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단의 전설' 천경자(1924~2015) 화백을 추모하는 분위기가 미술계에 이어지고 있다.
종로 부암동에 있는 서울미술관은 하반기 기획전 '美人 미인;아름다운 사람'전을 열고 있다.'
천경자 '고(孤)' <사진 제공 서울미술관>
서울미술관 측은 27일 "미인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준비하던 중 공교롭게도 천 화백의 별세 소식을 듣게 됐다"며 "여성작가가 그린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한국의 대표 여성작가인 천 화백의 작품도 전시작에 포함시켰는데, 묘하게도 그 시기가 맞닿아 놀라웠다"고 말했다.
전시는 과거에서 현재까지 '미인'을 표현한 동서양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진정한 아름다움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그 의미를 돌아보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피카소, 샤갈, 르누아르 등 서양 거장이 각각 사랑했던 여인의 초상을 입체파 풍으로 묘사하거나 연인에 대한 애틋함을 부케 꽃다발 또는 소녀의 모습으로 그린 작품 등이 전시된다.
여기에 천 화백의 작품도 관람객을 만난다.'
천경자 '여인'
강렬하고 대담한 색상의 인물화 등이 붉은색을 바탕으로 한 전시공간에서 소개된다.
서울미술관은 1974년작 '고(孤)'가 외로움과 고독에 쌓인 한 여인의 침묵을 담아내고 있다며 머리에 화려한 꽃 장식을 한 여인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보이는데 자신의 고독함을 잊고자 애써 웃음 짓는 작가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작가가 자신의 초상화처럼 생각했다는 1989년작 '청혼'에는 아름답게 치장했지만, 내면에는 고독과 슬픔을 간직한 것처럼 보이는 여인의 모습이 보인다.
천 화백 작품 중 2009년에 12억원이라는 최고가로 낙찰된 작품 '초원Ⅱ'(1978)도 함께 선보인다. 현재 추정가는 22억원이라는 게 서울미술관의 설명이다.
1967년 월간 '주부생활' 4월호에 기고됐던 드로잉 '여인'도 공개된다.'
천경자 '청혼'
수묵화 작업인 그의 드로잉은 강한 화풍이 돋보이는 작품들과는 달리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붓 터치가 이색적이고 우수에 젖은 눈매가 두드러진다고 미술관은 부연했다.
한 여인의 주변을 꽃으로 장식한 '청춘'(1973), 정면을 응시한 '테레사 수녀'(1977)도 함께 전시된다.
천 화백의 작품이 전시된 공간 벽에는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문구가 더해졌다.'
여기에선 보리밭과 여성의 누드를 주제로 연작을 선보여온 이숙자의 작품도 볼 수 있다.
서울미술관은 "천 화백의 제자로도 알려진 이숙자 화가의 작품도 배치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선 정명조, 김기창, 문학진, 김흥수 등 한국 작가의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영원한 나르시시스트, 천경자'라는 제목으로 이어지는 상설전에는 요즘 관람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화가의 방 앞에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23일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상설전시관에서 열린 '영원한 나르시스트 천경자展' 화가의 방 앞에 국화가 놓여 있다. 사망설이 끊이지 않던 천경자 화백이 지난 8월 6일 사망한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2015.10.23
지난해 8월, 전시 중인 작품을 10여 년 만에 교체한 이 전시 관람객은 천 화백의 별세 소식이 보도된 지난 22일 하루 관람객 677명에서 23일 1천명을 넘었고 24일에는 1천700여명으로 느는 등 4일간 관람객이 5천명을 넘었다.
그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기 전 일일 평균 관람객은 440명 정도에서 최근에는 1천300여명으로 3배 가깝게 늘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관람객이 헌화하고 추모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전시장 안에 마련해 31일까지 운영한다.
천 화백은 일본 유학시절 작품부터 자화상, 다양한 인물화, 외국여행을 통해 그린 풍물화와 드로잉 등 93점을 1998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하고 뉴욕으로 떠났다.