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최대 무역협정이 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 협상이 5일(현지시간) 타결됐다.
30개 챕터로 구성된 협정문에는 1만8천개 품목에 걸친 관세를 제거하거나 줄이고 서비스와 금융상품 교역에 관한 규칙을 세우는 한편 환경과 노동 기준을 정하고 전자 상거래의 자유로운 흐름을 돕는 내용 등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2개국이 마련한 협정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어 서명하기까지 진통이 만만치 않았음을 시사해 주고 있다.
백악관은 "가능한 한 빨리 세부 내용을 공개하기 위해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세부사항을 공개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미국, 바이오 의약품 특허와 자동차 부품 원산지 규정 양보
막판까지 합의를 불투명하게 했던 바이오 의약품 특허의 보호기간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양보를 했다.
미국은 국내법에서 정한 12년 동안 바이오 의약품의 특허를 인정하자는 입장이었지만, 호주와 뉴질랜드 등의 의견을 받아들여 '최소 5년'에 합의했다.
특허 기간이 길면 바이오 의약품 제조업체의 신약 개발을 독려하는 효과가 있는 반면, 다른 업체들이 유사한 약품을 개발하는 것을 막아 저소득 국가에서는 너무 높은 높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비관세를 적용할 자동차에 대한 규정과 관련해서도 미국이 양보했다.
애초 미국은 TPP 역내에서 생산된 부품이 60%를 차지할 경우에만 관세를 부과하지 않도록 하자고 주장했지만, 일본의 주장인 40%에 더 가까운 45% 선으로 합의됐다.
이에 따라 일본은 자동차를 생산할 때 역외 국가인 중국, 태국 등에서 생산한 부품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은 25%가 적용되는 트럭에 대한 관세는 30년 뒤에, 2.5%가 적용되는 승용차에 대한 관세는 25년 뒤에 각각 없애기로 했다.
◇ 일본·캐나다, 농업 분야에서 한 발 물러나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일본이 5대 중요 품목으로 지정했던 쌀은 미국산 5만t, 호주 6천t으로 무관세 수입물량을 설정한 뒤 13년차부터 각각 7만t, 8천400t으로 확대하기로 합의가 이뤄졌다.
쇠고기 관세율도 현행 38.5%에서 TPP협정 발효 즉시 27.5%로 낮추고 16년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하, 최종적으로 9%까지 내리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수입량이 급증할 경우 관세를 인상할 수 있는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가 포함됐지만 16년차 이후 4년간 발동이 없으면 폐지한다. 세이프가드의 폐지는 미국이 요구하는 사항이었다.
돼지고기 가운데 소시지 가공 등에 사용하는 저가제품은 ㎏당 482엔을 부과하는 수입관세를 10년 뒤에는 50엔까지 낮추기로 했다. 돼기고기 고가품은 4.3%인 관세를 10년 뒤에는 폐지한다.
캐나다는 5년에 걸쳐 낙농시장의 3.3%, 달걀 시장의 2.3%, 치킨시장의 2.1%, 칠면조 시장의 2%를 각각 외국에 개방한다.
미국은 호주산 설탕에 연 6만5천t의 추가 쿼터를 주고 수요가 늘어나면 10년 후에는 수출량을 연 40만t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호주 롭 장관은 미국으로 설탕 수출량이 연 평균 20만7천t으로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호주의 미국 설탕 시장 점유율은 8%에서23%로 올라간다.
미국도 일본산 쇠고기와 쌀, 과일 등에 대한 관세를 향후 철폐해 일본이 역점을 두고 있는 브랜드 농산물의 미국 시장 진출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산 쇠고기의 무관세 수입 물량은 3천t에서 6천250t까지 약 2배로 늘어나게 된다. 캐나다는 26.5%의 수입 관세를 6년 뒤에, 멕시코는 20~25%인 수입 관세를 10년 뒤에 각각 없애기로 합의했다.
베트남은 방어, 고등어, 꽁치 등 일본의 수출 수산물에 대한 수입 관세를 즉시 철폐키로 했다.
◇환경, 노동 기준도 포함돼
환경과 노동 기준을 지키지 않는 참여국을 제재하는 강도 높은 규정이 무역협정으로는 처음으로 포함됐다.
회원국이 CITES의 보호를 받는 야생 동식물을 불법 밀거래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관련 법과 규제를 집행하도록 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경제제재까지 받을 수 있도록 했다.
CITES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동식물종이라도 외국으로부터 밀거래된 사실이 확인되면 회원국은 종류를 불문하고 보호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일부는 어류 남획 근절과 관련해서도 '역사적'이라고 부를만한 조치가 들어갔다며 반겼다.
또 협정은 참여국들이 국제노동기구(ILO)가 제시하는 기준을 준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기업의 서버를 자국에 묶어두려고 하거나 소프트웨어 소스코드 접근을 요구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포함해 전자상거래나 금융거래의 기준도 일부 제시됐다.
투자자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 남용을 방지하는 장치도 포함됐다. 투자자-국가소송이 남용되고 외부 법규가 강제력을 발휘하면 주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외신에 따르면 참여국들은 수출 경쟁을 위한 통화가치 절하에 나서지 않겠다고 서약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협정에는 각국 정부가 주요 계약을 체결할 때 자국 기업과 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고, 베트남과 멕시코,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노동여건을 향상시키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시아는 말레이 인종 우대 정책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