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짜리 슈퍼카부터 2천만원이 갓 넘는 소형차까지 다양한 브랜드와 모델의 수입차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파죽지세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수입차는 고급차를 넘어 대중차로 자리잡을 기세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벤츠, BMW, 렉서스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상위 차종 중심이었지만 폴크스바겐, 푸조 등 대중차 브랜드의 공세가 강화된데다 고급차 업체도 BMW 1시리즈, 아우디 A1 등 낮은 가격대의 이른바 '엔트리카'까지 내세워 시장을 넓히고 있다.
◇ 가격 경쟁으로 시장구조 흔들어 = 30일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수입액은 91억2천만달러로 전년보다 44.0% 늘었다. 수입차 시장이 10조원 이상 규모로 성장한 것이다.
국내 시장의 수입차 점유율은 올해 상반기 16.6%로 사상 최대를 기록해 20% 돌파는 시간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은 금융위기 당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후 우수한 주행성능과 뛰어난 연비 등을 앞세워 가격 할인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국내 업체 차량에 불만을 느낀 소비자들에게는 수입차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특히 내수 시장의 70%를 점했던 현대·기아차가 내수와 수출 차량의 가격과 품질 차이 논란 등으로 많은 '안티팬'이 생겼을 때 수입차는 그 틈새를 효과적으로 치고 들어왔다.
엔저 효과를 등에 업은 일본 업체들의 할인 공세에 이어 유럽 메이커들은 지난해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관세율 인하에 따라 할인에 나서는 등 전면적인 가격 경쟁을 벌였다.
박동훈 르노삼성 부사장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작년부터 시작된 수입차의 가격 경쟁이 시장을 흔들고 있는데 국산차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입차 브랜드들은 거의 매달 판촉 행사 등 프로모션을 대대적으로 하면서 판매량을 올리고 있다. TV 등 각종매체에서도 수입차 광고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수입차는 약점으로 꼽혔던 서비스센터 등 네트워크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수입차의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는 최근 5년간 각각 150곳과 100곳 이상 늘어났다.
또 수입차 업체들은 세제 등에서 반사이익을 누렸다.
고가의 수입차를 업무용으로 구매해 사적으로 이용하면서 차값과 유지비를 경비로 처리해 탈세하는 관행이 광범위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평균 구매 단가가 4억원에 달하는 롤스로이스와 2억5천만원인 벤틀리, 1억8천만원인 포르쉐 등의 사업자 구매 비중은 70%를 훨씬 넘는다.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전체 판매금액에서 사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97.9%나 됐고 벤틀리는 84.8%, 포르쉐 76.5%로 집계됐다. 벤츠(63.6%), 아우디(53.4%), BMW(51%) 역시 판매 차량의 절반 이상을 사업자가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기획재정부가 지난 6일 2015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고 개선안을 내놨지만 과세형평성을 달성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통상 마찰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업무용 승용차의 비용 인정금액 한도를 두지 않은 탓에 차량 가격이 비쌀수록 세제 혜택을 받는 금액이 커지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캐나다의 경우 차량 가격을 최대 3만 캐나다달러(2천700만원)까지만 인정하고 있으며 영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130g/㎞ 기준)에 따라 비용 인정을 차등 적용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 '밀어내기' 등 불공정 관행 지적 = 수입차가 외형적으로는 눈부신 성장을 했지만 이면에는 그늘도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입차 한국법인이 딜러사에 판매량을 할당하는 불공정 관행인 이른바 '밀어내기'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딜러사는 실적을 달성해야만 인센티브를 받고 향후 물량을 원활하게 배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가격을 대폭 할인해 파는 구조다.
많은 수입차 업체가 임시 번호판 발급을 거부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차량 구입 직후 중대한 결함을 발견하더라도 교환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 때문에 자동차 판매자가 소비자의 요구에도 임시번호판을 발급해주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리도록 하는 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비싼 부품 가격과 공임, 렌트비 때문에 평균 수리비가 국산차보다 3배 가량 높은 점은 다른 운전자들에게까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보험연구원은 저가의 국산차와 고가의 수입차가 부딪히는 사고에서 과실 비율이 50대 50이더라도 국산차 운전자가 더 높은 보험금을 부담하게 돼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