없는 장사다. 그나마도 부실했던 국회 심의권이 지난해에는 무력화된 것이다.


비공개, 부실심의, 날치기 처리로 얼룩진 조세소위가 과연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지난 2013년 조세소위의 비공개 관행에 대해 일침을 가한 의원이 있었지만 여야 거대정당에 의해 묵살당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지난 2013년 조세소위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전,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조세소위 회의의 비공개 관행을 타파해야 한다고 했지만 여야 의원들은 논의과정이 실시간으로 공개되면 가뜩이나 내용이 어려운 세법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혼란을 야기시키는 것은 물론 이권단체의 압력으로 심의를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속기사가 속기록을 기록하는 것 자체가 국회법상 공개에 해당한다며 박 의원의 의견을 무시한 채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의 수준 높은 대화들이 오갔을까?
2013년 마지막 본회의가 끝나고 1∼2개월 뒤 공개된 조세소위 회의 속기록을 보면 과연 국민의 대표로 뽑힌 국회의원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자질이 의심스러운 대화가 오갔다.


A의원은 지역구의 목사가 반대한단 이유로 종교인 과세를 반대했지만 다른 의원들과 정부에서 강경하게 나오자 “내고 싶은 사람만 세금을 내면 되지 않느냐”라는 황당한 발언을 했다. 세상에 세금을 내고 싶은 사람만 낼 수 있는 세법이 어디 있을까?
황당한 발언은 이 뿐만이 아니다. B의원이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자 A의원은 B의원이 기독교임을 강조하며 종교계에 B의원이 종교인 과세를 찬성한다고 얘기하겠다는 협박성(?) 발언까지 했고 다른 의원은 A의원에게 “동료 의원을 협박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조세소위 소속 의원들은 이런 자신들의 대화를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할 것이란 이유로 비공개 회의를 주장했지만 속기록을 보노라면 의원들의 주장이 맞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더구나 속기록은 모든 법안이 처리된 뒤 한 두달 뒤에 공개돼 국민들 입장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나 다름없다.


이를 막기 위해 전문가들은 조세소위의 상설화나 회의의 공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박 의원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이해단체의 이권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세법의 경우 논의과정이 실시간으로 공개됨으로써 이해단체의 갈등이 더욱 깊어질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이 장단점이 있듯 비공개 논의보다 공개로 논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면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회의를 공개를 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한다는 측면에서도 공개가 바람직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며 다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조세소위는 그 과정을 아예 생략한 채 국민이 의원들에게 전권을 준 것처럼 세법을 심의하고 있다. 하지만 회의를 공개하기 전에 선행돼야 할 것이 있다. ‘충분한 시간’이다.


임시국회 때마다 조세소위가 열리기는 하지만 본격적인 세법심의는 정기국회 때 열린다. 대개 10월 국정감사가 끝나면 조세소위 회의가 진행되는 11월부터 12월까지 두 달 남짓한 시간으로는 200개가 넘는 세법을 심의하기 벅차다.


특히 여야의 의견 대립으로 11월 초에 바로 조세소위가 가동된 적이 없을뿐더러 앞으로는 예산안과 부수법안이 12월 1일 자동부의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시간은 한 달도 채 되지 않는다.


한 달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200개의 세법을 심의하기 위해 회의를 공개로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심의가 이뤄지기는 절대 불가능하다. 부족한 시간은 의원들의 세법 검토 시간 부족 등으로 정부 의견에 끌려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것이 조세소위 상설화가 절실한 이유이다.
세법은 내용과 용어가 복잡하고 각 단체들의 이해가 얽혀있어 심의하기 굉장히 까다로운 법안이다. 전문가들조차 세법에 대한 내용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는 코멘트를 하지 않을 정도로 전문성을 요하는 법안이다.


그런 세법을 심의하는 조세소위 의원들에게는 공부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법안 내용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이 보장돼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도 의원들에게 세법 심의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조세소위 상설화를 논의할 시점이 됐다. 매년 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때마다 ‘누더기 세법’, ‘날치기 처리’ 등의 혹평을 받고 있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이제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진단하고 논의할 때가 됐다.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645호(2015.2.2.)

 [조회: 1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